박근혜 저격수들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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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KBS 한국방송의 인기 코미디 프로 ‘개그 콘서트’가 ‘큰 일’을 냈습니다. KBS는 박근혜가 18대 대통령에 당선된지 나흘 후인 12월 23일 밤 방송된 ‘개그 콘서트’에서, 당선인 한테 “웃기지 마라. 당신이 웃기면 코미디언인 우리는 할 일이 없다”고 이죽 댔습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다수 국민의 지지로 뽑힌 대통령 당선자를, 선거가 끝난 직후 이런 식으로 짓이겨 대는 언론은 지구상에 아마도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KBS는 더구나 100% 정부 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입니다. 공영매체가 대통령 당선자를, 아무리 웃고 넘기자는 코미디 프로라 해도, 이런 식으로 밟아 댈 수 있을까요?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 개그맨 정태호는 이렇게 박근혜 한테 호통을 칩니다.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 님, 잘 들어. 코미디는 절대 따라하지 마. 우리가 할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 국민들 웃기는건 우리가 할테니까 나랏 일에나 신경 써.”
KBS가 대단한 일을 하긴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드높은(?) 언론자유의 ‘수준’을, 역설적으로 온 지구촌에 드러내 보여준 꼴이 됐으니까요.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를 만든 서수민 PD, 정태호 개그맨,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담당 작가–. 참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은 우리시대의 ‘용감한 녀석들’입니다.

공영방송의 용감한 녀석들


대통령직 인수위가 공식 업무를 시작한 1월 6일, 진보좌파 진영은 일제히 박근혜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언론에선 한겨레와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같은 좌파 매체가 앞장섰고,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통진당이 모처럼 의기투합 했습니다. 인터넷 공간도 시끄럽습니다.
 이들이 시비를 걸고 나선건 뜻밖에도 언론 탄압 이슈입니다. 일개 개그맨으로 부터 웃기지 말고 입 닥치라는 ‘호통 개그’를 듣고도 입도 뻥끗 못한 박근혜가, 무슨 재주로 언론장악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더니, 박근혜 언론장악 음모 소동의 한 가운데엔 맥 빠지게도  김여진이라는 C급 여배우가 있습니다.

대표적 좌파 연예인인 김여진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핵심 운동원으로 뛰었습니다. 선거용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문재인 스토리>의 진행을 맡았고, 지상파 방송의 선거홍보 방송에선 문재인 후보의 마지막 찬조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지요.
 ‘안타깝게도’ 문재인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김여진도 패배의 쓴잔을 들며 울분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헌데 엊그제 김여진은 느닷없이, 모 방송사가 자신의 TV출연을 방해하고 있다는 트윗을 자기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남의 밥줄을 끊을 수 있느냐”고 울부짖었습니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즉각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박근혜 당선인의 언론장악 음모가 드러났다”고 흥분하면서 ”더 이상 여야에 허니문은 없다“고 까지 치고 나갔습니다. 인터넷과 SNS에도 김여진의 ’밥줄‘을 걱정하는 동정여론과, 박근혜의 ’언론장악 음모‘에 분개하는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이 넘쳐났습니다.

김여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당선인은 ‘웃기는 짓’을 분명 한거지요. 개그맨 정태호의 말 마따나 코미디언들이 해야 할 개그를 대통령 당선자가 한 셈입니다.
 김여진은 선거 때마다 진보좌파 후보를 위해 뛰고, 선거가 끝나면 거의 예외 없이, 타의에 의해 자신이 ‘보복성’ 방송출연 금지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 온 연예인입니다. 개그맨 김제동 김미화와 함께 이런 ‘탄압 코스프레’를 거의 상습적(?)으로 해온 연예인으로 그 바닥엔 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래선지  김여진의 이번 폭로를 다수 국민과 보수우파 진영은 뜨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치배우 김여진의‘죽는 시늉’


김여진이 만약 문재인 대신 박근혜 지지 찬조연설을 하고, 전국 유세장을 함께 돌며 선거운동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렇더라도 아마 당분간, 그에게서 ‘정치 냄새’가 희석될 때 까지, 방송출연은 어려웠을 겁니다. 시청자들은 만인의 사랑 대신 특정 정파나 정치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른바 폴리테이너들을 대체로 달가와 하지 않습니다. 연예인도 청치를 할 수는 있지만, 그 바닥과 이 바닥을 넘나들며, 서푼짜리 인기를 이용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을 유도하려는 행위엔 생래적 거부감을 느낍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치색 짙은 C급 탤런트 김여진을 시청자들이 방송 프로에서 봐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타의에 의해 방송출연이 좌절됐다는 그의 주장은 따라서 실체가 없는 ‘자해’ 퍼포먼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말로 PD나 작가로부터 출연제의를 받았다가 ‘윗 선’에 의해 비토됐다면, ‘영양가 없는’ 그의 출연을 섭외한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봐야겠지요. 방송국의 보복성 출연금지 조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더구나 좌파언론과 야당이 대통령 당선자의 언론장악 음모론 까지 제기하며 흥분하고 나선건  지나친 오버이며 넌센스입니다.

문재인이 당선됐다면 김여진에겐 대박이었을겁니다. 청와대로 들어 가거나 문화 예술분야  정부 기관장  한자리 쯤 너끈히 얻어 찼겠지요. 국민의 선택을 받지못해 선거에서 졌다면 밥줄 놓쳤다고 앙탈할 일은 아닙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하면 문재인 집 가정부라도 들어 가 조용히 살다가,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 들일 때, 방송이나 연예계에 복귀하는게 순리입니다.

제2의 나꼼수 뜬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2월 25일부터 시작됩니다. 새 정부 출범 1주일 후인 3월 1일 한국에서는 ‘국민TV방송’이라는 이름의 ‘대안방송’이 개국합니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방송”을 지향한다지만, 발기인들의 면면을 보면 이방송이 어떤 방송이 될지는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나꼼수의 ‘막말 지존’ 김용민을 비롯해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및 시민사회단체 인사인 조국 우석훈 선대인 김미화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민TV방송은 나꼼수, 이상호의 고발뉴스 같은 여러  진보성향 팟캐스트 방송을 한데 묶어 24시간 보도중심 방송을 내보낼 예정입니다.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100만명에 이르는 조합원으로부터 기금을 모금할 예정인데, 한국사회의 이념 지형상 아마도 수백억원은 거뜬히 걷힐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꼼수라는 인터넷 망나니패를 만나 임기 마지막 까지 시달리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청와대를 떠나게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국민TV방송이라는 일종의 ‘변종 나꼼수’를 만나, 5년임기 내내 고생을 하게 생겼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지 나흘만에, 그것도 사실상의 정부방송인 KBS가 개그프로에서 “웃기지 말고 입 닫으라”고 박근혜에게   ‘호통’ 친 사건은 시사적입니다. 취임도 하기 전에 반박근혜, 반보수 연합군이 아우성 치며 진군 나팔을 불어대는 꼴새입니다.

‘박근혜 인수위’는 위원 22명중 16명이 대학교수 출신입니다. 단지 무난할 뿐이고, 왜 이들이어야 하는지, 국민들은 전혀 납득도 감동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수위원중 상당수는 박근혜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에서 요직을 맞게 될겁니다.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교수출신 참모들이 ’전투 모드‘의 범야 연합군과 맞서며 국정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명박의 첫 내각이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었다면, 박근혜 초대내각은 ’글방물림‘ 내각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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