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 “시작이 미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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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시작 3시간 전, 그리고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갖기 15시간 전인 2월 24일 저녁 9시, 한국의 각 TV 뉴스는 이례적으로 한 청와대 핵심 비서관의 인선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실패한 인사 제1호라는 인수위 대변인 윤창중을, 새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차 임명했다는 <연합뉴스>의 속보였습니다. 공식 발표가 아니라 익명의 관계자가 연합뉴스에 슬쩍 흘리는 방식으로 보도됐습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인선을 이런 비공식적 방법으로 국민에 알린 것은 전례 없던 일입니다. 더구나 명절인 정월 대보름날 밤에, 국민이 궁금해 하는 차기 청와대의 ‘입’을  이런 식으로 발표한 것은 전혀 ‘박근혜스럽지’ 않아 보였습니다. 임명권자와 피임명권자 모두에게 쏟아질 거센 여론의 비판과 역풍을 피해가려는 꼼수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박 당선인의 첫 번째 인사인 인수위 대변인에 윤창중이 임명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김용준 국무총리 낙마 후 정홍원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날도 설 연휴 전날인 2월 8일이었지요. 이번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임명 역시 명절인 정월 대보름날 밤, 새 대통령 임기 시작 3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다음날은 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날이어서 청와대 대변인에 윤창중 대신 ‘간첩’ 출신을 앉혔어도, 언론은 어차피 제대로 비판기사를 쓸 시간도 지면도 없었습니다.
 여론의 검증공세를 피해 연휴나 밤 시간을 택해 중요인사나 정책을 기습 발표 하는 것은, 어느새 박근혜 정부 주요 국정운용 방식의 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식의 ‘잔재주’ 홍보방식은 박근혜가 총애해 마지않는 인수위 수석대변인 출신 윤창중의 ‘작품’이라고 야당과 언론에선 짐작합니다.


박근혜의 청개구리 인사


청와대 대변인은 수석이나 장관보다는 직급이 낮지만, 권력 이너 서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나 위상은 장관급 이상입니다. 어느 누구보다 자주 대통령을 만나 독대 하고, 대통령의 생각이나 심기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살필 수 있는 위치인데다가, 시중의 여론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 할 수 있는 핵심측근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윤창중의 말은 곧 박근혜의 뜻으로 일반에겐 받아들여 질 겁니다. 인수위 때부터 ‘불통의 아이콘’으로 불린 윤창준이 ‘대통령의 입’이 된다는 것 자체가 새 정부엔 ‘재앙’이 될 수 있는 정치적 도박입니다. 그래선지 야권은 그의 청와대 입성을 즐기며 반기고 있고, 정부 여당 쪽이 오히려 걱정을 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몇 야당인사는 사석에서 “윤창중의 청와대행을 적극 환영한다”라는 농반진반의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야당으로선 극우-불통-유아독존 스타일인 윤창중의 청와대 대변인 발탁이 대통령에게 부담만 떠안기고, 결국은 실패할 것으로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창중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100% 대한민국‘이나 ’소통‘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대선기간 중 쓴 칼럼을 통해 야당지지 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라 부르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겐 ’반 대한민국 세력‘이라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문화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그의 논설이나 칼럼은 내용이 요령부득이고 지나치게 극우적인데다가, 문장이나 표현 역시 너무 거칠고 천박해, 같은 보수 논객들 조차 외면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한마디로 중진 언론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이 의문시되는 함량미달의 인물입니다.
 대선 5일 후 박근혜 당선인이 그를 인수위 대변인으로 발탁하자 야당과 언론계가 악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졌습니다. 야당은 그의 ‘극우 본색’에, 언론은 ‘무자질 본색’에 대경실색 했지요. 야당과 언론, 심지어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들 초차 한목소리로 윤창중을 반대했지만 당선인은 들은척도 안했습니다. 그리고는 “용용 죽겠지” 하며 여론을 비웃듯, 청와대 대변인 자리까지 그에게 내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 같았으면 다른 인수위원들을 몽땅 청와대로 불러가는 한이 있더라도, 윤창중 만큼은 제외시켰을겁니다. 박근혜의 불통인사는 어느새 이렇게 ’청개구리 인사‘로 까지 진화했습니다.


