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부패한 MB정부 국정원 大解剖(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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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내에서 국가정보원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정보력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최근에는 국정원 내의 헤게모니 다툼까지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정원의 수장인 원세훈 원장과 관련한 각종 잡음들까지 집중적으로 새어나오는 것은 국정원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정원이 생긴지 50년인데 최근처럼 내부의 잡음이 외부로 흘러나간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국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정원의 위상이 떨어진 데는 정권에 따라 국정원이 흔들리는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 내 주요 인사들의 입지도 흔들리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직원들이 수시로 외풍에 시달리다보니, 정보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윤색되고, 정권 실세에 줄을 대야 살아남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면서 연간 예산 1조 원에 이르는 ‘공룡 조직’은 점차 퇴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선데이저널>은 이번 호에서 최근 들어 부쩍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데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실상을 언론사상 최초로 작심 취재, 해부해봤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선데이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최근 국정원 내부에서는 최근 원세훈 원장의 퇴임 후 이곳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으로 유학을 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소문의 핵심은 원 원장이 퇴임 후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원 신분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과연 퇴임 후 곧바로 외국에 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뿐만 아니라 원 원장 부인과 관련한 논란도 내부에서 파다하게 퍼졌다. 관사의 가구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7급 정보원이 원장 관사의 이태리제 가구를 잘못 구입했다는 이유로 지방으로 전보 발령시켰다는 소문도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국정원 내부의 이런 해프닝까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국정원의 현주소였다.
원 원장과 관련한 구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취임 후 여러 구설에 휘말려왔다. 비단 거취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적 문제들까지도 외부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종로에 위치한 미술관의 정부 예산 지원 문제와 관련해 원 원장의 입김이 있었다는 말도 정보시장에 파다하게 돌았었다. 심지어는 국정원 내부에서 이 문제를 파봐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원장이 구설수 중심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국정원 사정에 비교적 밝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내부의 권력다툼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원 원장은 서울시 행정관료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보 업무와는 전혀 무관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국정원장에 왔을 때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원 원장은 이런 내부의 반발을 포용보다는 힘으로 다스렸다. 그는 2009년 2월 취임 후 조직을 추스르겠다는 명분으로 잦은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능한 요원들이 밀려났다. 그리고 이들은 원 원장에 대한 소문의 근원지가 되어버렸고, 내부의 구설들이 곧바로 외부로 흘러나가게 됐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원 원장과 목영만 기조실장 등 정보 분야 비전문가가 움켜쥔 조직은 성과 경쟁에 내몰렸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오다보니 조직 자체가 정권의 안위에 초점을 맞추도록 세팅됐다. 정보 수장의 관심이 오로지 청와대를 향해 있는 점이 국정원의 역량 강화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에 벌어졌던 국정원의 진보단체 간부 미행 사건은 국정원의 역량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다. 경기진보연대 고문인 이 씨가 낯선 사람으로부터 미행당하고 있음을 느낀 건 사건이 불거지기 엿새 전인 지난 3일 오전 6시 30분이었다. 수원시 장안구 구민회관에서 수영 강습을 받던 중 수영장 출입구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사진을 찍더라는 것. 당시 이 씨는 수영 코치에게 사진 찍는 남자가 누구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이 씨는 다음 날 비슷한 시각에도 수영장 2층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남자를 발견하고 몰래 2층으로 올라갔더니 그 남자가 사라졌다고 했다.
미행당하는 느낌을 받은 이 씨는 다음 날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신호를 무시하고 갑자기 좌회전을 했더니 의심 차량이 택시와 충돌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신의 차를 쫓아오는 등 차량 여러 대가 미행에 동원되고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사건 당일인 9일 오후 3시 30분쯤 이 씨는 수원 종합운동장 부근을 걸어가다 갑자기 뒤를 돌아봤더니 한 남자가 급하게 몸을 숨기는 것을 봤고 다시 걷다가 또 고개를 돌렸더니 이번에도 그 남자가 몸을 숨기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미행을 확신한 이 씨가 남자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그때부터 상황은 역전됐다. 남자는 인근 주유소 쪽으로 사라졌고 이 씨는 잡으러 다녔다. 이 씨는 주유소 근처에 주차된 승용차 뒤에 숨어 남자를 기다렸으나 보이지 않자 대로변으로 나섰다. 멀리 남자의 모습이 보였고 이 씨는 뒤를 쫓았다.

