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취재> 검찰, 신한 비자금 사건 ‘다시 MB일가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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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이백순 전 행장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과 이 전 의원을 고발한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김한수)에 배당했다고 지난 2월 11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지난 2월 5일 라 전 회장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이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각각 고발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 3억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이 정권이 바뀌면 거의 예외 없이 전(前) 정권 ‘사정(査正)’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사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칼끝이 결국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검찰 역시 이번 수사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수부의 수사기능을 축소해야 한다는 검찰 개혁안이 나오면서, 향후 이를 대신할 특수부 등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사에 검찰 수사력이 집중될 수도 있다. 신한은행 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 내막을 <선데이저널>이 단독으로 집중 취재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일 “(신한은행 사태) 1심 판결문과 언론보도를 보면 신한 사태의 핵심 사안인 ‘남산 3억 원’은 라 전 회장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통해 이상득 전 의원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인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고발했다.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전 사장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이후,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사이에 얽힌 고소 고발 사건을 다뤘던 곳이다. 지난 2010년 12월 29일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라 전 회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 2년 만에 같은 부서가 ‘신한 사태’ 재수사에 나서게 된 셈이다.
하지만 금조3부에는 지난해 7월 김한수 부장검사가 임명돼, 이번 사건 재조사를 담당하는 팀은 사실상 ‘새 수사팀’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번 사건에 나서는 것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단순하게 보지 않고 있다.  사건의 피고발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인데다, 정권 교체기임과 동시에 검찰수뇌부 교체 기간에 배당됐기 때문이다.


이상득 전 의원이 수사 대상


‘신한 사태’는 지난 2010년 친박계인 주성영 전 의원의 ‘폭로’로 시작됐다. 라 전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국회 법사위 등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주 전 의원은 당시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과거 김대중 비자금을 추적할 당시 라응찬 회장의 이름이 나오더니 노무현 비자금을 추적할 때 또다시 등장하더라. 바람직하지 않은 일에 연루된 사람이 이명박 정부 들어 또다시 연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끝까지 라응찬 회장에 대한 실명제 조사를 물고 늘어졌다”고 밝힌 적이 있다.












라 전 회장은 TK 인사로,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들이 ‘멤버’였던 ‘상촌회(상주촌놈회)’ 회장이기도 했다. 이상득 의원,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친분이 돈독하기로도 유명했다. 이 때문에 라 전 회장은 MB정부 실세에게 “정치자금을 댔다”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와중 ‘신한 사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상훈 전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 모 씨가 “2008년 2월 이백순 행장이 라응찬 회장 지시라며 외부인사에게 전달할 현금 3억 원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 행장 지시대로 현금을 마련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 행장 차의 트렁크에 실었다”고 진술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지만 검찰은 현금을 담은 가방의 구매 영수증까지 확보해놓고 ‘현금 3억 원의 종착지’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라 전 회장은 그해 12월 이 전 행장과 신 전 사장이 기소될 때, 유일하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의혹은 끝나지 않았다. 이 전 행장의 비서실 직원 송 모 씨는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전달한 3억 원이 이상득 의원 측에 전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송 씨는 “돈을 전달한 때가 이 대통령 취임식 직전이어서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 ‘폭로’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당시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했고, 검찰이 여전히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검찰이 용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자 부실 수사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상득 전 의원의 이름이 진술에서 언급됐음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3억원의 용처를 밝히는 데 결정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라 전 회장에 대한 소환도 하지 않았다. 라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신 전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꾸준히 라 전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했으나 라 전 회장은 같은 이유로 법정에 서는 것을 거부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이와 관련, “신한사태는 그룹 내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 심지어 사정 당국 등을 포함한 권력형 비리 문제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남산 3억원의 배후가 이상득 전 의원이라고 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수사의지 내비치는  檢













검찰은 일단 이 사건을 금조부에 배당하며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과연 신 전 사장의 수사 과정에서 라 전 회장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던 검찰이 과연 이번에는 수사를 제대로 진행할지 여부다. 서울 서초동 주변에서는 검찰의 수사태도가 신한사태 때와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전망을 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시기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검찰이 처음 신한사태를 수사하던 2011년은 이명박 정권의 힘이 한창이어서, 당시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부담스러웠을 때였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권력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데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전(前) 정권 사정’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 전 회장의 알츠하이머병 상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얘기가 법조계 주변에 도는 것도 조사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당시는 검찰이 라 전 회장 측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었지만, 현재 여러 소문이 도는 것을 검찰이 마냥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신상훈 전 사장이 적극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신 전 사장은 지난달 16일 신한은행이 고소한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후 한 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라응찬-이상득’ 커넥션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신 전 사장은 신한 사태의 본질과 관련해 “(신한은행) 내부 알력다툼이 아니라, 라 전 회장이 조직 사유화를 위해 벌인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한 뒤 ‘남산 3억 원 의혹’에 대해 “정권 실세에게 전달된 돈은 있는데 정작 간 곳은 수사기관이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른바 ‘남산 3억 원’을 비롯해 라 전 회장과 MB정부 실세 간의 유착관계를 반드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장은 “이백순 당시 지주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함구령을 내리고 3억 원을 조성해 이 전 의원에게 전달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다. 내 계좌를 이용했지만 당시 내 계좌는 돈을 조성한 박 모 비서실장이 관리해 전혀 몰랐다. 한달 후쯤 박 실장으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았지만 더 묻지도, 알려 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이 돈을 횡령한 것처럼 꾸며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응찬 조사 여부가 핵심


신 전 사장은 이어 “3억 원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라 전 회장이 이런 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전 의원뿐만 아니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MB정권 실세들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이 전 의원이 아니라면 다른 이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남산 3억 원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의 ‘정치자금 저수지’의 존재와 관련해서는 그간 말만 무성한 상황이었다. 최시중 전 위원장 등 주변 측근들의 정치자금 관련 일부 증언들이 간간히 나돌았지만 한 번도 밝혀진 적이 없다. 그러나 검찰의 ‘남산 3억 원 사건’ 수사 착수의 배경은 범상치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검찰이 ‘전 정권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만약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상황이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어떤 식으로든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아직 진행형인 BBK 의혹을 포함 일족들의 부패비리 문제들에 대한 단죄 없이는 박근혜 정부도 많은 위험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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