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검 특수부, 4대강 건설사 ‘검은 커넥션’ 압수수색 막전…

이 뉴스를 공유하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후 사실상 중수부의 기능을 가져온 것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다. 중수부 폐지 직전 중수부 1,2 과장을 맡았던 여환섭, 윤대진 검사는 최근 인사에서 특수 1,2부 부장검사로 그대로 옮겨왔다.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현재 특수부를 사실상의 중수부라고 부른다. 그런 특수부가 처음 정조준한 사건은 다름 아닌 4대강 사업이다. 검찰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대대적 압수수색을 신호로 본격화된 ‘4대강 사업’ 수사가 단순한 ‘입찰 담합 규명’을 넘어 건설사들의 비자금 비리, 권력과의 유착 관계 등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검찰이 압수수색한 30여개 건설사 중 1차적인 수사 대상은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지난 2008년과 2009년 정부가 대주주였거나,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건설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본지가 지속적으로 보도했던 도화엔지니어링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수사에 200명이 동원된 사상 초유의 4대강 건설사들 압수수색의 막전막후를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15일 오전 검사 10여명과 수사관 등 200여명을 동원해 대형 건설업체 16곳과 설계업체 9곳 등 25개 업체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 주체인 특수1부뿐 아니라 3차장 산하 특수·강력·첨단범죄·금융조세조사부에서 검사 1∼2명씩을 충원했다. 검사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대형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던 대검 중앙수사부(지난달 23일 공식 폐지)를 제외하고 최근 몇 년간 이런 대규모 수사를 진행한 적은 없다.
또한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의 디지털 증거분석 수사관과 첨단범죄수사과의 회계분석 수사관들도 대거 투입됐다. 이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 투입하는 인력과 맞먹는 규모다. 검찰의 이번 4대강 수사는 이미 예견된 수순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명사건이다. 무려 50조원이 투자(명목상은 22조)된 4대강 사업은 그 동안 무수히 많은 의혹을 남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포항출신 건설사들의 담합은 물론 이상득 전 의원(구속수감중)을 비롯한 친인척들의 이권사업으로 제주머니만을 챙긴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 온상이었다.


극도의 보안에 붙여진 압수수색














▲ 검찰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입찰 담합 의혹이 있는 대형 건설사 등 수십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15일 저녁 서울 중구 남대문로 GS건설본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당시 압수수색에 참여했던 수사관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은 압수수색 당일 아침까지도 자신들이 압수수색에 동원되는지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새벽에 출근해 무작정 차량에 태운 후 어디론가 이동했다. 이동 도중에 압수수색 영장을 나눠주며, 범죄사실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번 압수수색은 극도의 보안에 부쳐졌었다.
검찰의 이러한 압수수색의 배경에는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여환섭 특수 1부장의 역할이 컸다. 여 부장은 ‘독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치밀하고 집요한 수사로 정평이 나 있다. ‘성동격서’ 수사 전략도 곧잘 구사한다. 2003년 굿모닝시티 비리 사건 때는 주임검사로서 사전에 국회 속기록 등 방대한 관련 자료를 검토·분석한 뒤 수사에 착수해 당시 여권 실세였던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금품수수 사실을 밝혀냈다. 대검 중수2과장이던 지난해에는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의 탈세 혐의를 치고 들어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수사를 확대했고, 결국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시켰다. 이번 압수수색도 여 부장의 진두지휘 아래 철저하게 준비되어 왔다.
대상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담합 과징금이 부과된 현대건설·삼성물산ㆍ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대림산업ㆍSK건설ㆍ현대산업개발 등 8곳과 시정명령을 받은 금호산업, 쌍용·한화·계룡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경남기업, 삼환기업 등 8곳이다. 여기에 본지가 몇 차례에 걸쳐 보도했던 도화엔지니어링 역시 이번 압수수색에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급성장 도화엔지니어링 본격수사


