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김종훈, 어!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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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지난 해 7월 29일 인터넷엔 어떤 네티즌이 올린 해괴한 글 한 조각이 떴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누구라 말하긴 곤란하지만, 밤마다 뉴저지 팰리세이드 팍 한인 룸살롱을 돌아다니며 술을 퍼마시는 자가 하나 있습니다. 기분이 내키면 팁을 1만 달러씩 주기도 하고, 보통은 1천 달러씩 주는데, 웨이터 출신에게 벤츠를 사주고 운전사로 쓰며 술집 여자를 소개하는 채홍사 노릇까지 시킨 녀석으로, 성이 김가입니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댓글들이 붙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재산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술과 여자에 탐닉해서 맨하탄 한인 룸살롱과 팰리세이드 팍을 배회하는, 명성에 비해 저질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존재가치가 미화된다면, 인물의 평가 기준에 문제가 많습니다–”
“여긴 미국인데–별로 소문이 안 좋은 사람입니다. 자세히 보면 유난히 유명인들과 찍은 사진이 많더군요–.”
이 글들은 모두 재미교포가 올린 것인데, 소문이 안 좋다는 이 사람이 누군지 대부분의 교포들은 물론 모르고 넘어 갔습니다. 누군지 대개 짐작을 하는 이들도 1만 달러 팁 얘기나 ‘전속 채홍사’ 까지 두고 여자를 낚는다는 식의 얘기엔 고개를 모로 저으며 ‘설마’ 했지요.
그로부터 7개월 후 이 사람이 고국의 부름을 받고 금의환향했습니다. “명성에 비해 저질의 삶을 살며, 별로 소문이 안 좋은 사람”이라고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씹어댄 사람–. 그가 바로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픽업된 재미 동포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사장입니다.


김종훈 사퇴, 해외동포들 뿔나다


4일 김종훈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자리를 전격 사퇴하고, 짐을 챙겨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박근혜 초대내각의 ‘꽃’으로 화려한 스팟 라이트를 받은지 15일만의 씁쓸한 퇴장입니다. 250만 재미동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고, 제2 제3의 김종훈을 기대했던 700만 재외동포 사회 전체가 느낀 상실감과 실망감도 큽니다.
“조국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김종훈 후보자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사퇴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합의처리를 촉구하는 대국민 특별담화를 발표했지요. 대통령은 이스라엘 여군복 비슷한 ‘전투형’ 옷차림으로 국민 앞에 나와, 살벌한(?) 레이저 눈빛에 손으로 가슴을 치며, 야당과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일부 야당인사들은 “여성 대통령의 ‘앙칼’이 무서워 앞으로 정치하기 어렵게 됐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반미좌파들의 김종훈 때리기


김종훈의 중도 퇴장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2중국적이나 CIA 관련설, 미 해군 복무경력 같은 게 청문회 쟁점으로 불거져 나왔을 때만 해도, 정면 돌파 의지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헌데 그를 낙마 1순위로 꼽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야당과 반미좌파 세력이 단기적인 공격 효과가 좋은 ‘도덕성’ 쪽으로 과녁을 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김종훈은 청담동에 부인명의의 4층 빌딩 하나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 산 건물입니다. 이걸 투기목적으로 샀다고 시비를 거는가 하면, 지하에 있는 유흥주점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좌파들은 악악 댔습니다.
 IMF 때는 나도 친구 몇 명과 함께 10만 달러를 모아 한국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금 모으기로, 해외동포 사회에서는 달러 송금하기로, 온 한민족이 함께 힘을 모아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지요. 그때 김종훈이 청담동에 경매로 나온 집을 샀다면, 그건 애국이지 투기가 될 수 없습니다. 당시 김종훈은 세계의 성공한 100대 벤처 기업인중 1위였습니다. 보유재산의 1%도 안 되는 돈으로 산 빌딩이 투기용이라고 떠들어대는 한국의 배타적 ‘생떼 문화’에, 중학생 때부터 40년을 미국에서 산 그가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사소한 일 같지만 이 ‘청담동 건’이 “조국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한” 그의 꿈이 산산조각이 나는 단초가 됐습니다. 근거 없이 ‘성매매’ 얘기까지 나오자 부인과 두 딸은 미국으로 되돌아가자고 울면서 매달렸습니다. 그가 흔들리자 야당과 좌파는 화력을 이쪽으로 집중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저지 룸살롱, 라스베가스 원정도박, 1만 달러 팁, 여자 낚는 채홍사등 확인 안 된 사생활 관련 폭로가 인터넷과 좌파언론을 중심으로 급격히 퍼져 나갔습니다. 친북성향의 재미교포들과, 개인적으로 김종훈의 성공을 마땅챦아 하는 일부 교포들이 함께 ’김종훈 패대기치기‘에 나섰지요.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 중 진실은 오직 김종훈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돈이 많다는 것” 한가지뿐입니다.


