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채동욱ㆍ진영 사태로 본 박근혜 정권 포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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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한 달 동안 박근혜 정부에서는 2명의 주요 정부기관인사들이 자진사퇴했다. 한 명은 진 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다른 한 명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다. 사퇴를 한 원인이야 각자 다르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조직폭력배들의 문화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며 그만둔 장관을 배신자로 낙인찍는가 하면, 정권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판단한 검찰총장은 아랫도리 얘기까지 언론에 흘리며 찍어냈다. 배신자로 낙인찍고, 남의 뒷조사를 하는 모습은 조폭 영화에서나 많이 보던 모습 아닌가.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모습에서 이런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을 오버랩 시키게 된다.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고고하게 한 두 마디 원칙을 내뱉을 뿐이다. 하지만 원래 폭력조직에서도 두목은 아무 말이 없다. 그저 한 두 마디 툭툭 내뱉으면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수습을 하게 마련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2인자 역할을 하는 인물은 바로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2기 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해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비서실장이 된 이후 내란음모 사건, 채동욱 혼외자식설 등 권력기관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흡사 유신시대에서나 있던 일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진 영 전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초연금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박 대통령은 이 사표를 사흘 후인 지난 30일에서야 수리했다. 진 전 장관은 사표 제출 후 “기초연금 정부안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사퇴이유를 밝혔다. 그간 꾸준히 제기돼온 기초연금 정부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복지부의 갈등설을 진 장관이 직접 시인한 것이다. 진 전 장관은 특히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데 반대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뜻을 청와대에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제가 반대해왔던 기초연금안에 대해 제가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 전 장관은 사표제출→출근거부→번복 설득→e메일 사표제출→사표반려→출근거부 등을 거치며 항명하는 모양새로 비쳐졌다. 진 장관의 사퇴와 그 배경 설명은 복지부 수장이 기초연금 정부안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모양새여서 기초연금 정부안을 추진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부처 곳곳서 항명 ‘영’ 안서는 청와대


청와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연금 정부안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특히 청와대는 진 장관의 사퇴 배경이 기초연금을 둘러싼 청와대와 갈등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당장 여권은 진 장관의 행동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도 무책임한 처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내 일부 친박 인사들은 “기초연금을 문제를 사과한 박 대통령의 방패막이가 되지는 못할망정 물러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노골적으로 힐난했다.
당 내부에서는 ‘황태자의 배신’이라며 출당조치나 탈당요구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진 전 장관이 국회로 돌아오더라도 당내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것은 물론,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항명하며 정권에 큰 부담을 주고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진 전 장관에게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초연금 관련 긴급현안질의를 언급하며 “진영 장관 사퇴 파동을 거치면서 정부가 만든 안(案)이 괜한 오해를 받고 있는 측면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진 전 장관이 물의를 일으키며 사퇴하는 바람에 정부가 고심해서 만든 방안이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진 전 장관에 대한 당 지도부의 강한 불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보건복지 분야에 있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방안은 처음부터 중요한 문제였고 안 맞았다면 (장관직을) 안 맡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30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진 전 장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황태자’가 대통령과 당을 배신했다”고 진 전 장관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고된 수순’이었다거나 ‘사표 전문가’라는 비아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진 전 장관을 당에서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의리 중시하지만 가장 의리 없는 대통령


새누리당 내의 이런 반응은 ‘배신’이라는 단어에 거의 경기를 일으킬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배신이다. 그는 2007년 자서전에 이렇게 써 놓았다.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유신 때는 ‘유신만이 살길’이라고 떠들던 사람들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때 무슨 힘이 있어 반대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인생의 서글픔이 밀려왔다.”
 “고마운 사람은 나에게 물 한잔 더 준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으며 진실한 태도로 일관된 사람들, 진정 빛나는 이들이었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의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9년 8월11일 강릉의 심재엽 한나라당 전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일이 있다. 심재엽 전 의원은 강원 지역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였다. 기자들이 개소식 참석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의 도리 중에는 의리를 지킨다는 게 있습니다. 의리가 없는 사람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심재엽 위원장님은 저를 굉장히 많이 도와주신 분이에요. 이런 축하 자리에 의리상 와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과의 의리를 강조한 또 한 사람이 있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미래희망연대) 대표를 지낸 서청원 전 의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11년 12월8일 서청원 전 의원이 이끄는 청산회 송년모임에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을 보내 메시지를 전했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 서청원 대표님과 청산회원 여러분 모두에게 각별한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서 전 대표는 최근 경기도 화성 재보궐 선거에 공천을 신청했다. 비리 전력자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연고도 없는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것이다. 당장 당내 소장파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서 전 대표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여기에는 서 전 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믿음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현재 김무성 의원의 당권 접수를 막기 위해 서 전 대표를 원내로 복귀시켜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리만 있으면 비리도 괜찮아


의리를 지킨 사람은 어떠한 흠결이 있어도 안고 가고, 배신자로 낙인찍은 사람은 설사 그것이 양심과 관련된 문제라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폭의 문화와 흡사하다. 조폭에게 배신은 죽음을 의미한다. 진 전 장관의 정치적 생명이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가해지는 공격 역시 조폭 문화와 다르지 않다. <선데이저널>은 지난 호를 통해 왜 박근혜 정부가 채 전 총장을 내치려하는 지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사실상 전 정권에서 임명한 검찰총장을 교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어느 때보다도 치졸한 것이어서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이런 일들이 이어지면서 취임 7개월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令)이 안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핵심 권력기관장인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의 사퇴와 사표수리는 뒷말이 무성하고, 급기야 핵심 최측근 장관의 ‘항명성 셀프 사표’까지 겹치면서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법과 원칙이 바로서는 사회, 복지증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양대 핵심공약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적 지지를 높게 받고 있는 대북정책외에 핵심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임기 중후반 레임덕으로 대통령의 영이 안서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불과 취임 7개월여만에 인사 파동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대 시험대에 오르는 건 이례적이다.













김기춘, 대통령 컨트롤 타워 ‘상왕’ 행세


청와대 주변에서는 인사파동과 항명의 배경에는 청와대 참모가 내각 위에 군림하는 듯한 관계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 이후 청와대 비서실의 ‘그립’이 더욱 강해지면서 정부와 청와대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많아졌다. 진 장관의 행태도 이해할 수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알려진 진 장관마저 버티지 못할 정도로 상명하달식의 경직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김 실장은 지난 8월 임명된 이후 박 대통령의 의중을 관철하는 데 주력하면서 ‘왕실장’, 심지어 ‘부통령’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었고, 야권으로부터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주역으로 지목돼 왔다.
김 실장이 들어온 뒤 청와대가 한층 더 보안이 강화되고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스타일은 외부의 시선에선 ‘상명하복 스타일’ ‘예스맨 스타일’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때문에 김 실장의 스타일은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기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맞물려 국정운영 과정에서 불통과 독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제2, 제3의 진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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