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CJ이재현 회장 구속 파문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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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이재현 회장이 1일 밤 구속됐다. 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이재현 회장에게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를 이유로 동일 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회장은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으며, 검찰을 오가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을 나서던 이 회장은 ‘국민과 CJ임직원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는 기자들의 요청에 “다시 한 번 국민께 심려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답하고 구치소로 향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조사 과정에서 혐의의 상당 부분을 시인했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 회장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재벌 총수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는 사례가 됐다.
이 회장의 구속 수감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병철 고 삼성그룹 창업주를 뿌리로 갈라져 나온 삼성가 오너 중 첫 번 째 구속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특검을 비롯해 수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단 한 번도 구속 수감된 적이 없었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때도 이건희와 이재용 부자는 구속되지 않았다. 그래서 삼성가는 대한민국 법 위에 있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시점도 눈 여겨 볼 만한다. 이재현 회장이 이건희 회장과 등 돌리기 전 일어났던 사건이 전 재무팀장의 청부살해 사건 때도 이재현 회장은 포토라인 앞에 선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건희 회장과 적대 관계가 된 이후 이재현 회장은 검찰의 표적이 됐고, 결국 구속까지 이르게 됐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 회장은 삼성가(家)에서 ‘비운의 장손’이었다. 1960년 3월 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삼성가의 장손으로 태어난 그는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이어 그룹을 경영할 재목으로 인식됐다. 그의 아버지는 이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어머니는 손영기 전 경기도지사의 딸인 손복남 CJ 고문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후계구도는 1970년대 초부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 등을 거치며 할아버지와 그룹 후계자였던 아버지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 삼성전자 부사장이었던 이맹희 전 회장은 이후 그룹에서 쫓겨났지만 할아버지는 변함없이 손자를 아꼈다. 이 창업주는 198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장충동 자택에서 며느리 손 고문 및 이 회장과 함께 살았다. 이 창업주는 대학 졸업 후 씨티은행에 입사한 이 회장을 제일제당에 오도록해 경영수업을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후계자가 창업주의 3남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확정되면서 이재현 회장은 점차 입지가 좁아졌다. 할아버지 사후 삼성전자 이사로 있던 이 회장은 1993년 제일제당 계열분리 결정과 함께 어머니인 손 고문으로부터 제일제당 주식을 증여 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장손인 이 회장이 계열사 하나를 받아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이후 이 회장은 식품서비스사업만 하던 제일제당에 엔터테인먼트, 물류·유통, 생명공학 등 사업 분야를 추가해 재계 14위의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그룹을 키우는 과정에서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숱한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J E&M 등 CJ그룹 여러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선 비자금이 필요했는데 이를 미술품 거래를 가장하거나 원료 수입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조성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투자가 자신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무리한 사업확장이 발목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국내외 비자금을 운용해 700억원 안팎의 조세를 포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CJ그룹 계열사들의 회삿돈 횡령 액수는 1천억원대 전후이며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배임 액수는 3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을 구속한 이후 보강 수사에서 CJ그룹이 차명계좌를 이용한 금융거래로 수익을 얻고도 세금을 탈루한 정황과 CJ인도네시아 법인에서 ‘가짜 임원’에게 급여를 주는 형태로 비자금 수십억원을 조성한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
검찰은 2005년 이후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1천억원대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세탁한 의혹과 2008∼2010년 CJ와 CJ제일제당 주식을 거래하면서 주가를 조작한 의혹 등도 추적하고 있다.



검찰과 CJ그룹 등에 따르면 이 회장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비자금 및 미술품의 해외 보유와 관련한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이 회장의 차명재산 규모는 7천억원대로 파악됐으며 여기에는 선대로부터 상속한 재산과 그룹이 조성한 비자금 등이 섞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가운데 비자금 규모를 5천억원대 안팎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회장의 주요 범죄가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임직원과 국내외 법인을 총동원해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차명계좌와 페이퍼컴퍼니 등 다양한 불법 수단을 사용하는 등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시점 배경 미스터리


