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종> 최대석 인수위 사퇴 뒤에 삼성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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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통상분과 인수위원이었던 최대석 전 이화여대 교수의 인수위원직 사퇴 이유가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비공식 접촉 때문이었으며, 접촉과정에 삼성경제연구소 측 연구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처음 드러났다. 그동안 여러 가지 설이 인수위 주변에서 있었지만 구체적인 이유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삼성 측이 이 자리에 동행했다는 사실은 그 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본국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보기관 및 정치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 교수는 12월 말 여당 국회의원 K씨,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 등과 함께 베이징에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베이징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북한 국방위 소속 부부장(차관)급인 박인국과 접촉했다. 박인국은 주중 한국 대사관 인근 힐튼 호텔에 머물던 K씨에게 자신의 대리인을 보내 박 당선인 측의 대북 정책 파악과 당국 대화 재개 의사를 타진했지만, 박인국 측에서 K씨 측에 박근혜 당선인의 신임장을 요구하면서 추가 접촉이 불발됐다는 게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사실들이 국가정보원에 보고됐고, 이것이 곧바로 박근혜 당선인에게 전달되면서 최 교수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것이다. 미스터리로까지 불렸던 최대석 교수의 인수위원 사퇴를 둘러싼 전말을 <선데이저널>이 단독으로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최 교수가 북한에 간 것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지난 12월 25일 성탄절을 전후해서다. 최 교수는 여당 국회의원인 K씨,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연구원과 함께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베이징행의 목적은 북한 측 고위급 인사인 박인국 부부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최 교수 일행은 베이징에서 한 차례 박 부부장과 접촉했고, 더 이상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박 부부장 측이 박근혜 당선인의 신임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교수의 베이징행은 애초에 정부나 박 당선인의 허가 없이 간 것이기 때문에 신임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만남은 한 차례에 그쳤다. 하지만 중국에서 최 교수 일행의 이러한 움직임은 하나하나 국정원 측에 포착됐다. 이유는 최 교수와 동행했던 여당 국회의원이 관용여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최 교수 일행의 동향은 그대로 국정원에 보고됐으며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전달됐다. 일부 언론에서 국정원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최 위원과 국정원 측이 큰 소리를 내며 다퉜다고 보고했는데 다툼의 원인이 바로 이 파일 때문인 것. 최 교수가 국정원의 업무보고 태도를 질타하자 역으로 국정원이 관련 내용들을 최 교수에게 들이민 것. 특히 최 교수 일행이 정부 측의 허가 없이 북한 측 인사를 접촉한 것은 명백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최 교수도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됐다.



그동안 최대석 교수의 북한 접촉설은 여러 가지 난무하던 설(說) 중에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가 구체적으로 무슨 임무를 띠고 누구와 베이징에 갔고, 베이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사퇴의 원인이 됐던 베이징 측에 삼성 측 인사가 동행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삼성경제연구소 내부에 북한 연구소를 두고 그동안 북한 측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왔다. 그런데 차기 정부의 통일부 장관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최 교수와 북한에 동행했다는 것은 삼성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본지의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본국에서도 상당한 후폭풍에 예상된다.
최대석 전 인수위원이 사퇴한 것은 지난 12일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최 위원이 어제(12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사퇴 이유에 대해선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했다. 그는 사의를 표명한 12일에도 대학교수나 전직 통일부 관료를 만나 의견을 구하며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단적 행동으로 보긴 석연찮아


특히 최 교수는 지난 12일 오후 5시쯤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하기 직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정 전 장관은 햇볕정책 적극 지지자이다. 정 전 장관 측은 “최 교수는 그때까지도 사퇴 얘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날 낮에도 남북관계 전문가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이날 밤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밝혔다. 외교국방통일분과 김 간사, 윤병세 인수위원과 시각차가 있어 견제를 당한 것이란 분석부터 개인적 신변 문제가 돌출됐다는 관측까지 다양한 설만이 분분했었다. 이후에도 언론을 통해서 갖가지 시나리오가 흘러나왔지만 대부분 설에 그쳤었다.













 ▲  박당선자의 대북정책 밑그림을 그려왔던 최대석 인수위원. 한때 통일부장관설까지 나돌정도로 대북전문가다. 그러나 그의 느닷없는 사태는 그동안 각종 의혹을 불러 일으켰었다.