남자가 횡단보도 옆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자 이 씨는 부스 입구를 막아섰다. “당신이 누군데 미행하느냐”고 따졌고 남자는 “왜 이러느냐”면서 부스 밖으로 나오려 했다. 둘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소리쳤다. 10분 뒤 순찰차가 왔고 부스에서 빠져나온 남자와 이 씨는 경찰에 연행됐다.
남자는 경찰에서 미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직업이 없고 대리기사, 당구장 알바 등을 하고 있다”고 둘러댔다. 남자는 가끔 헛소리를 하는 등 정신이상자인 척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일 뒤 국정원은 협조 자료를 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면서 그 남자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진보단체에선 법원 영장을 공개하라면서 국정원 직원 문 씨를 불법 사찰에 따른 직권 남용과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국정원 측에선 “수사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상해 혐의로 이 씨를 고소했다.
 
계속되는 아마추어 행태


이 사건을 두고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한심하고 부끄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불법 사찰인지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국내 최고 정보기관의 작전 능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아마추어’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대선 직전 불거졌던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에서 김모씨는 주거지를 외부에 노출 당했다. 물론 야당 측에서 고의로 접촉 사고를 내 정확한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냈으나, 그전에 김 씨는 자신이 낯선 사람으로부터 수개월간 추적당하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국정원은 재작년 2월 서울 롯데호텔에 머물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다가 특사단 관계자에게 적발돼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당시 국정원은 정치권으로부터 “요원 3명이 작전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행사장에 가려다 되돌아온 특사단 관계자에게 발각될 수 있느냐. 국정원이 ‘내곡동 흥신소’로 전락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2010년 6월 리비아에선 국정원 직원이 무기와 북한 근로자 정보를 수집하다 적발돼 추방된 적이 있고, 비슷한 시기 한국에 온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일행의 움직임을 캠코더에 담던 요원이 거꾸로 휴대전화로 촬영되는 ‘수모’를 겪었다.


정치권 외풍에 줄대기까지


정보 수장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채워지니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국정원 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국정원 5급 직원 고모 씨는 이명박 후보와 주변 인물 131명의 재산 흐름을 뒤지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고 씨에게 첩보를 건넨 사람은 민주당 C 국장이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상당수 전·현직 국정원 간부들이 박근혜·문재인 후보에게 연줄을 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국정원 여직원의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막판 이슈로 부상했다. 경찰에서 수사 중인 이 사건은 시간이 갈수록 국정원 측에 불리한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이 대선 기간 정치공방의 대상이 되고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내부 개혁보다는 비판 세력 재갈물리기에 한창이다. 국가정보원이 비판세력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국정원은 표 전 교수가 한 일간지에 기고한 “국정원의 위기는 정치관료가 정보와 예산, 인력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거나 국제 첩보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무능화·무력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국민을 상대로 고소를 한 것은 1999년이 최초로 기록된다. 국정원은 1999년 10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원내총무 이부영 의원이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의혹을 제기하자, 기밀누설 및 명예훼손 혐의로 이 전 의원을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2003년 국정원 직원 5명은 1987년 발생한 KAL858기 사건을 다룬 소설 ‘배후’의 작가와 출판사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국정원이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첫 사건으로 기록됐다. 2009년 국정원은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이 국정원의 ‘국가기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을 모두 기각하자, 국정원의 고소 남발이 도마에 올랐다.

이후에도 국정원은 조직의 수장이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고, 방송인 김미화씨가 국정원 직원이 두 차례 찾아온 사실을 공개하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 진행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 3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과연 국정원이 언제까지 외부의 비판에 눈을 감고 모른 채 할 것인지, 과연 그렇다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국정원은 정권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검찰,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 수사 착수

검찰이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가정보원 직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축소·왜곡 논란 수사에 착수했다. <선데이저널>은 김 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핵심적 위치에 있다고 보도한 바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형택)는 민주통합당이 직권남용 및 경찰공무원법위반 혐의로 고발한 김 청장 사건을 배당받았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해 설 연휴가 지나는 대로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담당 경찰관의 정당한 수사권한을 방해하고 경찰이 지켜야할 정치적 중립의무를 져버렸다”고 주장하며 지난 6일 김 청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기간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 직원이 제출한 하드디스크 등을 살핀 결과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을 작성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공교롭게도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이 끝난 직후 발표가 이뤄진데다 그 사유조차 불분명해 야권의 ‘정치적인 수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후 해당 국정원 직원이 평일 근무시간 야당 대선후보 등을 비판하고 현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글을 게시한 정황이 차례로 제기되며 이 같은 비판에 더욱 힘을 보탰다.
이에 민주당 측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김 청장의 판단과 책임·지시 아래 이뤄졌다”며 “이번 사건을 국정원과 경찰의 선거개입이라고 생각하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엄청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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