박 정부는 지금 ‘무정부 상태’


2월 25일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습니다. 첫 여성 대통령에 첫 부녀 2대 대통령의 탄생입니다. 문재인 안철수 이정희로 상징되는 친노-좌파 연합군의 거친 도전을 52대 48의 득표로 당당히 물리쳐, 정권의 정당성도 일정부분 확보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여러 실정과 경제난에 지칠대로 지친 다수 국민의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큽니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취임사를 그대로 믿고 싶은 기대심리도 부풀대로 부풀어 있습니다.
헌데 웬지 박근혜호의 출발이 위태위태합니다. 항해사도, 조타수도 없이 출항하는 배가 출항 하자마자 삼각파도를 만난 꼴이라고 어떤 신문은 썼습니다.
정부조직법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고, 총리를 제외한 장관 전원이 아직 임명장을 받지 못해 출근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마디로 무정부 상태에 빠졌습니다. 취임식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44%였습니다.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취임 때와 비교하면 무려 20%에서 30%나 뒤처지는 최악의 지지율입니다.
북한은 연일 4차 5차 핵실험을 떠벌리며 새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좌파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벌써부터 강경 거리투쟁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서울시내에서 마음껏 악악댈 수 있는 모든 시위 장소는 이미 이들의 ‘춘계 대공세용’으로 예약이 끝난 상태입니다.
시장도 구청장도 거의 ‘시위 친화형‘ 좌파 일색이니, 상습 시위꾼과 강경 노조들만 살판나는 세상을 만났습니다. 좌파시장 박원순은 청와대 앞뜰만 빼고, 서울시내의 모든 광장과 빈터를 시위대에 내줄 참입니다. 양초 공장들도 ’대박‘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헌정사상 일찍이 없던 내우외환의 국가적 비상사태입니다.


그녀 앞에 서면 왜 난 작아지는가


모든 일이 꼬이게 된 단초는 인사실패입니다. 44%의 지지율은 대통령의 ‘참으로 별난’ 인사 스타일을 보며 실망한 국민이 꺼내 보인 옐로우 카드였습니다. 불통 인사, 밀봉 인사, 깜깜이 인사, 나홀로 인사등 참으로 별난 인사 시리즈는 여론이 등을 돌리는데도 계속되다가,  마침내는 윤창중을 요직중의 요직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에 앉히는 ‘대형사고’ 까지 쳤습니다. 그렇게 자신있게 나홀로 인사를 했다면 내용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장관 후보자라는 사람들이 거의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위장전입, 탈세, 불법증여, 공금횡령, 직권남용, 병역기피, 부정축재–. 몹쓸 짓들은 다 했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최소한 두세명은 낙마하고 새 내각은 빨라야 3월 중순께나 출범할수 있을겁니다. 박근혜식 인사 파행이 빚은 국가적 손실과 정치적 댓가가 너무 큽니다.
박근혜의 청와대는 지금 온통 예스 맨 뿐입니다. 인사파행의 또다른 측면이지요. “그녀 앞에만 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가”라고  김수희의 노래 가사에 무릎을 치는 ‘박근혜 킷즈‘들만  바글댑니다.
 박근혜의 차디 찬 눈빛을 ’레이저 눈빛‘이라 명명한 언론인이 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측근이라도 “이러면 나와 같이 일 못합니다”라는 핀잔과 함께 레이저 눈빛 한방 맞으면 그것으로 끝장이라는 ’전설의 고향‘ 같은 얘기도 떠돕니다. 30년 이상 정치적 삶을 살아 오면서 겪은 숫한 음모와 배신, 그리고 여성이라는 열등적 정체성이 박근혜의 이런 차디찬 ’방어적 리더십‘을 만든 것 같습니다.
과거 박근혜 킷즈였던 어느 정치인은 그와 다시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지인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보고를 받다가 마음에 안들면 (박 대통령이) 쳐다보는 때가 있는데 그때는 오금이 저린다. 무서워서 못한다.”
‘오금’이 저리다 나중에는 ‘오줌’이 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영수 여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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