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취재1>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진실 공방전 막후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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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지난 6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에 대해 1면에 보도하며 채 총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온 나라가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문제로 야단법석이다. 언론도, 정치권도, 국민도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식과 관련 치열한 진실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어야하는 검찰 총수의 비밀의 사생활을 발가벗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쪽에서는 검찰 전체의 문제가 아니고 개인의 사생활 문제인데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하며 아랫도리에 관대함을 보인다. 그러나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정황은 한 가지도 없다. 조선일보의 충분치 못한 취재 요건도 문제지만 채총장의 어설픈 해명과 이번 혼외자식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모친 임 모씨의 상식이하의 소아병적 변명은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채 총장이 DNA검사만 하면 모든 것이 극명하게 드러날 단순한 사건을 질질 끄는 이유를 두고 청와대와 국정원이 통제불능의 채동욱 검찰 죽이기 합작품 사니리오 설까지 흘러나오며 국정원의 국면전환을 위한 폭로극이라는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치졸한 아랫도리 진실 공방전의 전후 사정과 배후를 <선데이저널>이 내막을 짚어 보았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지난 6일자 보도를 통해 시작된 조선일보와 채 총장 사이의 진실 공방은 내연녀라는 의혹을 받은 임 씨가 <한겨레>와 <조선일보> 측에 반박편지를 보내오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문제는 조선일보의 최초기사와 채 총장 해명 모두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취재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불완전한 기사이며, 채 총장이나 임 씨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진실공방이 격화되면서 놓치게 된 포인트가 있다. 바로 왜 이런 시점에 그것도 혼외자식이라는 보도가 터져 나왔냐는 점이다.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면 국가기관이 아니고서는 접근할 수 없는 자료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특히 출국기록이라든가 가족관계등록부 학교기록, 거주지, 입주자 카드 등 아파트 부동산 기록, 유학준비 서류 등 기사에 등장한 여러 건의 서류는 본인이 아니면 뗄 수 없다. 이런 내용을 기자가 보도했다는 것은 사실상 조력자 없이는 불가능한 내용들이다. 과연 누가 이런 자료를 언론에 뿌려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어 반사이득을 볼 사람은 누구인지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문제의 자료 입수 경위 의혹













조선일보는 그동안 이른바 ‘아랫도리’로 불리는 공직자들의 사생활 문제에 대해서 관대한 입장이었다.  3년 전인 2009년 11월, 박정훈 당시 조선일보 사회정책부장은 1994년 프랑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혼외자녀 보도 당시 <르몽드>의 반문을 칼럼 제목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
당시는 현직 장관의 혼외자녀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박정훈 부장은 “현직 장관의 혼외자 문제가 법정 공방을 빚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 사건을 설명하면서도 “친자가 맞는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고, A장관과 진씨 사이의 개인적 다툼의 영역이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런 문제들은 A장관과 진 씨가 알아서 해결할 개인적 이슈에 불과하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로선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 것은 그런 사생활의 문제가 A장관의 직무에 영향을 미칠 ‘공적(公的) 이슈’냐 하는 점이다 (중략) 공직자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 있다”라고 까지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런 논조를 뒤집고 채 총장의 혼외자녀 논란을 보도했다. 보도에는 쉽사리 구하기 어려운 내용의 자료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한 사람에 대해서 오랜 기간 꾸준히 자료를 축적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현직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오랫동안 ‘왓치’해 올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당연히 국가정보원이다. 국정원은 각 지방검찰청은 물론이고 대검에도 담당요원을 파견해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올린다. 국정원에서 올린 보고서는 검찰 인사에 활용된다. 오랫동안 특수통으로 주요 수사를 해 온 채 총장의 프로필이 국정원에 보고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그러한 보도가 터져 나왔을까하는 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 몇 달 간 벌어진 국정원 관련 사건을 되짚어 봐야 한다.