한국,“아직 멀었다”


김종훈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 저명한 정보화 시대의 글로벌 인재입니다. 일찍이 ATM을 개발했고, 38세의 나이에 미국의 400대 부자대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1000만 달러에 매각 오퍼를 받았을 때 김종훈의 통신장비 벤처인<유리 시스템스>는 그 100배인 10억 달러에 팔렸습니다,
 김종훈이 CEO를 맡은 벨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만 13명을 배출한 미국의 상징 기업입니다. 미국의 정보통신 업계나 벤처 업계에서 김종훈은 레전드(신화)입니다. 중학생 때 이민을 와 메릴랜드의 빈민촌에서 신문배달과 수퍼마켓 아르바이트로 공부한 이민 1.5세가 이룬 불멸의 아메리칸 드림을, 미국인들은 존경과 경이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종훈이 이룬 개인적 성취와 도전정신, 그리고 미국에서 축적한 경륜이, ‘미래창조과학’이라는 한국의 새로운 성장분야 개척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그를 불러들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후진적인 관료문화와 우물 안 개구리식 정치문화가 일을 그르쳤습니다. 입에 담고 싶진 않지만 아직도 한국은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종훈 가고 안철수 오고–.


한국의 일부 언론은 김종훈의 미래부 장관직 포기를 “너무 가볍고 성급한 결정 아니냐”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국식 인사검증이 거칠기는 해도, 미국의 경우보다 더 혹독하고  엄격하다고 볼 수는 없으니 그 정도는 각오하고 이겨냈어야 한다는 논리지요. 박 대통령이 사퇴를 만류했을 때 김종훈은 “아내가 울고 있습니다”라고 울먹이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나는 고국의 장관직 보다 가족을 택한 그의 결정은 옳았다고 봅니다. 지금은 계백장군이 가족의 목을 치고 전쟁터에 나가 ‘진충보국’을 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장관은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지만 가족과 가정은 나만이 지킬 수 있는 절대 공간이며 절대 가치입니다.
귀중한 글로벌 인재 하나를 내쫓은 한국의 정치가, 이미 용도 폐기된 줄 알았던 ‘별 볼일 없는’ 벤처 출신 정치인 하나를 다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선 직후 미국으로 날아간 안철수가 오는 10일게 귀국해 다시 정치를 시작 한다지요.
야당은 리더십 부재 속에 계파간 집안싸움 하느라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정부여당은 새 정부 출범 2주가 지났는데도 내각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습니다. ‘정치 쇄신’ 구호 하나로 지난해 정치판을 헤집어 놓은 안철수가, 4월 보궐선거 출마라는 다소 성급하고 생뚱맞은 결심을 하고 나선 것은, 역시 지금의 찌질스런 정치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계속되는 구태정치와 현재의 위기적인 정치상황이 그를 다시 정치판으로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공한 벤처 기업인인 안철수와 김종훈을, 어떤 사람은 이렇게 비유하더군요. “이뤄놓은 성취도에서 보면 김종훈이 장관급이라면 안철수는 구청장급이다–.”
대통령 자리 놓치고 나서 구차하게 국회의원 자리라도 얻어 차겠다고 나서는 ‘구청장급’의 안철수가, 장관자리 박차고 가족의 품으로 쿨하게 돌아간 김종훈 보다 썩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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