도화엔지니어링은 4대강 사업으로 급성장하며 지난 2010년 한국의 아리지 골프장과 일본의 아리지 골프장 인수에 이어 LA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무어팍 골프장까지 인수했던 업체다. 당시 본지는 무어팍 골프장 인수를 위한 신설법인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던 바 있다. 본지 보도로 촉발된 도화엔지니어링은 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조사를 받고 결국 무어팍 골프장 인수 자금과 관련해 50억여원의 추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됐었다.
도화엔지니어링은 2009년 4대강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지난해 국내 토목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1위 업체로 급부상하며 ‘4대강 최대 수혜 업체’로 불렸다. 국세청은 지난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도화엔지니어링을 특별 세무 조사하기도 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5일 역삼동에 있는 도화엔지니어링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현대건설의 협력업체 도화엔지니어링 압수품 목록에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의 기본·실시 설계, 변경 설계 및 설계인력, 생태 하천 실시 관리 등의 압수품이 기록돼 있다. 4대강 마스터플랜 수립, 4대강 선형 관광자원 타당성 조사, 섬진강 수계 하천 기본 계획, 협력업체 현황 등도 기입돼 있다. 검찰은 사업부, 경리부, 수자원개발부, 기타 관리파트 등의 압수수색을 통해 도화엔지니어링에서만 서류 200여건과 회계장부 등 10박스 분량의 증거물을 확보했다.

검찰이 수 십 곳에 이르는 건설업체를 압수수색함에 따라 이번 수사의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에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이 발주됐던 2008년과 2009년에 정부가 대주주로 있던 건설사들이 주 타깃이 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금은 현대차그룹 소유지만 당시만해도 현대건설의 대주주는 산업은행이었다. 이번 압수수색에서도 현대건설과 관련해 김중겸 전 사장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선데이저널>이 확인한 압수 목록 교부서엔 ‘피의자 김중겸 등에 대한 피의 사건에 관해 압수했다’고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이미 현대건설 전·현직 임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4대강 1, 2차 공사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의혹 등 6건을 수사하고 있다.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서는 중앙지검 형사7부에서 지난해 6월부터 수사해 왔다. 특히 현대건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장을 역임했던 회사로 4대강 사업 시작 때부터 현 정권과의 유착의혹이 나돌았던 회사다.


현정권 유착 의혹 대기업들이 타깃













 ▲ 현대건설 김중겸사장.
또한 현재도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건설 역시 주요 수사대상이다. 이미 지난해 대구지검의 수사 결과, 대우건설은 낙동강 칠곡보 공사를 비롯해 자신들이 맡은 4대강 3개 사업에서 13억1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다음 차액을 돌려받거나, 하청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기는 방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정권 내내 외압 의혹에 시달렸던 포스코건설 역시 검찰의 주요 타깃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4대강 범국민복원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가 고발한 입찰담합 의혹을 먼저 규명한 뒤 대형 건설사들의 ‘비자금 조성’뿐 아니라 입찰과정에서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도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감사원은 올해 1월부터 국토교통부 등 6개 기관과 4대강 시공업체를 대상으로 입찰담합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업체 측이 입찰 평가위원들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4대강 사업이 22조원의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된 초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비자금 용처 수사를 하다 보면 전 정권 고위 인사들의 비리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특수부가 나선 만큼 단순 불법입찰담합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의 홍수와 환경오염을 막는다는 명목하에 정권 초부터 추진한 역점사업이었다. 총 사업비는 22조원 규모였다. 전국 95개 공구에 국내 중·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4대강 사업은 초기부터 부정 입찰, 비자금 조성, 부실공사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은 물을 가두는 보(洑)를 건설한 1차 공사와 하천 환경을 정비하고 강바닥의 흙을 긁어낸 2차 공사, 수질개선 사업까지 세 단계로 이뤄졌다. 건설사들의 담합은 이들 단계의 모든 입찰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가장 핵심은 5년 전 검찰이 태광실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것처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는 본지가 꾸준히 제기해왔던 부분이다.




