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아웃’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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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송이는 광주의 어떤 사립학교에 재학 중인 중학 2학년생입니다. 내 여동생의 큰 외손녀딸인 그 애는 나를 ‘미국 할아버지’라 부릅니다. 5월초 내가 한국을 오랜만에 찾았을 때는 ‘한반도 전쟁위기’로 국내외 정세가 어수선 하던 시기였습니다. 미국에선 모국방문을 계획했던 많은 교포들이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한인 여행사들이 적잖이 골탕을 먹었지요.
광주 여동생 집에서 만난 송이가 불쑥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전쟁 걱정 안하고 ‘용감무쌍’ 하게 귀국한 미국 할아버지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전쟁 안 일어난대요. 김정은이 남침 못한대요. 왠지 아세요? 한국의 중2생들이 무서워 못 내려온대요.”


김정은은 한국의 중2가 무서워


한반도에 전쟁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북쪽의 ‘찌질이’ 지도자 김정은과 남쪽의 ‘눈에 뵈는게 없는’ 중2생들의 대결구도(?)로 ‘간단명료’하게 정의하는 송이의 말이 귀엽고 재미있어, “네 말이 맞다. 김정은은 박근혜 오바마 대통령 보다 너희들이 더 무서울 거야”라고 맞장구를 쳐줬습니다.
한국의 중2생이 무서워 김정은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는 물론 조크입니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이 말은 인터넷 <위키백과>의 5월 말 최근 업데이트 문서에도 다음과 같이 올라있습니다.
“…교사들은 중학교 2학년이 가장 다루기 어려운 학년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한국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북한이 남침하지 못하는 이유를 ‘중2가 무서워서’라고 빗대기도 한다….”
중학 2년생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심리상태를 이르는 말로, ‘중2병’이라는게 있습니다. 중2병은 “자아형성과정에서 ‘나는 남과 다르다’ 혹은 ‘남 보다 우월하다’ 등의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속어”라고 위키백과는 정의합니다. 웹툰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행하고 고독하며 세상을 등진 존재라 여기는 증상을, 몇 살 더 먹은 사람들이 비꼬아 만든 신조어”라고, 보다 재미있게 뜻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중2병’에 멍드는 한국 청소년들


중2병은 글로벌 시대 세계 모든 나라의 청소년들이 앓고 있는 일종의 ‘성장통’입니다. 미국에도 한국과는 의미가 조금 다른 sophomoric illness 라는 ‘짝퉁 중2병’이 있습니다. 최근엔 ‘이모 킷스’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지요. emotional kids의 줄임말로, 병적으로 감성적인 14~5세 또래의 청소년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송이는 아침 7시 반에 등교해 밤 12시에 귀가합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하다 잠시 집에 들려 저녁밥을 먹고는, 다시 동네 도서관으로 가 자정까지 시험공부를 합니다.
나는 하루 17시간이나 공부라는 이름의 ‘강제노동’을 강요받는 여동생 집 손녀 딸 송이를 보는 순간 그만 열불이 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를 경영하고 있는 어른이라는 이름의 한심한 무뇌족(無腦族)들을 향해 욕지거리를 쏟아 부었습니다. 새벽 우물가에 핀 가녀린 분꽃 같은 14살짜리 소녀에게 하루 17시간의 시험공부를 강요하는 나라가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일까요. 세계의 청소년 중에서도 가장 참혹하고, 어쩌면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중2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바로 한국의 중고등학생들 같습니다. 


