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취재> 국정원,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공개 ‘배후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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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여러 가지 후폭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러한 사안을 국정원이 단독으로 했겠느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결정한 것은 정치권의 예상을 벗어나고 그간의 국정원 업무관행과 역풍을 무릅쓴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한일정상회담 회의록이 40년이 지나서 공개됐는데 이보다 기밀등급이 높은 문서가 배포된 데에는 국정원장 개인의 결정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청와대와 사전 교감설’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대화록 공개를 결정하면서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내세웠다. 현 시점에서는 대화록이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불필요한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공개될 경우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한반도 안보 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등이 공개될 경우 논란이 그치기는커녕 발언 맥락 등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더욱 극심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이 밝힌 이유만으로는 ‘기밀을 유지할 국정원이 앞서서 기밀을 해제하겠다고 나선’ 배경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정원이 청와대 등 여권 지도부와 사전에 조율한 뒤 대화록 공개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화록 공개에 반발한 북한이 2002년 박근혜 당시 의원 방북시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의 대화록을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정원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내막을 취재해봤다.
연 훈(본지 발행인)
 
국가정보원이 대화록이 공개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이 처해 있는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먼저 국정원이다.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의 댓글사건과 개인비리 등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국정원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문제는 국정원의 문제가 국정원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의 정당성에도 위해한 일이었다. 본지가 몇 차례에 걸쳐 보도했던 것처럼 국정원 댓글 사건이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만약 국정원이 국정조사로 인해 위기에 처한다면 가장 난감한 이는 누구일까. 바로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국정원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발뺌했다. 선거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의 위기. 이것이 바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부분이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국면전환이 필요했단 얘기다.
이런 점에서 여당 의원이 갑자기 NLL 발언을 다시 꺼낸 것에 이어 청와대가 이에 동조, 그리고 국정원이 전격 공개한 것은 하나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다.


