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내쳐지는 MB맨들 ‘대규모 인사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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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본국 관가에 대규모 인사태풍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인사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대폭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정부 조직 개편이 지연되면서 이완된 행태를 보인 일부 공기업 기관장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확실한 책임하에 조직과 업무를 장악하라’는 새 정부의 메시지가 과거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의 ‘자리 보장’으로 오인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옥석을 확실하게 가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서 당면한 국정 과제를 언급한 뒤 “이런 막중한 과제들을 잘해내려면 인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인사가 많을 텐데”라는 말로 대폭적인 인사를 예고했고 ‘새 정부 국정 철학 공유’라는 인사 원칙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대규모 물갈이를 예고함에 따라 5년 전 점령군처럼 들어왔던 MB맨들이 이번에는 본인들이 쫓겨낼 판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낙하산을 솎아낸 자리에 또 다른 낙하산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공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논공행상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국정철학 공유’를 꺼내든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 없이 임명된 이들을 걸러내는 명분이면서, 한편으론 박 대통령 대선 승리 기여자, 측근 인사 등 코드가 맞는 인물들이 공공기관장에 입성할 길을 열어두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 날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 원칙은 한층 구체화됐다. 당선인 시절에 제시한 원칙은 ‘전문성’ 하나였으나 이날 ‘국정 철학 공유’라는 한 가지 원칙이 더 보태졌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25일 “공기업, 공공기관 이런 데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을 해서 보낸다. 이런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을 감안하면 지난 정권에서 전문성 없이 ‘낙하산’으로 이뤄졌거나 누가 보더라도 ‘MB 사람’이라고 인식돼 새 정부와 국정 철학을 공유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은 물갈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는 70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헌법기관 고위직과 고위 공무원, 검찰·경찰 등 특정직 공무원을 제외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공공기관의 자리는 590개에 육박한다. 한국전력공사·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 30개, 국민연금관리공단·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준정부 기관 87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기타 공공기관 178개가 대상이며, 이곳의 기관장과 감사가 모두 대통령의 실질적인 인사권 아래 있다. 이 가운데 연내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 감사 등이 100명 가까이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사퇴해 현재 공석으로 있다.


 MB맨들 100명이 1차 타깃


이 중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재편 과정에서 전문성 없이 낙하산으로 내려온 이명박 정부 인사는 물러나게 하고, 전문성을 갖춘 관료 출신 인사는 공공기관 및 기관장 평가 결과 등을 감안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차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 정권과의 친분 관계로 임명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관련 인사들을 중심으로 100명 정도의 기관장들이 교체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수행하고 있는 인사 평가 결과가 교체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 강만수 산업은행 지주회사 회장.   ▲ KT 이석채 회장.

무엇보다 금융권의 인사태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힌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금융권 실세라는 뜻으로 ‘4대 천왕’으로 불렸다.
특히 강만수 회장의 거취가 관심사다. 2008년 4월 15일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공공기관장 일괄사표 방침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강 장관은 공공기관장들의 반발 기류와 관련해 “정무직은 정권의 철학과 운명을 같이하는 자리다. 지난 정부에 임명된 수장들은 현 정부의 철학과 정책을 따르기 힘들다고 본다. 대통령과 함께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 이번 인사 태풍에 대표적인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는 포스코 정준양 회장.

5년 전 ‘강만수 장관’이 했던 발언은 정권이 바뀌면서 부메랑이 돼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에게 되돌아왔다. 대표적인 ‘MB(이명박)맨’인 강 회장의 거취는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장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강 회장이 물러난다면 공공기관에 일대 ‘인사 태풍’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공교롭게도 5년 전 MB 정부가 공공기관 수장들에 대한 물갈이를 할 당시에도 김창록 당시 산업은행 총재의 사퇴가 대규모 ‘사퇴 도미노’의 신호탄이었다. 금융계에선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어윤대 회장의 연임 여부가 금융권 물갈이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드 맞추기도 한창


