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과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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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의 별명은 ‘박근혜 저격수’입니다. 내로다 하는 그 바닥 남성 정치 싸움꾼들을 모두 밀어 내고, 3선의 여성의원이 같은 여성 대통령의 치마끈 붙잡고 늘어질 야당의 간판 투사로 나섰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여성의원이 쟁쟁한 판검사-변호사 출신 율사들이 포진한 법사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박영선은 경희대 지리학과 출신입니다.
그는 어쨌든 ‘난 여자’입니다. 부장급 판검사 출신 동료 법사위원들도 박영선 위원장의 서슬과 강단(剛斷) 앞에서는 좀체 기를 펴지 못한다지요. 법사위 청문회에 불려나간 비리혐의 고위 공직자와 기업인들은 오금이 저려 기저귀를 차야 할 정도로, 박영선 위원장이 뿜어내는 ‘공포의 아우라’는 가위 살인적(?)이라는 평입니다.
최근 ‘저격수’ 박영선의 사냥감이 된 사람은 ‘가엾게도’ 7순의 노(老)장군인 남재준 국정원장입니다. 지난번 댓글사건 국정조사에서 박영선은 남재준의 답변태도를 문제 삼아 “국회의원에게 이럴 수 있어? 저게 국정원장이야? 왜 째려 봐?” 라며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남 원장은 박 의원 보다 나이가 16살이나 많습니다.
남재준은 막내 여동생 또래인 박영선 위원장을 ‘째려 본 죄’가 육법전서 상의 무슨 죄인지 따져 볼 겨를도 없이, 그녀를 다시 한 번 ‘점잖게’ 째려 본 후, 청문회 장을 나섰습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의 평생군인인 남재준은 아마 이날의 수모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박영선의 뻥치기 쇼?


지난 주 박영선의 트위터에 눈을 의심케 하는 글 한편이 떴습니다.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이 도청을 당하고 있어 실내에 있던 화분을 모두 복도에 내 놓았다며, “참 슬픕니다. 요즘 야당 의원들이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폭력 남편에 얻어터지며 사는 옆집 여편네 같은 넋두리를 늘어 놨습니다.
대통령 저격수 박영선의 그 답지 않은 이런 신세한탄(?)의 함의(含意)는 둘 중의 하나입니다. 실제로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도청시도가 있었을 경우가 하나구요, 다른 하나는 도청의 실체나 실증이 없는 뻥치기–. 일종의 정치적 자해극(自害劇)인 경우입니다.
‘남재준의 국정원’이 ‘째려본 죄’의 죗값을 되갚아 주려 법사위원장 방을 도청하려 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헌데 국정원이, 마치 ‘공공의 적’ 처럼 국민적(?) 이지메(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어버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장 방에 도청장치를 하러 들어 갈 ‘간 큰’ 국정원 요원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 앞섭니다. 그렇다면 박영선의 뻥치기일까요? 큰 오빠 같은 나이의 국정원장을 ‘이거 저거’로 호칭하는 ‘막 나가는’ 박영선이, 갑자기 그런 ‘뻥치기 쇼’를 하고 나설 까닭 역시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검찰과 국정원 창과 방패 싸움


3선의원인 박영선은 서민층 밀집지역인 지역구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보수-중도보수 성향의 다수 국민 사이에선 평판이 ‘별로’입니다. 거의 습관화 되어버린 막말 폭언, 절제와 품위를 잃은 시대착오적 ‘막가파 정치’, 언행이 따로 노는 2중적 정치행태 등 그를 바라보는 다수 국민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습니다.
 미국 시민권자인 변호사 남편 사이에 난 10대 아들을 연간 학비가 3000만원이 넘는 서울의 외국인학교에 보냈다가 “서민 소리 입에 담지 말라”는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습니다. 1999년 서강대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은 연세대 최모 교수와 삼성 이모 사장의 논문과 기고문을 짜깁기한 표절로 드러났습니다. 2009년엔 일부의원과 함께 임시국회 회기 중 부부동반으로 태국행 골프외유를 다녀와 곤욕을 치렀지요. 부패하고 몰염치한 대한민국 상위 1%의 특권층이 누리는 혜택은 다 누리면서, “힘 없고 소외받는 서민의 대변자”를 자임합니다. 국회에 신고한 재산만도 30억원의 알부자이면서,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가장 앞장 서 후보자의 과다한 재산, 논문표절, 부정 전-입학 같은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는 ‘사돈 남 말하기 전문가’ 이기도 합니다.
사무실 안에 있는 화분에서 ‘도청의 냄새’가 나 그것들을 모두 치웠다고 박영선은 트위터에 썼습니다. 왠지 ‘박영선스럽지 않은‘ 언행입니다. 화분을 더 많이 들여놔 도청꾼이 도청장치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후 그것을 찾아 내 정치쟁점화 시키면 국정원 댓글사건 처럼 세상을 또 한번 발칵 뒤집어 놓을 수 있습니다. 이런 ’되치기 정치‘에 능한 전문가가 박영선입니다. 이런 정치적 호기회를 마다하고 화분을 복도에 내놓으면서 “요즘 야당의원들 이렇게 비참하게 삽니다” 라고 ’죽는 시늉‘을 하는 박영선의 ’박영선스럽지 않음‘이 수상쩍은 건 웬일일까요?


