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혼외자식 논란 둘러싼 여왕님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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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저널>은 지난 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이 불거지자 이번 사건의 배후가 현 정권-특히 청와대와 국정원-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채 총장과 조선일보 간 싸움의 프레임에서 야당과 현 정권 간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야당은 일제히 현 정권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청와대는 여기에 선을 긋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을 계기로 청와대는 수세에서 공세적 태도로 전환했다. 놀라운 것은 전면에 나선 이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당연히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한 것”, “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수고가 많으셨다. 아주 많은 일을 법무부에서 하고 있다”고 거듭 칭찬했다. 한 발 물러서 있어도 모자랄 대통령이 대놓고 법무장관을 대놓고 칭찬하고 나선 것.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전형적인 ‘아전인수’‘자가당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사실 혼외자식 논란에 가장 먼저 휩싸였던 인물은 박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2007년 대선과 지난 대선 이런 논란이 불거졌을 때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들을 형사고소하며 강경대응했다. 사생활 논란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그가 막상 대통령이 되자 같은 무기로 아랫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본 박 대통령의 이중성을 파헤쳐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후보 청문회 때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주고 펼쳤다. 그러면서 당시 사생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명박 캠프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목사 간 관계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그러자 박 후보는 최태민 목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던 중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씀을 드리면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얘기는 참 심각한 얘기”라며 자신에 대한 흑색선전에 대해 언급했다.
박 후보는 “아무리 네거티브라 하더라도, 만약에 아이가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누가 그 애를 데리고 와도 좋다. 제가 유전자 검사도 다 해주겠다”고 했다. 이어 박 후보는 “그런데 문제가 뭐냐 하면, 멀쩡하게 사는 애를 어디에 있다고 해서 만약에 그 애를 지목해서 누구 자손이니 어쩌니 하면 그 아이와 부모한테는 얼마나 날벼락 같은 얘기인가. 그것이야말로 천륜을 끊는 일”이라며 “정말 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필요에 따라 말 바꾸는 여왕님


그녀가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나왔던 2012년에도 박 대통령의 혼외자식 문제는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본지를 비롯한 몇몇 언론들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유전자 검사라도 하겠다던 그녀는 이번에 아예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의 입을 막았다. 그녀는 혼외자식 문제를 비롯해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살인 사건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무차별적 고소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눈엣가시와 같던 검찰총장에게 박근혜 정권은 혼외자식 의혹을 제기하고 그를 사지로 내몰았다. 특히 사상 초유의 법무부 감찰까지 동원해 모욕을 안겼다. 유전자 검사가 천륜을 끊는 일이라고 했던 그녀가 입장을 완전히 뒤바꿔 그것을 무기 삼아 사정 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적 모습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정권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 아닌 공직자 윤리문제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총장보다 더 중요한 대통령 선거에서 제기된 의혹을 그는 마치 개인의 사생활 문제와 인권 문제로 덮어버렸다.



인권 문제에 대한 그의 이중성도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20대 여성의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경찰의 비상식적인 중간 수사 발표 후에는 “불쌍한 여직원은 결국 무죄”라며 “민주통합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인권 유린에는 말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선거 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국정원 직원의 주소를 알아낸 것에 대해서는 “성폭행범이나 사용할 수법을 동원해 여직원의 주소를 알아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대하는 박 대통령에게 여성과 아동의 인권은 온데간데없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사건의 의혹을 밝히려면 유전자 검사는 혼외 자식으로 보도된 11살 아이를 누군가 데려다 해야 한다. 안 그래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살고 있을 어린아이가 자신의 출생과 관련되어 온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1살 어린아이의 인권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또한 이 아이의 어머니마저 세상에 그 속살을 드러냈다. 천륜을 끊는다고 한탄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는 정권차원에서 아이의 혈액형, 주소, 학적부 등을 수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채 총장 몰아낸 진짜 이유는?













사실 박 대통령이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채 총장을 몰아내려는 이유는 애초 채 총장이 본인이 원하던 총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이 원하던 총장 후보는 건설업자 윤중천 성접대 사건에 연루되어 낙마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명박 정부서 구성된 검찰총장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했던 3인에 들지 못했다. 원칙을 중시한다던 그가 추천위의 추천을 무시하는 것은 곧 자신의 말을 뒤집는 것이었기 때문에 김 전 차관의 임명을 강행할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은 김 전 차관의 검찰총장 임명이 불가능해지자, 그를 법무차관에 임명했다. 김학의 전 차관이 황교안 법무장관보다 고교 1년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차관이 장관의 고교 선배가 되는 법조계에서는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에서도 말이 적지 않았다. 관례를 무시한 그러한 인사 뒤에는 김 전 차관을 황교안 장관 이후의 검찰총장에 임명하려는 박 대통령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 엉뚱한 사건에 휘말렸고 박 대통령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여기에 채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하자 정권은 혼외자식 카드를 뽑아들며 채 총장을 사실상 몰아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이번 사건에 모종의 컨트롤 타워가 있었다는 정황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보도와 동시에 청와대가 직접 공직기강 감찰에 착수한 것이나, 홍 수석이 채 총장을 만나 해명을 듣고는 곧바로 법무부에 감찰 지시를 내린 것은 이미 계획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채 총장이 아무리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하고,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 함께 유전자 검사까지 받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무부의 감찰 지시 등 본격적인 사퇴 압박이 러시아 등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이뤄졌다는 점에서 청와대 측에서 채 총장에게 “대통령의 뜻이다”고 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채 총장 사퇴의 파장이 심상치 않자 15일 “진상 규명을 먼저 하고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이 대목도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못된 것만 그대로 답습’ 우려의 聲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채 총장을 궁지에 몰아넣을 다른 정황 증거들을 수집해 놓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검찰 내에서는 채 총장의 사퇴 표명 직전 “청와대가 의혹과 관련해 유력한 증거인 혈액형이 나왔다고 검찰을 압박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는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언급한 가족관계등록부나 출입국 내역, 학적부 등과 함께 청와대나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개입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정보라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황 장관을 내세운 것 역시 청와대의 전략적 판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진 사퇴를 거부하던 채 총장에게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이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를 쓰도록 지시해 황 장관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유전자는 천륜을 끊는 일” “나도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라고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에 이상하게 비슷한 상황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이러한 최근의 박 대통령의 일련의 행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저렇게 하다가는 제2의 여자 김재규가 나올 수도 있다’는 탄식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를 그대로 답습하가나, 오히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신(新)유신정권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 이번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사건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을 보도한 것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가 어떤 경위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조선일보와 채 총장 간의 묘한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이번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에는 채 총장의 사촌동생이 기자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A기자는 이번 사건을 기획 취재를 총괄한 데스크를 직속상관으로 모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조선일보가 이번 사건을 1주일 가량 취재하는 동안 정보접근이 철저하게 차단됐다고 한다. A기자는 보도 이후 채 총장과 조선일보 간의 싸움이 본격화되고서는 회사로부터 1주일 이상 휴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과 A기자는 사촌지간으로 먼 친척이 아닌 명절 때마다 얼굴을 보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이번 사건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두 사람이 어색한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자신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에 추석 이후 정정보도와 민·형사상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 구본선 대변인은 17일 “(채 총장이 변호인과 함께) 소송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며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곧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채 총장의 대변인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채 총장은 이르면 23일께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혼외자식 의혹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에 따라 민·형사 소송을 함께 제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은 지난 9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자 12일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및 중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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