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박근혜 당선인 삼성동 자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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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정권 인수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인수위원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당선인이 정작 인수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를 찾은 것은 단 한 차례뿐. 대부분의 업무는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본인의 자택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당선인이 인수위에 매일 모습을 나타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몇몇 측근들과 함께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사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모습은 이전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철저하게 본인의 모습을 숨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도대체 누구와 어떤 작업을 하는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친박의원들조차도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인사가 이뤄지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박근혜 당선인의 삼성동 자택에서 은밀하게 향후 5년 간의 로드맵이 그려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보니 새누리당 내에서도 삼성동 자택을 빗대어 ‘구중궁궐’이란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그들은 삼성동을 둘러싼 ‘구중’(아홉개의 담)은 눈에 보이는 담이 아닌 박 당선인 주변에 쳐져 있는 인의 담이라고 말한다. 과연 삼성동 자택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특별취재팀>
 
지난 1월 21일 오후. <선데이저널>의 취재진은 박근혜 당선인의 삼성동 주변을 둘러봤다. 박 당선인의 자택으로 이르는 주요 포스트에는 전의경들이 지키고 있었고, 자택 바로 인근에는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주변을 지나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박 당선인이 대통령선거에서 이기면서 이곳은 청와대와 다름없는 요새가 되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이후에도 이곳에 머물려 정권 이양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 18일 이후 줄곧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금껏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단 두 번 방문했다. 인수위원들은 첫날 현판식과 다음날 전체회의에서만 박 당선인을 볼 수 있었다.



박 당선인은 지난주부터 진행된 정부 업무보고 내용도 따로 보고받지 않고, 진행 상황 등만 간단히 전달받는다고 한다. 당선인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통의동 비서실에도 외교사절 접견 때를 제외하면 출근하지 않는다. 비서실 사람들은 “여긴 늘 절간 같다”, “적막강산”, “너무 사람이 없어 말 한마디 하면 울린다”고 전했다.
앞선 대통령들의 인수위 시절과 비교하면 더 또렷하게 대비된다. 노무현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직후부터 매주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했고, 간사단 회의는 물론 분과위별 정책간담회도 직접 나서는 의욕을 보였다. 업무보고를 받은 뒤에는 직접 각 부처 공무원들을 참석시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명박 당선인도 매일 새벽 인수위에 출근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간담회에 직접 나서 화제를 모을 만한 발언도 많았다. 정부 규제가 기업활동의 장애로 작용하는 사례를 지적했던 ‘전봇대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절간같은 인수위원회













박 당선인이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는 곳은 서울 삼성동 자택이다. 박 당선인은 그간 발표된 청와대 조직개편안과 정부조직 개편안도 모두 자택에서 실무진의 진행 경과를 보고받고 재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당선인은 대면보고도 최소화한 채 온라인, 전화, 문서보고를 선호한다고 한다. 종로구 통의동과 삼청동에 각각 위치한 당선인 집무실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보다 삼성동 자택이 차기 정부 5년의 핵심 설계처로 활용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사람들은 흔히 (박 당선인이) 청와대 가면 외로움을 느낄 것이라 생각하지만, 수십년동안 집에서 혼자 지내온 게 익숙해 별문제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집에 사람도 잘 들이지 않고, 박 당선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는 측근도 한정돼 있다.

박 당선인은 전직 대통령들이 통상 보안이 필요한 업무 때 활용했던 안전가옥 이용도 마다하고 있다. 공식 일정 외 특정 인사와 직접 만나야 할 때도 자택 근처 호텔이나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이 자택 업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철통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그동안 정치 역정에서 축적해 놓고 관심 있게 지켜본 본인의 인재풀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임기가 끝나지 않은 현직 대통령을 배려해 최대한 외부에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박 당선인은 언론 접촉도 않고,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정국을 구상하고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때문에 박 당선인의 지나친 ‘밀실 행보’가 정부 출범 이후에도 토론과 소통이 없는 ‘밀실 국정운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모습을 노출하지 않은 채 조용한 정권이양 작업을 수행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일 속 밀실 국정운영


