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공공의 적’ 된 원세훈 ‘비리 의혹,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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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운명이 바람 앞에 등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정보를 쥐락펴락했던 그가 출금까지 당하며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출금의  표면적인 원인은 국가정보원법 위반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적인 원인은 <선데이저널>이 869호를 통해 처음 보도했던 스탠포드 대학 외유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은 여러 가지 의혹으로 고소고발 됐음에도 불구하고 출국을 서두르다 결국 출국을 하루 앞뒀던 지난달 24일 법무부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됐다. 이제 원 전 원장은 국내에 발이 묶임과 동시에 꼼짝없이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문제는 비단 국정원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원 전 원장과 관련한 각종 개인 비리들이 사정기관에 잇따라 제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제보가 국정원 내부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가 원장으로 재직할 시절 국정원 내부에 얼마나 많은 반목과 갈등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원 전 원장을 둘러싼 국정원 내부와 사정기관의 긴박한 움직임을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원 전 원장에 대한 각종 비리첩보들이 사정기관에 잇따라 제보되고 있는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대부분의 내용은 원 전 원장의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관련한 사항이 아닌 그와 그의 아내와 관련된 첩보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원 전 원장의 UAE 원전 관련 의혹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모 사정기관에는 “원 전 원장이 UAE 원전 5~8호기(2013년말 혹은 2014년초 입찰 예정) 사업을 국내 대기업이 낙찰 받는 것에 관여해 그 대가성 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제보가 접수됐다. 뿐만 아니라 원장 재직 시절 공금을 전용해 사저를 리모델링했다는 의혹까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원 전 원장이 스탠포드 대학 유학과 망명을 대비해 샌프란시스코에 호화판 주택을 구입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본지가 확인 취재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단순히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개인비리와 같은 광범위한 의혹과 연관돼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여권은 특히 인터넷 댓글 사건의 초기에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이번 출금조치가 과거 정권에 대한 보복차원으로 비치는 것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의도적인 내사가 아니라, 정권이 바뀌고 난 뒤 조직 내부에서 여러가지 제보와 투서가 접수된데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출국금지는 정치적인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원세훈 정 원장은 국정원 정치 개입 지시 등 혐의로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총 5건의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다. 특히 이른바 ‘국정원 댓글녀 사건’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검찰 수사가 끝난 직후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다. 국정원의 최고책임자였던 원 전 원장이 국정조사 이전에 서둘러 해외에 출국하는 것 자체가 ‘도피성’으로 비쳐질 수 있고, 검찰로서도 출국을 용인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의도와는 상관없이 신·구정권간 갈등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사 결과에 따라 사태의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긴박했던 출금조치 


원세훈 전 원장이 25일 출국되기 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의 출국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것은 22일부터다. 출국설의 핵심은 그가 스탠포드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해외에 장기간 머물 예정이었다는 것이었다. 이는 <선데이저널>이 원 전 원장의 퇴임 2주전 보도했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다음은 2월 13일자 본지 보도의 한 내용이다.
“선데이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최근 국정원 내부에서는 최근 원세훈 원장의 퇴임 후 이곳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탠포드 대학으로 유학을 온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소문의 핵심은 원 원장이 퇴임 후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원 신분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과연 퇴임 후 곧바로 외국에 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출국설이 퍼지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혀졌다. 특히 전직 정보수장이 이임하자마자 연구를 빙자하며 해외로 출국하려 한 사실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또한 전직 국정원장이 ‘객원 연구원’이라는 직급과 분수에도 맞지 않는 처신을 한데 대해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비판마저 제기됐다.
이에 원 전 원장은 도미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는 본지가 관련 보도를 했을 때부터 줄곧 해왔던 얘기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은 24일 해외로 출국하려다 포기한 것이 본국 몇몇 언론의 취재에 의해 밝혀졌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4일 오전 11시 5분 서울 출발 일본 도쿄 나리타행 델타항공 578편 항공권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 전 원장은 닷새 뒤인 29일 저녁 7시 35분 도쿄를 출발해 서울로 돌아오는 델타항공 579편도 함께 예약했다. 원 전 원장은 몇몇 국정원 간부에게 “일본에 가서 며칠 쉬다가 오겠다”면서 “다녀와서 4월 8일 저녁을 함께 하자”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단 일본으로 출국한 뒤 일정을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다 미국 항공사인 델타항공을 이용했다는 점도 그의 해명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당장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금조치를 요구했다. 법무부도 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곧바로 원 전 원장을 출국 금지조치했다.