한 편의 시나리오













국정원이나 청와대 측도 이런 부분을 의식해 이번 대화록 공개가 국정원의 단독행동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국정원 측은 “비밀문서를 일반문서로 해제하는 데는 청와대 승인도 국회의 요청도 필요 없다. 절차에 따른 것일 뿐 다른 고려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고심 어린 결단으로 본다”고 했고,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공개에 앞서 여당과) 전혀 협의가 없었다. 남재준 원장이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국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게 불 보듯 뻔하고 남북관계와 국익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국정원 차원에서 ‘결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화록 공개가 이뤄진 시점도 ‘청와대 개입’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박 대통령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한 직후 국정원의 전격적인 행동이 취해졌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거나 최소한 청와대와 사전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 이후 국정원이 청와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라면, 선거개입·정치관여로 국정원 개혁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난 20일 대화록 발췌본을 여당 정보위원들에게 무단 열람시킨 뒤 불법성 논란까지 가열되자 국정원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항명’에 나섰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도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는 대화록 공개를 내심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 문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 공개 논란으로 정국이 급랭하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 등 시급한 현안 처리에 발목을 잡히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적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하루 동안 벌어진 두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도 이에 맞춰져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그동안 침묵을 깨고 박 대통령이 직접 “여야가 제기한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이해 당사자로 민주당이 요구해온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뿐 아니라, 새누리당이 쟁점화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에 대한 동시 규명을 요구한 것이다. 실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말한 의혹 규명에 대선 개입 국조뿐 아니라 NLL 포기 발언도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이) 알아서 해석하라”며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근혜 – 김정일 대화록에는 무엇이?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설을 주장하며 조속한 시일내에 국정조사를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선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 지시를 하거나 혜택을 본 게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를 함께 수용하면 여론이 청와대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일 국정원이 새누리당에 대화록 발췌본을 무단 열람시켰을 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도 하고, NLL 관련 발언도 공개하고 둘 다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지난 주말 ‘국정원 국면’을 돌파할 시나리오를 마련해 둔 게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군 출신인 남재준 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강경 돌파론’이 박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남 원장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 정권과 갈등을 빚은 대표적인 인사다. 특히 노 대통령 주변에 포진해 있던 청와대 386들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남재준 참모총장의 사표(전역 지원서 제출) 사태까지 빚은 군 진급 심사 비리 사건이다. 2004년 11월24일 국방부 앞에 그해 10월 있었던 준장 진급 심사를 비난하는 괴문서가 뿌려지면서 불거진 진급 심사 비리 사건은, 남재준 총장이 자기 인맥 위주로 진급을 시켰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었다. 당시 군 검찰이 육본 인사참모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본격화되자 남 총장은 전역 지원서를 내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군 검찰은 남 총장과 윤일영 육본인사참모부장 등 핵심 인사들의 혐의를 밝혀내지 못해 기소조차 하지 못했고, 청와대는 수사에서 남 총장과 관련된 비리가 나오지 않자 전역서를 반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보복성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6월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이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종북 좌파’ 논란을 일으키자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등이 우리에게 와서 한 말들을 모두 공개하면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조평통은 특히 박 대통령을 향해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장군님(김정일)의 접견을 받고 평양시의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이 이런 식의 ‘보복’을 다시 해온다면 남북관계는 폭로에 폭로가 이어지는 진실게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기록물은 기밀의 정도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된다. ‘일반기록물’은 아무런 제약없이 일반인의 열람이 가능한 등급이다. ‘비밀기록물’은 차기 대통령,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 등 비밀취급인가권자에게 열람이 허용된다. ‘지정기록물’은 가장 폐쇄적인 수준으로 해당 기록물을 생산한 대통령만 최대 30년간 열람이 가능하다. ‘지정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2/3이상 찬성 또는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
공공기록물은 2급 비밀로 분류된다. 대통령 지정기록물보다 공개가 쉽기는 하지만 이 또한 공개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부분에 논란이 있다. 기관장이 판단해서 공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공공기록물을 일반문서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게 이뤄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정부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대화록 2부를 만들어 한 부는 대통령기록관에 한 부는 국가정보원에 보관했다. 같은 문건이지만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문건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적용을 받는 대통령기록물로, 국정원에 있는 문건은 2급 기밀로 공공기록물 관리법상 공공기록물로 각각 분류됐다.
하지만 원본이 대통령기록물이니 만큼 사본인 국정원 보관물도 대통령 기록물로 보는 것이 옳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이를 공공기록물로 보고 공개한 것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자신들이 만든 ‘생산물’로 보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이 스스로 생산한 문건의 경우 비밀분류를 국정원의 내부규정에 따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정원 한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녹음한 테이프를 듣고, 있는 그대로 받아쓴 회담록 전문을 갖고 있다.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회담록’은 우리가 만들었으니, 생산자는 국정원”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생산했으니 공공기록물이고 이를 다시 일반문서로 전환하는 것은 기관장인 국정원장의 재가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주장은 논리적인 모순이 발생한다.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대화록’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인데 같은 내용인 ‘대화록’ 사본은 국정원에서 보관한다고 해서 공공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건 억지에 가깝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사회담때 김정일 만나 NLL남한영토응 포기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미국 최대의 일간지 월스트리트(WSC)가 26일 보도했다.
국가기밀을 보호하고 발성할지 말아야 할 국가정보원이 정치에 개입,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정치권에 큰 파문을 몰고 왔다면 바로 국가정보원을 ‘누설자’(Leaker)로 지목했다.
WSJ은 이날 ‘한국에선 정보기관이 누설자(Leak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국정원을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과 비교했다.

신문은 “국가정보기관은 일반적으로 비밀을 폭로하기보다는 잘 지키는 것이 일이다”면서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기밀문서로 분류된 대화록을 공개해 정치적 대립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평가했다.
논란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발언과 관련해 공동어로구역이나 평화 수역으로 설정하자는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한다고 말했지만, NLL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131분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은 한국이 NLL을 포기할 것임을 시사하는 명확한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심지어 NLL 수정 논의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것인지 언급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같은날 ‘진보적인 국회의원들이 한국 대선의 적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다’라는 기사로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와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문제를 다뤘다.



NYT는 대화록 공개는 일부에서는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될 것으로 주장했지만, 여당 의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논란이 많은 조치’(controversial move)였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해 “‘폭탄선언’(bombshell)이라고 할만한 내용이 없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진보적인 이미지를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NYT는 노 전 대통령이 북한과 화해를 추구했다며 국내 보수주의자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공격하면서 젊은 자유주의자를 흥분시켰고 나이 든 보수주의자에게 적대감을 불러일으켰던 진보적인 인물로 묘사했다.
NYT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소개하면서 박 대통령이 반대파인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캠페인을 펼칠 때 거론하는 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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