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훈 칼럼> “나는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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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훈<언론인>
아시아 6개국의 생활 만족도를 비교한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설문조사가 얼마 전 발표됐습니다. 여기서 한국은 놀랍게도 꼴지를 했지요. 한국 이외의 조사 대상국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으로, 모두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난한 나라들이었습니다.
 각국의 응답자 중 평균 77%가 ‘만족한다’고 답한데 반해 한국은 겨우 61%만이 만족해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인도는 무려 92%가 만족해 국민행복도 1위의 나라가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양적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아직 부의 분배가 충분하지 않고, 성장에 비해 사회안전망이 취약해 생활만족도가 낮은 것 같다고 풀이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국민만의 생활만족도를 비교 조사한 서베이를 보면 한국인 보다 일본인에게서 만족도가 높게 나옵니다. 1인당 소득이 한국의 2배인 일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건 당연한 것 같지만, 이들이 현재에 만족하는 까닭은 좀 생뚱맞고 별스럽습니다. 일본인들은  뜻 밖에도 “내일이 현재보다 더 나을 것 같지 않아” 현재에 만족 한다는군요. 반면에 한국인들은 막연한 희망이지만 “미래가 지금 보다는 나을 것 같아”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장래의 희망이 안보이니까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일본인과, 불투명한 미래에 희망을 걸고 현재를 불만스러워 하며 사는 한국인 중 어느 쪽이 진정 행복한 사람들일까요?


한국은 아시아 최대 ‘불행국’


엊그제 아시안-아메리칸 정의진흥협회(AAAJ)가 공개한 LA 카운티 내 아시아 태평양계 생활 센서스에서 한국계는 소득 의료 주택 교육 등 전반적 지표에서 다른 아시아계 보다 저조하고 열악했습니다. 우선 연평균 소득이 고작 2만7천 달러로 아시아계 가운데 7위였습니다. 1위는 3만9천 달러의 인도계, 2위는 3만6천 달러의 일본계였고, 대만 스리랑카 중국계가 뒤를 이었습니다. 한인들은 아시아계 중에서 무보험율이 34%나 돼 일본 9% 보다는 물론 라티노 30% 보다도 높았고, 저소득층-빈곤층 역시 필리핀 일본 중국계 보다 높았습니다.
이번 LA 카운티 생활 센서스 결과는 우리 한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입니다. 전문직 등 고급직종 종사자가 많은 인도 일본계는 그렇다 쳐도,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계 보다도 우리의 삶이 더 척박하다는 사실은 좀체 믿기지 않습니다. 5~6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최악의 경제난으로, 상대적으로 자영업이 많은 한인 이민자들의 삶이 다른 나라 이민자들 보다 훨씬 더 팍팍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 2만 달러가 조금 넘어 LA 카운티 한인들과 엇비슷해졌습니다. 울산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의 평균연봉은 8만 달러가 넘어 LA 한인들의 3배나 됩니다. 이런데도 해마다 불법파업으로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회사에 수억 달러씩의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현대차 근로자들이야말로 미국 GM이나 일본 토요타 같은 다른 나라 근로자들 보다 ‘훨씬 부자’이면서도 ‘영원히 불행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래 꿈 버리니 행복 해 지더라


미국의 한 교포언론사가 몇 년 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70% 정도의 한인 동포들이 현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을 보였습니다. 이민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65세 이상 노인들에 특히 높아 80% 가까이가 만족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노인복지제도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빈곤층 노인에게도 기초생활비와 의료보험, 저렴한 아파트 등을 제공해 줍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가난한 노년층 이민자 까지 알뜰히 챙겨주는 워싱턴의 ‘엉클 샘’이 “효자 아들 보다 백배 낫다”고 한인 노인들은 입을 모아 고마워합니다. 이달 초 한국의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기혼남녀 생활 만족도 조사를 보면 60살 이상 한국노인들의 만족도는 45%에 그쳐, 재미동포 노인들의 절반수준이었습니다.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의 기초노령 연금을 주기로 한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는데도 월 200달러도 안 되는 노령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한국의 노인 복지제도는 분명 잘 못 된 것 같습니다.
스리랑카나 베트남 출신 이민자들 보다도 생활형편이 어렵고, 1인당 수입이 본국과 엇비슷해졌는데도, LA한인들의 생활 만족도가 한국 보다 높은 이유는 뭘까요. 역설적이게도 내일의 헛된 꿈을 버리고 나니까 현재가 소중하고 행복하더라는 이른바 ‘일본형 행복관’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생활이 고달파 진 재미교포들의 인생관에도 스며들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 경제 외교 등 각 분야에서 미국 예외주의가 무너지고, 무지개 빛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이 사라지고 있는 냉엄한 현실이, ”일찌감치 헛 꿈 깨고“ 현재에 만족하며 살라는 ‘무소유’의 행복관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 것은 아닐런지요.


싸움에서 행복 찾는 K타운의 쓰레기들


요즘 LA 한인회관의 건물주인 <동포재단>의 내분사태가 가관입니다. 현 이사장인 임승춘, 전 이사진인 김영 허종 김광태 등이 벌이고 있는 드잡이 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이 자들이 왜 싸우는지, 어느 쪽이 옳은지, 교포들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교포들은 “미친것들, 또 시작이군!” 하며 냉소하지만 이들은 오불관언, 매일같이 고소 고발로, 언론 인터뷰로, 비싼 신문광고로, 자기네가 옳다고 앙앙불락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동포재단 이라는 데가 돈 깨나 있으면서 할 일은 없는 자들의 ‘놀이터’인 재단(財團)이 아니라, 동포사회에 재앙만 안겨주는 재단(災團)이 돼버린 현실에 화가 치밉니다.
K타운의 올드 타이머인 언론계 친구 C가 몇 년 전 들려 준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한인 타운에서 신문기자로 수 십 년 취재를 하고 다녀 그 바닥의 내로다 하는 싸움꾼들과는 미운정 고운정 다 든 ‘절친’ 사이 이기도 합니다.
“그 친구들은 싸워야만 사는 보람을 느끼는 친구들이지. 저희끼리 아귀처럼 싸울 때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우리들과는 ‘토털리’ 다른 세포구조를 가진 친구들이라 보면 돼요.”
30년 전 발라드 가수 이문세의 첫번째 앨범 타이틀은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대표곡이 된 경쾌한 리듬의 ‘나는 행복한 사람’의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대 사랑하는 나는 행복한 사람, 잊혀 질 땐 잊혀진대도, 그대 사랑 받는 나는 행복한 사람, 떠나갈 땐 떠나간대도….”
애이불비(哀而不悲) 삶이 고단할 때, 리빙 룸에 있는 ‘우리집 노래방’에서 아내와 함께 가끔 이문세의 ‘나는 행복한 사람’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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