수사촉구하는 야당













 ▲ 민주노총과 전교조, 4대강 범대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원세훈 국가정보원 원장을 고발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당장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주통합당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원 전 원장을 고발한데 이어 직권남용 위반,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민주당 ‘원세훈게이트 진상조사위’ 소속 위원들은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오후에는 대검찰청을 방문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원세훈 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것은 다행이나 신속한 소환조사가 필요하다. 또 국정원 댓글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명은 이어 오세인 대검 기조부장을 만나 원 전 원장과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 등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 배후에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펴 왔다. 원 전 원장은 지난달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라는 국정원 내부문건을 공개한 이후 민주노총, 4대강범대위, 참여연대, 민변, 전교조 등으로부터 잇따라 고소·고발당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원 전 원장은 부임한 2009년부터 지난 1월까지 적어도 25차례에 걸쳐 각 단위 부서장과 지역 지부장이 참석한 확대부서장회의를 열었고, 국정원은 이 회의에서 원 전 원장이 핵심적으로 지시·강조한 사항을 정리해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 게재했다.
게시판 자료에는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한·미 FTA 처리 등 국내정치 현안에 개입을 지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19대 총선 직후에는 “선거 결과 다수의 종북인물이 국회에 진출했다. 원에 대한 공세 예상되니 대처(2012년 5월20일)”라는 원 전 원장의 메시지가 게재됐다.
특히 지난 2일 열린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은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채 후보자는 “취임 후 전모를 파악하고 수사 체제를 정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채 후보자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총장 후보자로서 그 사건의 중차대성, 여러 가지 중대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통합당 전해철 의원의 “출국금지된 이후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그 사건에 대해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공소시효도 있고 사안이 시급하므로 취임 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뒤 법리검토를 벌이고 있으며, 고소·고발인 조사 이후 원 전 원장의 소환 시기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댈 곳이 없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 전 원장이 기댈 곳은 별로 없어 보인다. 현 여권도 원 전 원장의 국정원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최근 검사가 국정원 감찰실장(1급)에 임명된 것은 현 국정원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3일자로 국정원 감찰실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장호중 법무부 감찰담당관(차장검사급)은 감찰실장으로는 첫 외부인사다. 국정원이 내부 조직 감찰과 직원 징계 등을 담당하는 감찰실장 자리에 현직 차장검사를 내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국정원 인사 및 조직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남 원장은 일찌감치 감찰실장에 현직 검사를 앉히겠다고 마음먹고 적임자를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원 전 원장 재임 시절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던 직원들이 원 전 원장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내부의 고위 간부는 ‘원 전원장의 가장 큰 실책은 민병환(고 민관식 장관의 둘째 아들) 전 차장을 너무 의지했던 것이 화근 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안보 정보 라인의 문외한이었던 원 전 원장은 민 전 차장을 너무 신임했으며 민 전 차장은 온갖 방법을 동원 정권 재창출을 위해 불법수단을 동원해 국정원 내부에서도 마찰이 심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 어떻게 바뀌나

박근혜정부 국정원이 대대적인 내부 쇄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정상궤도에서 이탈했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쇄신 초점은 두 가지다. 우선은 조직혁신이다. 지난 5년간 국내정치 편향을 보인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도록 조직을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론 과거청산이다. 국정원에 정치바람을 일으킨 인사들에 대한 검증과 문책이다. 이른바 원세훈라인의 거취가 관심이다. 군 출신인 남재준 신임원장이 국정원을 권력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 원장은 취임 즉시 조직개편팀을 가동했다. 이 팀은 국정원 조직을 전면적으로 점검해 어떻게 바꿀지 복수 안을 내놓는 게 임무라고 한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조직개편의 첫 원칙으로 ‘현 안보상황에 맞는 정보기관으로의 개편’을 내세운 걸 보면 국내정치보다는 대북·대공 파트에 무게가 실리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직개편팀에 (국내파트 요원보다) 수사파트에서 더 많이 들어간 걸 보면 답은 충분히 예상되지 않냐”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국정원이 지나친 국내정치 편향성을 보이면서 대북·대공 업무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을 의식, 박근혜정부 국정원에선 대북·대공 파트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다.

남 원장과 청와대는 국정원 안팎의 경로를 통해 이명박정부 국정원 5년에 대한 내부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이 문제였고, 누가 이를 주도했는지 다각적인 사전점검을 한 것이다. 이 결과, 일정부분 과거청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와관련, 한달전쯤 국정원이 추천했던 청와대 파견직원 명단을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 재직시절 보낸 국정원의 명단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명단에 포함된 일부 직원은 원 전 원장측과 가깝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남 원장은 장호중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감찰실장에 임명한 데 이어 특보 또한 외부인사를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원 전 원장 시절 임명된 현직들과 달리 객관적인 과거검증과 청산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현재 주요보직자들은 전부 원 전 원장이 임명한 사람들이라, 그들을 내세워선 객관적인 검증과 청산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입파들이 과거검증과 청산에 나설 경우 원세훈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이명박정부와 가까웠던 일부 직원들은 지난 5년간 청와대와 국정원 감찰실 등에 포진해 전횡을 일삼았다는 내부 비판이 거셌다. 이들은 남 원장 취임 이후에도 3급이상 보직을 유지하고 있다.
국정원은 조만간 1, 2, 3차장과 기조실장 인선도 단행할 예정이다. 남 원장의 쇄신을 뒷받침할 인물이 발탁될 지 주목된다. 이미 일부 국정원 인사들은 내부 승진을 바라고 지난해 대선전부터 박근혜정부 핵심부에 줄을 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국정원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기조실장에는 TK출신 기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4대 권력기관장에는 TK출신이 없다. 박 대통령 측근인 최외출 영남대 교수와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역할을 한 전직의원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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