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핵 장난‘시건방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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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시집가는 달에 등창이 난다더니 우리 부부가 그 짝입니다. 10여년 만에 겨우 짬을 내 고국으로 꽃 나들이를 가려는데, 하필이면 이때 전쟁이 난다고 저 야단들입니다. 꽃 나들이는 커녕 핵 전쟁이라도 나면 곧바로 ‘저세상 나들이’를 가게 되는건 아닌지, 켕기고 심난합니다.
 내 아들 딸과 손주들은 가지 말라고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영어권인 그들에게, 북한의 미치광이 세습 독재자가 벌이고 있는 지금의 ‘핵 공갈 자해극’은, 더할 나위 없이 공포스러울겁니다. 미국인들뿐 아니라 온 지구촌 사람들이 한반도의 현 상황을 당사자인 우리들보다 훨씬 더 엄중하고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 간다니까 한인 동포들은 “잘 다녀오라”고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데, 미국 사람들은 예외 없이 “Be careful!” 하고 걱정을 합니다. 한 미국인 친구는 ”한국 가면 윗동네 사는 Bad guy(나쁜 놈) 조심하라“고 농반 진반 충고도 해줬습니다. 걱정해 주는 미국 친구들이 고맙지만, 제 나라에 가면서 남의 나라 사람들한테 이런 인사를 받아야 하는 분단 민족의 모진 팔자(?)에 ‘왕짜증’이 나려합니다.
 우리 부부는 4월 말로 예정된 모국 방문을 ‘강행’키로 했습니다. 한국은 여기서 생각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평온하다지요. 사람들은 류현진의 2연승-3안타에 열광하고, 젊은이들은 싸이의 알랑가몰랑 시건방 춤에 미칩니다. 봄 꽃 나들이 인파가 고속도로와 온 산야를 덮습니다.
 부모의 한국행을 걱정하는 아이들을 달래 줍니다. “별일 없을거다. 전쟁 나서 아빠 엄마 잘못돼도 너희 남매는 서로 아껴 주며 잘 살아야 한다. 내 손주들 모두 착하고 바르고 정직한 아이들로 키워라–.”
 말을 하고 나니까 ‘유언’처럼 들려, 기분이 어째 좀 그렇습니다.


북의 미 본토 타격은 코미디


김정은은 과연 전쟁을 일으킬까요? 전쟁의 목표가 승리와 생존이라면 결코 그는 전쟁을 도모할 수 없을 겁니다. 며칠 전 한반도 상공에 뜬 미국의 구식 전략 폭격기 B-52 한 대의 화력만으로도 북한 전역은 잿더미가 됩니다. B-52에 이어 B-2 전략 폭격기와 F-22스텔스 전투기 까지 뜨자 김정은은 잔뜩 쫄아, 그 이튿날 미 본토 타격계획이라는 코미디 같은 공갈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북한의 미 본토 타격계획엔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하와이 알래스카와 태평양 함대사령부가 있는 샌디에고, 텍사스의 오스틴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에 핵 탄두를 싣고 날아가 이들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겁니다.
지난주 북한의 중앙통신은 전략 미사일 부대를 방문한 김정은이 인민군 수뇌부로 부터 미국 공격계획을 브리핑 받는 ‘1호사진’을 내보냈습니다. 김정은이 앉아 있고 뒤에 미사일부대 최고 사령부의 ‘장령’ 4명이 둘러 서 있더군요. 왼쪽 벽에 한반도와 미국지도, 그리고 대포동 미사일이 미 본토로 날아가는 궤적을 그려 넣은 한 장 짜리 종이괘도가 걸려있습니다.
 ‘미 본토 타격계획’이라는 제목 글자가 쓰여 있는 이 ‘작전 요도’ 한 장으로, 수천 킬로 떨어져 있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도시들을 초토화시키겠다고, 애송이 지도자 김정은은 재롱(?)인지 공갈인지를 늘어 놓습니다. 조선왕조 시대, 병조판서가 임금한테 북쪽 오랑캐 토벌 작전을 ‘브리핑’ 할 때도, 이렇게 엉터리로 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미본토타격 협박은 결국 실현 의지도 가능성도 전혀 없는 100% 국내용 ‘엄포 쇼’입니다.