이유야 어찌됐건 결론적으로는 인수위처럼 공식적인 기구는 허수아비 조직으로 전락하고, 외부는 물론 새누리당과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지 모르는 수준이 돼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소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더라도 총의를 모아가고 이견을 설득하는 ‘민주주의 원리’마저 무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이 과정의 번잡함을 싫어하고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효율성을 선호한다는 면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지금은 공개와 소통, 협치가 중요한 시대인데,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박 당선인의 ‘밀실주의’는 판단 과정의 작은 실수를 치명적인 사태로 키울 위험도 안고 있다. 무엇이든 한번 정하면 좀체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실수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박 당선인의 개인적 특성과 맞물린다. 소통 없는 밀실에서의 결정은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일단 한번 정해져 외부로 공개된 것은 뒤늦게 바로잡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책임 정치’도 불가능해진다. 누가 결정하는지 모르니, 어디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우려다. 이는 결국 박 당선인의 의도와는 반대로, 사소한 부분까지 모든 책임을 박 당선인 혼자 다 짊어져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임명이 대표적인 예다. 윤 대변인을 천거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니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공식 라인이 가동되지 않으니,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어디서부터 뭘 바로잡아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삼성동팀의 비밀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자택 정치를 계속하자 정치권에서는 지난 대선 기간에 회자되던 삼성동팀의 존재가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삼성동팀이란 당선인의 참모들 중 극소수의 핵심이 막후에서 선거전략과 인사를 조율하기 위해 당선인의 삼성동 자택과 가까운 곳에서 모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당시 박 당선인 측은 “전혀 그런 그룹이 없다”며 부인했고, 이후에도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박 당선인이 자택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삼성동팀’이란 단어가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 당선인이 요즘 각종 문제에 대해 전화로 지시하는 대상도 ‘삼성동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의 주변에서도 “박 당선인의 삼성동 자택이 인사의 ‘컨트롤 타워’가 되겠지만 이를 돕는 별도의 팀이 있지 않겠느냐”며 “당선인이 집에서 전화로 누군가와 상의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누군지는 우리도 모른다”고 했다. 친박 관계자들도 “별도의 팀이 없다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당 내 불만은 물론이고 야당의 비판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당선인이 자택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면서 “이런 비선인사, 막후정치는 독재정권과 다를 게 없는 후진정치”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박근혜 당선인은 자택에서 업무를 보고 있고, 비선라인인 이른바 ‘삼성동팀’이 차기 총리 및 매각 인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선인사, 막후정치를 할 거라면, 인수위 사무실은 왜 존재하며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은 왜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국정도 자택과 비선라인에서 결정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인도 국민이 선출하고 국민이 월급을 주는 공직자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직자로서 비선인사, 막후정치가 아니라 민주적 시스템 내에서 업무를 보고, 국민과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벌써부터 ‘박근혜 당선인의 마음이 선거 전과 선거 후가 다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박 당선인은, 국민에게 지지를 읍소하던 선거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떤 대통령이든 집권 초 첫 인사에서 정치적 상처와 부담을 안으면서 까지 쉽사리 자신의 인사안을 접고 야당 등 반대파의 주장을 수용하기는 쉽지가 않다. 정책구상도 마찬가지다. 한 번 안이 마련되면 고쳐질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이번 인수위에 대한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특정 정책에 대해 정부가 어떤 보고를 했는지 당선인측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수정된 내용은 무엇인 지 정책이 논의되는 프로세스가 국민들에게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인수위원회가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정리해 당선인에게 정책을 보고하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알려질 때는 당선인과 일부 인수위원들의 생각만이 반영된 정책이 국민에게 알려질뿐 그 과정까지 함께 공개될 지도 미지수다. 이런 단절의 우려 때문에 소통부재 문제를 제기하지만 당선인과 인수위는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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