사퇴 미스터리는 2주 이상 지속됐고, 급기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28일 “5·24조치의 단계적 해제를 주장한 국방외교통일분과 인수위원의 갑작스런 추방극” 운운하며, 최대석 전 인수위원이 ‘대북유화론’을 펴다 여권 내부의 대북 강경파에 밀려 낙마한 것처럼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교수가 어떤 이유 때문에 사퇴를 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인수위 안팎에선 신원조회 과정에서 최 교수 친척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부담을 느껴 자진 사퇴한 게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설도 흘러나왔었다. 최 교수의 부인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녀인 허연호씨이다. 최 교수가 이들 회사의 관련 주식을 보유했다가 매각한 기록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나온다. 그가 처가 쪽 일 때문에 사퇴했을 것이란 추론에는 이 회사들이 일감 몰아주기와 대기업 간 부적절한 내부거래 의혹이 자리 잡고 있었다.



또 대북 정책 노선을 둘러싼 ‘내부 갈등설’과 ‘보안 유출설’ 도 거론됐었다. 내부 갈등설은 온건파로 분류되는 최 교수가 인수위 내 강경파와 갈등을 빚었다는 주장이었다. 최 교수는 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을 없애고 그 기능을 신설될 국가안보실에 맡긴다는 언론 보도의 유출자로 지목되기도 해 이 부분이 원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실 신설은 박 당선인의 공약 사항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것인 만큼 사퇴 배경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인 최 위원은 8년 전부터 박 당선인에게 남북관계를 자문해 왔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 밑그림을 그려온 핵심 측근이다. 인수위에서 통일 분야를 담당해 차기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전공 분야인 통일부 업무보고(16일)도 받지 못한 채 인수위 출범 1주일 만에 첫 낙마 사례가 됐다.


2대에 걸친 관계 핵심 브레인


최 위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최재구 전 공화당 의원의 아들이다. 박 당선인과 2대에 걸친 인연을 갖고 있다. 또 GS그룹 허씨 일가의 사위여서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재산 관련 문제 아니냐고 추측하지만 2010년 GS그룹 주식을 상당량 장내 매도한 것 외엔 기업 활동에 특별히 개입한 적이 없다.
최 위원은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공동대표와 평화나눔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올 신년사를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하는 등 유연한 대북관을 가졌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선 그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존중하고 김대중 정부의 6·15 남북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토론회에선 “6·15와 10·4는 실질적 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문제이며 원칙적으로 당연히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초 학술지 기고문에서 “현 정부의 5·24 조치는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 국민과 기업의 불안과 손실은 고려하지 않았다. 국민과 차기 정부를 위해 단계적으로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 초대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후보자가 낙마했다. 지명 5일 만이다. 새 정부 초대총리 지명자가 임명동의안 표결 전에 자진사퇴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1948년 이윤영 총리 내정자가 임명동의 투표에서 부결된 적이 있는 정도다. 김 후보자 사퇴로 새 정부 출범일정도 차질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방식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시스템보다 일부 참모진에 의존하고 검증보다 보안에 신경 쓰는 박 당선인의 인선방식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의 사퇴는 전격적이었다. 29일 오후 김 후보자가 박 당선인을 만났으며,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9일 저녁 6시38분쯤 인수위는 “저녁 7시 윤창중 대변인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해 “김 후보자가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윤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자가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박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 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박 당선인과 오늘 오후 면담을 하고 사퇴의사를 밝혔다”면서 “오후 6시8분께 통의동 집무실에서 저와 만나 발표문을 정리해 제가 지금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등 관련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아 병역과 납세, 전과 등을 들여다봤다. 당시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검증과정에서 청와대와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김 후보자의 인선은 정부기관의 협조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원 인선 때는 100명이 넘는 위원 후보자를 한꺼번에 검증한 탓에 ‘보안유출’ 우려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총리 인선과정에서는 몇 명만 검증요청을 할 경우, 보안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지명자 낙마로 당면한 조각을 비롯한 새 정권의 출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당선인의 ‘깜깜이 인선’이 향후 조각과정에서도 또 다른 ‘부실 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정부출범 전부터 박 당선인의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 이동흡-김용준으로 이어지는 인선실패 부담이 ‘박 당선인의 불통’ 탓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5일 성인 남녀 15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당선인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6%에 머물렀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과 비교하면 15~20%P 정도 낮은 수치다.
박 당선인이 인선방식에 변화를 줄지는 미지수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고, 보안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 때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쉽게 바뀌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인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 일정부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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