 김정은의 전쟁 공포증


북파 공작원 출신 한 인사가 며칠 전 TV에 나와, 놀랍고도 흥미있는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는 한반도의 핵 전쟁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의 세습 독재자인 김정은을 제거하는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김정은 제거법’이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나 같은 북파 공작원 출신 ‘암살조’를 몇 명만 보내면 간단히 김의 목을 따올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위험 부담이 크고 성공 확률도 낮을 것 같은데, 그는 자신만만입니다. “북한의 경비태세는 의외로 허술합니다. 해안선이 뻥 뚫려있어요. 침투해 들어가기가 생각보다 쉽습니다.“
과거 몇 차례 북한을 안방 드나들듯 다녀온 베테랑 공작원의 얘기니까 허술히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 전역이 요새화돼 있고, 국가예산의 태반을 선군정치에 쏟아 붓고 있어, 그들의 군사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할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입니다. 헌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군대는 부패하고, 한 끼에 감자 두 세알이 주식인 병사들의 사기와 전투능력은 ‘바닥’입니다. 전쟁장비들은 모두 낡아 고철 덩어리입니다. 만약 재래식 전쟁이 나면, 인민군 병사들은 밥 달라고 초코파이 달라고 울부짖으며, 떼 지어 한국군 진영으로 투항해 올지 모릅니다.
탈북 언론인인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가 지난주에 쓴 글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김정은도 자신의 처와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가 대한민국에 전쟁공포를 주입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가 대남협박 밖에는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아마 김정은 자신이 가장 전쟁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제재와 응징으로 김정은 굴복시켜야


지난 한달여 사이 김정은은 전쟁 위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미국과 양자 담판을 벌이려고 쓸 수 있는 카드를 거의 다 썼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무시한채 전례없이 강한 무력시위로 압박해 들어오고, 믿을만한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도 차갑게 돌아 앉았습니다. 유엔의 경제제재는 날이 갈수록 숨통을 죄어 오는데, 미국은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스위스 은행의 김가 일족 비밀계좌까지 들추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여론 역시 북한의 핵전쟁 협박에 싸늘히 돌아섰습니다. 대북 강경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새 대통령의 인기는 인사실패로 40%까지 추락했다가, 북한변수를 물 타기 하면서 50%까지 반등했습니다. 2~30대 젊은 층이 과거 ‘햇빛우호 세대’에서 ‘김정은 멘붕세대’로 돌아서는 주목할 현상이 여론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1인당 소득은 1000달러 정도로 한국의 20분의 1 수준입니다. 전체 GDP는 한국의
40분의 1 정도입니다. 이런 경제력 격차로 전쟁을 도발해 이긴다는건 인류사에 없는 일입니다. 방법은 단 하나, 핵이나 화학무기를 동원한 도발인데, 이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일 뿐입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미양국과 국제사회가 벌인 북한과의 핵 협상은 총체적인 실패였습니다. 그들은 핵 포기 댓가로 챙긴 막대한 재원으로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해, 이제는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사실상의’ 핵 강국이 됐습니다. 결론은 명백합니다. 재래식 협상이나 어떤 종류의 거래도 더 이상은 무의미합니다. 대화 창구는 열어놓되 그들이 먼저 두렵고 아쉬워 손을 내밀게, 협상 주도력을 우리 쪽이 가져야합니다. 무력 도발이 있으면 한국의 월등한 재래식 전력으로 열배 스무배의 응징을 해야 합니다. 어차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김정은이 쓸 수 있는 선택은 제한적입니다.
우려했던 대로 개성공단엔 지금 한국측 직원 100여명이 사실상 인질상태로 잡혀있습니다. 음식물과 최소한의 생필품만이라도 반입하게 해 달라는 입주회사들의 요청마저 거부당했습니다. 이참에 개성공단에서 미련없이 철수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입주업체들의 손실은 북한에 주려고 쌓아놓은 수천억원의 남북협력 기금에서 보전해 주면 됩니다.
“김정은 정권의 종말은 머지않은 장래에 찾아오겠지만, 당장 내일 무너진다 해도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한 유력 경제지는 엊그제 이런 내용의 북핵 위기 관련 특집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경제와 군사, 투 트랙의 압박으로 강하게 밀어 부치면 김정은의 목을 따기 위해 북파 공작원들을 위험한 사지로 올려보낼 필요도 없겠습니다. 한 손엔 핵을, 다른 한 손엔 미사일을 들고 까불어 대는 김정은의 알랑가몰랑 시건방 춤이 끝날 날이 점점 가까이 다가 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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