포스코와 KT의 CEO 자리도 관심이다. 두 회사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지 오래됐고, 정부 지분도 전혀 없지만 정권 교체 때마다 수장이 바뀌었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공공기관 인사 원칙을 두 기업에도 적용하면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과 KT 이석채 회장은 전문성에선 큰 흠결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처음부터 포스코에서 성장한 인물이고, 이 회장은 과거 통신산업을 관장했던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정 철학 공유’의 원칙에선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다. 정 회장은 회장으로 선임될 당시 MB 정권 실세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있었고, 이 회장도 MB 정권이 임기가 남은 남중수 전 KT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앉힌 사람이다. 두 사람의 임기는 모두 2015년 봄 주총 때까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의 눈에 들어 임기를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기관장들의 움직임도 있다. 감사원이 대표적이다. 현재 2년 임기가 남은 감사원장은 <선데이저널>이 보도했던 대로 최근 4대강 및 한식세계화 감사에 나서며 박 대통령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이는 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임명됐던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 충성을 하며 연임을 할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경우다.



하지만 “국정철학을 함께할 사람을 쓰겠다”는 박 대통령의 방침은 산하기관, 공기업 인사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면에서 ‘박근혜식’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로 비쳐질 수 있어 우려와 비판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인사 기준으로 ‘국정철학 공유’ 정도만 언급했을 뿐, 전문성이나 청렴도 등 여타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 출범 과정에서 소외된 대선 공로자를 배려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구심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친박계는 박 대통령이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 기관에 앞으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한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선 후 의도적으로 배제되는 상황이었는데, 더 이상 ‘역차별’을 당하진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물갈이에 대한 비판적 기류를 감안한 듯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현 공공기관장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 장관과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전문성과 내부 신망을 점검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비서관도‘그 밥에 그 나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마무리했다. 비서관 인사를 둘러싼 온갖 잡음으로 취임 3주 만에 지각 인선이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공석 중이던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에 이혜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에 최형두 총리실 공보실장을 임명하는 등 40명의 비서관 인선 결과를 확정해 발표했다. 신설되는 국가안보실 소속 비서관 3명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해 이날 발표에서 빠졌다.
취임 3주가 돼서야 비서관 인선을 마무리 한 것은 비서관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결정적이었다. 당초 홍보기획비서관에는 이종원 전 <조선일보> 부국장이 내정됐다가 취소됐고 법무비서관으로 내정됐던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로스쿨 교수 재직 중 변호사 활동을 한 것에 대해 편법 논란이 불거지자 사의를 표명했다. 이 때문에 막바지에 이르렀던 인선 작업은 또 다른 후보군 검증에 들어가면서 차질이 생겼다.
또 민정비서관의 경우도 내정과 취소를 오가다 결국 이중희 비서관이 다시 임명됐고 사회안전비서관과 보건복지비서관의 경우도 다른 인사가 내정됐다가 최종 교체됐다. 이 과정에 ‘친박’ 실세들 간 권력암투가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번 청와대 비서관 인선의 특징을 살펴보면 비서실장 직속, 정무, 민정, 홍보 라인에 박 대통령의 측근과 대선 승리 공신들이 대거 합류한 게 눈에 띈다. 또 인수위 및 당선인 비서실 출신이 절반을 넘는 22명에 달해 ‘쓴 사람을 또 쓴다’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
비서실장 직속 비서관에는 박 대통령의 여의도 입성 후 십수년 째 보좌해온 최측근 보좌관들이 대거 포진했다. 총무비서관에 이재만 전 보좌관, 제1부속비서관에 정호성 전 비서관, 제2부속비서관에 안봉근 전 비서관이 각각 내정됐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이들은 새누리당 시절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렸다.
김선동 정무비서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을 도왔던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 백기승 국정홍보비서관, 최상화 춘추관장 등도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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