“나도 다칠라” 정가에 몸조심 주의보


대한민국 검찰 내에서는 거의 ‘멸종위기’ 수준의 보기 드문 청백리라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요즘 연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내연관계를 맺어 온 여자와의 사이에 11살 난 숨겨놓은 아들이 있다는 지난 주 조선일보의 특종보도가 있은 후, 의혹이 갈수록 확대 재생산 되는 형국입니다. 채 총장은 물론 혼외 아들설을 부인하고 있고, 그동안 잠적해 있던 아이 엄마도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숨겨진 아들설을 부인했습니다. 그 여인은 아들의 아버지가 채 총장이 아니라면서도 그와의 오랜 친분관계는 사실상 시인하는 듯한 뉴앙스를 풍겨 혼란을 부추키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이 10년 이상이나 내연관계를 맺어 온 여자기 있고 그 사이에 아이까지 있다면, 그리고 이런 사실을 인사청문회에서 숨겼다면 당연히 해임감입니다. 깨끗한 공직자의 표상이라던 사람이 국민을 속이고 조직의 명예를 훼손시킨 죄업 또한 가볍지 않습니다. 헌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세간의 의심대로 국정원과 청와대가 ‘배신자 채동욱“을 제거하기 위해 꾸며낸 정치 음모극이라면?
채동욱 죽이기에 국정원이 나선 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구속기소를 검찰이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야권에선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 역시 채동욱 검찰이 국정원 댓글사건을 단순 정치개입 사건 아닌 선거법 위반사건으로 몰고 가 지난 대선의 부정선거 의혹, 나아가서는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까지 훼손시킨 사실에 엄청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혼외아들 파문의 일부분이나마 사실로 드러나면 청와대로서는 골칫덩이 검찰총장이라는 ‘앓던 이’ 한 개를 뺄 수 있고, 국정원 역시 계속 당하기만 하던 검찰에 통쾌한 복수의 강펀치를 날릴 수 있습니다.


제2 제3의 채동욱 나올까?


국정원은 지금 거의 조직해체 수준의 개혁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파트를 없애고 심지어 대북업무 까지 내 놓으라는 여권의 압력에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간판을 해외정보처로 바꿔 달아야 한다고 야당 강경파들은 목소리를 높입니다. 검찰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며 야당과 한 통속이 돼, 국정원 해체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고 국정원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으로서는 존폐의 위기 속에 건곤일척의 한판승부에 나섰으며, 채동욱 죽이기는 그 서막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만만찮습니다.
엊그제 한겨레신문은 공직사회와 정치권에 “국정원에 찍히지 않도록 몸조심을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혼외 아들설의) 출처가 국정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를 의심하는 분위기만으로도 공직사회에 국정원을 건드리면 채동욱 처럼 다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는가. 국내정보 수집업무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야당) 정치인들도 겁을 먹지 않겠는가”라고, 한겨레는 국정원 내부소식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을 인용보도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고위-특권층의 99.9%는 “걸면 걸리고, 찍으면 찍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 대한 각종 ‘신상털이용’ 고급정보는 국정원이 거의 다 갖고 있습니다. 속된 말로 ”이왕 죽을 바에야 같이 죽자“고 국정원이 칼을 빼들면 살아남을 정치인 많지 않을 겁니다. 박영선의 뻥치기 ‘자해 쇼’가 범상치 않게 보이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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