남북회담 판 깨기는 북의 의도된 전술


6월 12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이 북한 측의 생떼전략에 막혀 또다시 무산됐습니다. 저희들은 조평통의 무슨 국장인가 하는 ‘아랫 것’을 수석대표로 정해놓고, 남쪽에서 장관이 아닌 차관을 수석으로 결정했다고 생트집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저주하듯 북한은 지난 몇 달 핵을 터트리고 로켓을 발사하는등 온갖 패악을 저질렀습니다. 미국의 핵 잠수함이 오고 북한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B2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떴습니다. 최대-최장기 규모의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북한과 중국의 코앞에서 펼쳐졌습니다. 유엔의 경제제재 강화와 중국의 전례 없는 제재 동참으로, 북한의 경제 및 식량난은 사상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국제사회 분위기도 격앙됐지요. 김정은 체제의 몰락이 임박했다는 설, 김은 이미 권력의 최정상에서 밀려났고, 북한은 보이지 않는 새로운 권력에 의해 사실상 통치되고 있다는 식의 외신보도도 잇따랐습니다. 바로 이런 때, 미국의 오바마와 중국의 시진핑이 정상회담을 갖는 시점을 택해, 북한은 지난주 남북 장관급회담을 전격 제의했습니다. 그리고는 미 중 정상이 ‘북한 핵 절대 불용’ 방침을 재확인하고 회담을 끝내자마자, 판을 다시 뒤엎었습니다. 국제적 관례와 외교적 상식을 뒤집은 그들의 이 같은 행동은, 거칠고 치졸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치밀하고 정교한 사전 각본에 따른 ‘치고 빠지기식‘ 대남 적화통일 전략의 일환이라는게 내 판단입니다.


김대중 노무현이 버릇 망쳐 놔


요즘 보는 TV 자료화면 중엔 노무현 정부 국정원장 김만복이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나며, 두 손 모아 악수를 하고 90도 배꼽인사를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흡사 조선왕조의 사신이 청나라 황제를 알현하며 국궁재배 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속이 뒤틀립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장관들은 북한의 ‘국장급’ 노동당 하수인들과 ‘장관급’ 회담이라는 것을 하며, 쌀이나 비료, 때로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일 현금까지 마구 퍼줬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을 스포일시킨 당사자 중의 하나가 바로 민주당 상임고문 정동영입니다. 정이 엊그제 또 한마디 했습니다. “좀 더 통 크게 양보하지 않은 남측에 더 큰 책임이 있다” 라고요. 북의 의도대로 다시 ‘남남갈등’이 시작되는 낌새입니다.


개성 포기, 남북 관계 새판 짜기에 전력을


모처럼 박근혜 정부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남쪽의 장관이 북쪽의 국장을 상대하며 장관급 회담이라 ‘퉁 치며’ 국민한테 사기치는 일, 국민의 혈세를 정권의 쌈짓돈처럼 마구 퍼 줘 핵과 미사일이나 만들게 도와주는 일, 살인정권의 괴수와 악수를 하고 와서는 감읍한 나머지 손을 며칠씩 씻지도 않을 김만복 같은 인물이 권력 핵심에서 활개 치는 일…. 이런 멍청이 짓 끝내고 상식과 원칙, 가치중립적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새로운 남북대화의 틀을 짜는 임무가 박근혜 정부에 주어졌습니다. 박 대통령의 대북관계 기초인 신뢰 프로세스도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개성공단은 어차피 포기해야할 수순입니다. 다음 주부터 장마가 시작되면 기계와 부품, 쓰다 남은 원 부자재들은 쓸모가 없어집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의 완전폐쇄를 선언하고, 기계 부품들을 평양과 신의주에 있는 옷 공장과 신발공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금강산의 남측 재산을 강탈해 관광사업을 계속 해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국제관례를 무시한 개성공단 재산의 몰수도 충분히 예견되는 시나리오입니다.
개성 입주기업들엔 미안하지만 그들의 입장만을 고려해 5000만 국민이 ‘인질’ 신세가 된채 언제까지 북에 끌려 다닐 수 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김정은 체제는 어차피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체제입니다. ‘김정은 아웃’을 전제로, 장기적 근원적 대북정책을 새로 모색해봐야 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혹시 저들이 대오각성(?)해 조만간 남북회담 재개를 요청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광주의 손녀 딸 송이의 말마따나, 김정은이 제일 무서워 한다는 ‘눈에 뵈는게 없는’ 중2생 몇 명을 남측 대표로 보내, 이쪽에서도 ‘몽니’를 한번 부려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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