핵심은 친MB기업 정조준


이미 4대강 공사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을 가진 업체에 물량이 몰리고, 해당 업체에 공사비가 높게 산정돼 특혜 의혹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견 건설업체인 태아건설은 4대강 사업에서 6건의 하도급을 받아 모두 1414억원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태아건설을 운영하는 김태원씨는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기로 현대건설에서도 함께 근무했다.
태아건설이 받은 평균 하도급률은 1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률이란 원청업체가 낙찰받은 공사비 중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금액의 비율로 보통 90% 미만이다. 100%를 넘는다는 얘기는 원청업체가 낙찰가보다 많은 돈을 하청업체에 줬다는 뜻으로 정상적인 거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태아건설이 2009년 현대건설로부터 낙동강 22공구 토목공사와 다기능보 하도급 공사를 수주할 때의 하도급률은 각각 114%와 124.4%에 달했다. 대검 범죄정보 담당 부서가 최근 이러한 의혹을 추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4대강 수질개선 사업에 참여한 코오롱워터텍이 관련 공무원과 심의위원 등에게 10억원 넘는 현금을 건넨 정황을 보여주는 문서도 공개됐다. 이 문서에는 각 사업장에 수천만~수억원을 할당한 것으로 나온다. 경남 진주의 경우 심의위원에게 1200만원, 지자체에 2억1350만원을 할당했다. 코오롱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사장으로 재직했던 기업이다.
이미 수사팀 사이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돈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데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결국 이번 수사의 귀착점이 정·관계 로비 의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일차적으로 건설사들의 불법 입찰담합 의혹을 규명한다면 입찰조사 뒤 과징금 부과에 그친 김동수 전 공정위원장을 포함한 공정위 직원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화엔지니어링은 대규모 예산이 집행되는 만큼 수혜를 본 기업들 중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가장 큰 성장을 거듭한 업체 중 하나인 ‘도화엔지니어링(종목코드 : 002150)’은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을 비롯해 국내외 골프장 건설과 매입, 관급 공사 등으로 가장 많은 특혜를 본 기업으로 지난 2011년에는 기업을 상장시켜 세간을 놀래게 만들었으며 뒤이어 종편진출, 해외골프장 매입 등 파격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도화엔지니어링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집행된 4대강 사업의 최대 수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4대강 사업의 토목공사를 독점하다시피 해 성장한 기업이다.
특히 도화엔지니어링은 2011년 미주 지역 계열사를 신설하고 이를 통해 미주 한인들에게도 친숙한 북서쪽 벤츄라카운티의 명문 세미 프라이빗 골프코스인 무어팍 골프장을 2,200만 달러에 매입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는 재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선데이저널>이 자금 출처에 의혹을 제기하고 이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 보도하자 국세청 조사4국은 이례적으로 도화엔지니어링을 압수수색해 특별조사를 한 끝에 5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아울러 도화엔지니어링은 차세대 미디어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종합편성 TV사업과 관련 동아미디어그룹이 주도하는 채널 A 지분을 11% 이상(계열사 건화 지분합산) 확보하는 등 사실상 2대 주주로 올라선 것 또한 큰 눈길을 끈다.
도화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25. 61%)이자 실질적 권력자인 곽영필 회장은 2010년 대한민국 신흥부호 400위 순위에 올랐으며 개인재산 643억으로 308위에 랭크된 재력가다.



도화엔지니어링은  금강 6공구, 낙동강 18공구 등 4대강 사업 설계, 경인운하 사업 설계 등을 주로 맡아오며, 최근 몇년 사이 4대강 사업을 통해서만 약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실상 4대강 사업의 최대 수혜주였다고 할 수 있었던 것.
이런 도화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상장과 동시에 발 빠르게 미주지역 계열사 신설을 통한 일본에 아리지 골프장과  LA 무어팍 골프장 매입, 그리고 차세대 사업인 종합편성 TV사업 지분참여까지 가시화시키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시키고 있어 그 배경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외아들 곽준상씨에게 경영권 승계작업이 진행 중이며 일본(아리지 JAPEN)과 미국 현지 법인(아리지 캘리포니아 LLC)의 책임자로 등재되어 있어 재산상속 의혹을 사고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