정국 주도권 쥐고 흔드는 국정원


국정원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6월 새누리당 서상기ㆍ정문헌 의원이 ‘NLL 포기 발언’을 폭로하면서 부터다. 당시 여ㆍ야는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합의한 상태였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분노한 국민들은 전국적으로 시국선언을 하며 국정원을 압박하고 있었다. 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자마자 국정원은 국회의 요청이 있다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연스럽게 여론의 관심은 ‘국정원 대선 개입’을 떠나 ‘NLL 논란’에 쏠렸다. 이에 민주당은 댓글 사건을 무마하려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야합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일각에서도 여론의 관심을 ‘국정원 대선 개입’에서 돌리려는 국정원의 새로운 ‘공작’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했다.
치열한 공방 끝에 국정원은 2급 비밀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록을 공개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새누리당이 문제로 제기했던 ‘보고드린다’라는 표현과 ‘NLL 포기 발언’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아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다양한 분석과 의견이 오가고, 결국 여·야는 ‘NLL 대화록’의 원문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이 “NLL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이 보유하지 않고 있다”라고 보고함에 따라 ‘NLL 논란’은 이번엔 자료파기의 주체로 확장됐다.
결국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3일 NLL 관련 국가기록원 대통령지정기록물과 대통령기록물 열람을 위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조사 중이다.
‘NLL 논란’이 잦아들어가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죄’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역시 국정원이 중심에 있었다. 당시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댓글 활동’의 중추역할을 해 온 국정원 심리전단의 구체적 활동 사항에 대해 밝혔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은 혐의 사실에 대해 부인하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국정원 여론 물타기용 폭로전


그런데 첫 공판을 마친 바로 직후, 국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국정원이 공개한 녹취록으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녹취록 속에 총기탈취, 시설파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혐의 사실을 일체 부인하며 녹취록 ‘원본’을 공개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고, 이석기 의원은 현재 국정원의 조사를 받고 있지만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고, 국정원은 여적죄 적용도 추진 중이다. 여적죄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죄목이다.
이 사건을 국정원의 ‘물타기용 수사’로 보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NLL 논란’이 사그라지자 국정원이 녹취록을 폭로해 이석기 의원을 방패막이로 여론의 관심을 ‘국정원 대선 개입’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설이 다시 불거지기도 전에 조선일보의 보도로 알려진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설’이 터져 나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채 총장이 1999년 한 여성과 만나 지난 2002년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으며, 이 아이가 최근까지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다가 지난 8월 3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전했다.  9일자 후속보도에서 조선일보는 학교 관계자가 학교의 기록에 (아들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달 간 정국의 주도권을 국정원이 쥐고 흔든 것과 개인정보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것을 보면 이번 사건의 배후에 당연히 국정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런 일들은 지난 정부에서는 한 차례도 없었던 일들인데 이상하게도 현 정부에서 국정원의 이름이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채 총장이나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번 채 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에 불순한 의도가 개입돼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치졸한 아랫도리 문제 폭로극


의혹의 진위와 별개로 왜 하필 지금 의혹이 불거졌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채동욱 검찰’과 여권 사이의 긴장관계 때문이다. 채 총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열린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친박근혜계가 미는 후보를 누르고 총장에 올랐다. 그가 취임한 이후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검찰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하며 공직선거법까지 적용하자 여권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노골적인 ‘채동욱 비토론’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국정원이 채 총장 관련 의혹을 보수언론에 흘린 것으로 의심하는 모양이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정국 주도권을 쥔 여권이 국정원의 힘을 빌려 채 총장 체제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 하나 언론에서 놓치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누가 치명상을 입는다 해도 정권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이번 건으로 총장이 교체된다면 그야말로 가장 좋은 시나리오고 그렇지 않고 조선일보가 치명상을 입는다 해도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 거대 언론 권력의 힘이 빠지는 것이 정권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는다는 사실이다. 채 총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도의 배경이 ‘검찰 흔들기’라고 공식 견해를 밝힌 터다. 사실로 밝혀지면 공직을 걸어야 할 상황이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면 조선일보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다. 정권은 이 상황을 그냥 보고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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