이재현 회장의 불법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시점이나 다른 삼성가 오너와의 형평성 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법조계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삼성 개입설이다. 잘 알려진대로 이건희 삼성그룹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몇 년 간 갈등을 빚어왔다. 사업적인 영역 뿐만 아니라 미행 사건까지 벌어지는 등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 사건이 바로 삼성 직원의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과 CJ그룹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이건희 회장 보고서다. 검찰은 지난 달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사 등 CJ그룹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K.H. 관련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건을 3부 확보했다. 문건은 서로 다른 색깔로 구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건에는 이재현 회장의 부친 이맹희씨가 동생인 이건희 회장과 갈등을 빚은 상속분쟁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개인적인 내용이 상세히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H.는 이건희 회장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 분쟁 이후 삼성 측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 발각되는 등 삼성과 CJ그룹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CJ 측도 삼성 오너 일가의 개인 정보를 수집한 것은 그만큼 두 그룹 간 앙금이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삼성과 CJ그룹 간의 관계는 둘도 없이 가까웠다. 지난 2008년 이 회장의 개인재산 관리를 맡았던 재무2팀장의 살인 청부 의혹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해도 삼성 측은 CJ 측의 변호를 위해 수사기관에 보이지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인지 당시 경찰 및 검찰은 핵심인물인 이재현 회장을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나면서 두 그룹 사이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고 이병철 회장이 남긴 재산을 가지고 법정 소송이 벌어졌고, 그러면서 미행사건까지 일어났다. 그러면서 두 그룹 간 앙금은 쌓여갔다. 삼성은 CJ와 관련된 정보를 사정기관에 제보하느라 급급했고, CJ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첫 대기업 수사 타깃으로 CJ를 택했다. CJ에 대한 검찰 수사는 거침이 없었다. CJ도 이에 맞서기 위해 검찰 출신 거물급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이 회장은 정교한 방어논리를 짜기 위해 박상길(사법연수원 9기), 남기춘(15기), 최찬묵(15기·이상 김앤장) 변호사와 광장 소속 박용석(13기), 박철준(13기·이상 광장) 변호사 등 초호화 연합군을 구성했다. 박상길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 2, 3부장과 대검 수사기획관, 중수부장 등을 역임한 특수통의 전설로 불린다.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남 변호사는 특수통 내 대표적 강골 검사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박용석 변호사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정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고교·대학(경북고·서울대) 선배다. CJ 측은 이 회장이 기소되면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추가 투입해 법정 공방을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에서는 대검 중수부 마지막 칼잡이 중 한 명인 윤대진(25기) 특수2부장이 수장을 맡았다. 윤 부장은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등 기업비리 수사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다. 지난해 중수부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 소속으로 이상득·정두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을 기소했다. 그는 ‘탱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우직하게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주임검사를 맡은 신봉수(29기) 부부장 검사는 대검 중수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 2006년 ‘일심회’ 간첩단 사건, 2008년 BBK 특검, 2010년 ‘스폰서 검사’ 진상조사단 등에서 활동한 특수통 검사다. 그는 올해 초 검찰 인사 때 형사2부에 배치됐다가 이번 수사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2008년 청부살해 사건 수사 때와는 정반대였다. 공교롭게도 삼성과 등을 돌린 후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법위에 군림 삼성, 의혹의 시선


이재현 회장은 이번 구속으로 삼성가 오너 일가 중에서 첫 번 째 구속을 당하는 비운의 황태자가 됐다. 사실 삼성가 오너 일가들은 숱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구치소에 간 적이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불법 경영권 승계 등으로 검찰 수사 및 특검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 회장에게는 구속영장마저 청구된 바 없었다. 주변의 심복들만 그를 대신해 구치소에 갔다. 그래서 법 위에 삼성이 있다는 말이 적지 않았다. 
검찰은 삼성에 유독 약했다. 본지가 이미 수 차례 보도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비자금 의혹은 관심도 갖지 않았다. 사실 이번 수사로 재벌기업의 해외비자금 의혹이 주목을 받았지만 그 원조는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홍콩, 스위스 등지에 비밀 계좌를 개설하며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해왔다. 이는 이미 본지가 증거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본국 사정기관은 이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반면 삼성과 등을 돌린 CJ에게는 가혹하리만큼 가혹했다. 마치 삼성과 각을 지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이번 수사는 막강한 삼성그룹의 힘을 다시 한 번 본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법위에 군림하는 삼성, 박근혜 정권 이후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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