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안철수, “아! 옛날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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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가 의원 배지를 달고 여의도 국회에 입성한지 3달이 가까워오고 있다. 그동안 그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을 설립하고 신당 창당 등 정치실험을 구체화하려 분주하게 움직였다. 안 의원은 다소 식상하게 들리는 ‘새 정치’ 대신 ‘구조 개혁’이라는 말을 자주 쓰며, 각계인사들과의 스킨십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점차 대중과 멀어지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과 주목도도 현저히 떨어졌다. 신당창당을 위한 외연확대와 인재영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몇 달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1대1 맞대결을 벌인 국정원과 NLL 이슈에서 밀려, 제3세력을 표방하고 나선 안철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의 존재감과 정치적 무게는 당초 야권의 예상대로 의원 300명 중의 하나, 300분의 1로 초라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의원 안철수’의 지난 3달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임춘훈(정치칼럼리스트)

기자 피하던 안철수, 지금은 쫓아다녀


안철수 의원이 최근 부쩍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야를 싸잡아 공격하는 일이 잦아졌고,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판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언론에 고압적이던 대선후보 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기사 써주기를 구걸(?)하는듯한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점차 멀어져 가는 대중의 관심을 다시 불러 모아보려는 몸부림으로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18일 전주에서 열린 안철수 세미나 행사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세미나 후 한 막걸리 집에 안 의원이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 이곳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취재기자들이 모여 저녁을 먹고 있었다. 안의원의 공식 일정이 더 남아 있었지만 기자들은 당일 서울로 올라가야했기 때문에 추가 취재를 생략하고 그 자리에 모였는데, 안 의원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전주의 한 공장을 방문한 일정에서도 안 의원의 달라진 ‘낮은 포복’이  화제가 됐다. 당초 행사 시각은 오전 9시 30분이었지만 서울에서 기자들을 태우고 오던 버스가 트래픽으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러자 안 의원 측은 20분이나 기다렸다가 기자들이 도착한 후 행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는 기자들을 따돌리고 숨바꼭질을 하며 다분히 의도된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해 기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때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안 의원도 이제 세속의 정치인이 다된 것 같다”고 언론계와 정치권 인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과 연합, 물 건너 간 듯


한때 정치권에서는 안동설(安動說)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천동설(天動說)을 빗대 정치가 “안철수를 중심으로 돈다”는 뜻이었다. 천문학에서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었듯이, 정치판의 안동설은 정동설(政動說)로 바뀌고 있다. 정치가 안철수 중심으로 도는게 아니라 안철수가 정치판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말이다.
안철수가 의원 배지를 단 얼마 후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처음으로 ‘안철수 왕따설’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왕따를 당하는 처지다. 국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인사도 잘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김 의원은 말했다.
안 의원에게 오는 10월 재 보선과 내년 5월 지자체 선거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두 개의 선거에 나서 이기거나 선전할 수 있는 인물을 끌어 들여야 하는데, 인재영입 작업이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가 ‘함께할 대상’으로 꼽고 있던 대부분의 인사가 신당창당과 보궐선거 출마 등에 난색을 표명해 안 의원 측을 맥 빠지게 하고 있다. 개혁성향의 전직의원 모임인 ‘6인회’ 소속 홍정욱 정태근 김부겸 정장선, 그리고 한 때 안철수 진영 합류 가능성이 거론됐던 민주당 손학규 고문과 천정배 전 의원도 민주당 잔류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안철수 ‘약발’이 떨어졌다는 증거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는 8월 7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홍익대에서 정치 대담집 <정치의 즐거움> 출간 기념으로 여는 ‘독자와의 대화’ 행사에 안 의원이 특별 게스트로 참석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그동안 개별적인 만남은 거의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과의 관계정립 어떻게


박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설 때 안 의원이 후보를 양보한 후 두 사람은 상호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엔 야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 함께 거론되는 등 라이벌 관계로 부각되는 측면도 있어 이날 두 사람의 모처럼의 만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NLL과 국정원 이슈를 놓고 벌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진흙탕 싸움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광범위한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감을 증폭시켰다. 제3정치세력화를 노리는 안철수 의원에겐 어느 면에서 호기회가 찾아왔다고 볼 수도 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은 물론 그동안 자제해 왔던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도 점차 높여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안 의원이 요즘 민주당에 독한 발언을 쏟아내는 등 우리와 본격적인 선 긋기에 나선 것 같다. 신당 창당 수순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계속 증폭될 경우 안철수 신당이 의외로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안철수 신당을 둘러싼 설왕설래도 계속되고 있다. 한때 안철수의 멘토였던 윤여준씨는 “국민 신뢰를 잃어버리다시피 한 민주당과 뭘 어떻게 하겠는가. 결국 신당 창당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이 10월 재 보선 이전에 나올지, 아니면 내년 봄 지자체 선거 전에 창당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인재영입 등 세 규합 정도와 정국의 변화 추이가 변수가 될 것 같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 여야 양쪽을 싸잡아 공격하면서도 특히 과거 10년 좌파정권 책임론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신당, ‘안철수당’ 아니다


지난 월요일(7월 29일) 안철수 의원은 대선후보 사퇴 후 처음으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야권후보가 문재인 아닌 자신으로 단일화 됐을 경우 충분히 이겼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과 문재인 측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다.
“모든 걸 걸고 국민에게 단일화 약속을 했는데 (문재인 측에선) 단일화가 안 되면 3자대결로 가겠다고 나왔다. 단일화 합의를 깨겠다는 것이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면 나가 양보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게) 밀렸다고 저들은 주장했지만 당일 오전에도 내가 박근혜와의 1대 1 대결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정말 피 눈물 나는 결단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민주당의 친노 진영과 새누리당의 친박 진영을 싸잡아 공격했다.
“이들은 중간층이나 반대층은 설득하지 않고 소수 열성 지지자나 자기 지지기반만 바라보고 정치를 한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제도화해야 하는 시점에 NLL 논란이 나오고 사초 분실 사태 까지 터져 나왔다. 정말 정치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이렇게 까지 진전시키는 걸 보고 국민들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을 다시 한 번 갖게 됐다.”
그는 제3의 정치세력인 신당의 창당 작업에 상당한 진척이 있음도 내비쳤다.
“지금 열심히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기회가 오면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창당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당이 개인 안철수당이 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건 한국 정치사가 증명한다. 뜻 맞는 분들과 의논해서 공동으로 창당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마음이 급하진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 작업에 진척이 있음을 내 비치면서도 마음이 급하지는 않다는 언급은, 국민에 감동을 줄 스타급 인재영입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 내 보인 것이라고 평가절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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