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취재> MB숨통 죄는 민간인 사찰 의혹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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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5년 간 최대 이슈였던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다시 한 번 정가에 거센 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해 7월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새 정부 출범 후 국정조사를 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정권 출범 후에도 여전히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는 캄캄 무소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조를 재촉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여기에 민간인 사찰에 연관되어 유죄를 받은 인사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이 재조명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민간인 사찰 의혹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검찰의 두 번에 걸친 수사에도 밝혀내지 못했던 사찰의 몸통이 이번에는 드러날 수 있을지 여부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정권 최고위층의 연루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 조사의 핵심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민간인 사찰 여부를 최소한 보고받거나 또는 몸통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정황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 것이 <선데이저널>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따라서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는 국정원 검찰 수사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의 숨통을 죄는 또 다른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민간사찰’ 장진수씨 서울중앙지검 소환 :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증거인멸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왼쪽)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변호인과 함께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선데이저널>은 지난해 검찰 수사 당시 밝혀내지 못했던 관봉 5000만원과 관련한 의미 있는 정보를 입수했다.
관봉 5000만원이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건네진 돈을 말한다. 장 전 주무관은 항소심 선고 직후인 2011년 4월13일, 관봉 5000만원을 류충렬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에게 받으면서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준 돈”이라고 들었다고 밝힌 바 있었다. 실제로 류 관리관은 2011년 1월13일, 장 주무관과 통화하며 5억~10억원 정도의 보상이 가능하다고 말했고 “어쨌든 (돈이) 나오는 건 청와대에서 나오는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봉 5000만원 등 지원관실 직원들의 입막음용 현금을 청와대에서 마련했다는 강한 의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류 관리관은 검찰 조사에서 “장인이 마련해준 돈”이라며 “장인은 (2012년) 1월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돈의 출처를 ‘말이 없는’ 고인에게 떠넘기는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검찰은 2차례에 걸친 수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고 결국 관봉 5000만원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출처


하지만 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이와 관련한 국세청 내부의 제보가 민주당 측으로 들어갔고, 민주당은 제보를 바탕으로 재조사를 한 결과 상당히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5000만원은 국세청 이현동 전 청장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받았으며, 이 돈이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기업은 이명박 전 정부 시절 가장 많은 특혜를 받았다고 알려진 기업이며, 돈을 마련해준 것뿐만 아니라 사찰 관련자 중 일부가 이 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전 청장이 5000만원을 마련했다는 의혹은 당시에도 불거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전 청장이 그 돈을 어디에서 마련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었다.














 ▲ 이현동 전 청장
당시 이석현 민주당 전 의원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으로 건넨 관봉 5000만 원은 민정수석실이 비공식으로 조성한 비자금이라고 한다”며 “(이 돈은) 원래부터 민정수석실에 있던 돈이 아니고, 이현동 국세청장이 기업으로부터 마련해 민정수석실에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 의원은 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민간인사찰 재수사에 착수한 이후, 관봉 5000만 원을 이현동 청장이 마련했다는 것을 듣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윗선 지시에 의해 사건을 덮었다”며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관봉 5000만 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정수석실 비자금 전반으로 퍼질 수 있는 사안이어서 청와대와 총리실이 초긴장하고 검찰도 민정수석실이 비자금을 운영한 것을 알면서도 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민정수석실에는 그런 돈이 없다. 민정수석실에서 나온 돈이 절대 아니다”고 답변했다. 권 장관은 앞서 관봉 5000만 원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출처에 대해 검찰이 다각도로 수사했으나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덮으라고 한 윗선은 없는 걸로 안다”며 “민정수석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비자금 조성 의혹을 부인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관봉의 출처가 드러나면 민간인 사찰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국세청장과 대기업이 민간인 사찰에 연루되었다는 것은 정권 차원의 조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불똥이 당시 정권 핵심으로 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 기업의 경우 이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현동–대기업 출처설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이현동 전 청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TK출신으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전 청장은 이미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정권 말 국세청장은 이현동”이란 말을 들었던 인물이다. 한상률 전 청장에게 호되게 당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를 감안해 본다면 국세청장만큼은 최측근을 앉힐 것이란 말이 많았고 대표적으로 거론된 것이 바로 이현동 전 청장이었기 때문이다.


몸통 밝혀질까


일각에서는 5000만원의 출처가 대통령 특수활동비에서 나온 돈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대통령 특수활동비란 대통령이 특별한 업무수행에 사용하는 예산으로 주로 각 기관이나 단체에 주는 금일봉, 조의금, 명절 격려금 등으로 사용된다.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 연간 110억 원에 이른다. 지난 2009년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총 12억50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만약 관봉이 대통령 특수활동비에서 나왔다면 그것은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는 관봉의 출처를 밝히는 데서부터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갈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두 차례나 수사를 했지만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은 끝내 밝히지 못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보고라인의 꼭대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확보하고도 결론 내리기를 꺼렸다.












지원관실의 실체는 2008년 8월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이른바 ‘일심 충성’ 문건)에 집약돼 있다. 문건은 “통상적인 공직기강 업무는 총리가 지휘하되, 특명사항은 VIP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원관실이 이 전 대통령의 ‘특명’을 수행하는 비선 조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건은 또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실→BH(청와대) 비선→VIP (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고 명시했다. 보고라인의 최종 윗선에 이 대통령이 있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민간인 사찰 사건 수사의 발단이 된 김종익씨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을 이미 2008년 9월에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원관실 서무로 일했던 전아무개(39) 사무관은 지난해 5월 검찰 조사에서 “2008년 9월 말 금요일, 진경락 과장이 동자꽃(김종익씨의 블로그 아이디) 관련 건을 포함해 10건 이상을 이영호 비서관에게 보고했다. 그날 (지원관실 여직원) 유○○이 그 보고서 내용을 줄 간격 맞추고 편집하는 작업을 했고, 당시 진 과장이 내게 ‘그 보고서를 일요일 아침에 이영호 비서관이 대통령께 보고한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원관실의 비선 라인은 ‘이인규 지원관→이영호 비서관→박영준 국무차장’이라며 ‘윗선’은 박영준 전 차장이라고 주장했다. 수사 검사는 박 전 차장을 불러 “지원관실 문건 중 ‘조치결과’에 ‘인사개입 추가해서 VIP께 보고(박차)’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당시 피의자가 인사개입 정보 등을 추가해서 VIP께 보고하라고 재지시까지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전 차장은 엉뚱한 답변을 했지만, 더 이상 검사의 추궁은 없었다.
결국 검찰은 스스로 ‘몸통’이라고 밝힌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구속기소했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직적 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입 의혹도 불거졌지만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는 이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개입 등에 대한 의혹을 일부 밝혀내 검찰 수사를 무색하게 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민간인 불법사찰 업무를 담당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교체 관련 보고를 받았고, 당시 민정수석인 권재진 법무부장관 역시 지원관 교체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기재된 문서가 드러났다.

인권위는 비선의 지휘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친위조직을 만들고 ‘범 P-group(영포라인)’이라는 비공식 외곽 친위조직을 구축해 ‘반 MB’ 인사 등 민간인들에 대한 사찰에 관여하거나 그 결과를 공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계기로,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사찰의 재발 방지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무총리에게 입법 조치와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조사 결과와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명박 정부의 사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강도높은 민간인 불법사찰 재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야당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검찰 및 인권위 조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던 윗선의 개입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국정조사가 시작된다면 이 부분을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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