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념 본국 현지 르포> 유턴해도 갈 곳 없는 유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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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기업이 줄도산하면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는 유럽과 일본을 거쳐 본국에도 타격을 입혔다. 부도 공포에 휩싸인 본국 기업들은 지갑을 닫았고,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실업의 공포가 덮쳐왔다. 은행과 기업의 위기는 가계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금융위기는 이민사회를 깊은 터널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한국과 이민사회가 어려워지면서 한인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이민 역사가 시작된 후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즈니스 뿐만 아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온 유학생들은 이중고에 시달리며 이곳에 불법체류자로 눌러앉거나 본국으로 유턴했다. 어느 쪽을 택하던 그들에게는 출구가 아니었다.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본국으로 유턴한 유학생들에게도 일자리는 허락되지 않았다. 한 때 고급인력이라고 평가받던 그들은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된 지방대생 및 고졸 우대 정책에 밀려 갈 곳을 잃었다. 오죽하면 유학생보다 지방대생이 더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래서 일부 유학생들은 아예 취업 준비를 위해 고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갈 곳 잃은 미국 유학생들의 고달픈 본국 유턴 생활을 현지 언론인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들어봤다.
< 서울 = 박희민 언론인 >

뉴욕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박정준(22.가명) 씨는 방학을 맞이해 국내의 한 메이저 일간지에서 인턴기자 생활을 했다. 인턴기자는 취업경쟁이 치열지면서 언론사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우대해주는 스펙이어서 여기에 뽑히는 것도 웬만한 입사시험만큼이나 어렵다. 다행이 박 씨는 아버지가 현직 언론인이어서 아버지의 소개를 통해 인턴기자로 일할 수 있었다.
그는 방학이 끝나면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1년 후 군 복무를 위해 다시 와야 한다. 군 복무까지의 로드맵이야 정해져 있지만 그 이후에는 진로를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한 때 아이비리그 졸업장은 미국 현지에서 취업을 할지 한국에 취업할지만 선택하면 될, 취업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현지에 일자리가 없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에서도 유학생들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해외파보다 자국대학 출신 우대현상


글로벌 금융위기가 근본적인 원인이었지만, 여기에 유학생보다는 자국 학교 졸업생을 우대하는 문화가 한국 기업에 널리 퍼졌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지방대생 및 고졸생 우대 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현재 한국의 대기업과 공공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지방대생 우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신입사원 공채에서 학력의 문턱을 낮춘 데 이어 지방대생과 저소득층을 우대하는 ‘소수자 우대’ 정책을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7∼12월) 3급 신입사원 공채(신입 공채)부터 전체 모집정원의 35%를 지방대생에게, 5%를 저소득층에 배정하는 내용의 ‘함께 가는 열린 채용’ 제도를 도입한다고 13일 밝혔다. 현대차나 SK, LG 등 다른 대기업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관공서도 마찬가지다. 지방대생과 고졸을 우대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 버렸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이런 현상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더욱 강화됐다.












 
박 씨는 <선데이저널>에 “대학교나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전문 직종 분야는 좀처럼 외국인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최소한 영주권이라도 소지해야 취업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대학교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예전에는 외국학교 특히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왔다고 한다면 서로 모셔가려고 안달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한국에 나온 대학생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영어를 하는데다가 유학생들이 한국 직장 문화에 적응을 잘 못해 오히려 유학생들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지방대생이나 고졸 출신들을 기업에서 우대하다 보니 유학생들이 설 틈이 없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 역시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더 이상 유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가 없다”며 “세계의 경제흐름이나 금융기법 등을 가지고 있다면 장점이 될 수 있는데 그 정도 실력을 갖추면 학부만 졸업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턴 유학생 매년 늘어나지만


이런 현상은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을 시작으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08년이나 2009년에는 환율 등으로 인한 변수로 유턴하는 유학생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취업시스템 자체가 유학생들에게 불리하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
설사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취업 경쟁을 한다해도 불리한 요소가 한 둘이 아니다. 외국에서 오래 공부해 온 학생들의 경우 한국어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도 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고학력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 1년 이상 공부해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국의 편입학 학원은 유턴하는 유학생들로 들끓고 있다. 실제로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편입학 시험에 응시하는 ‘유턴 유학생’은 매년 3, 40%씩 늘어나 지난해엔 1700명을 훌쩍 넘겼다. 유학생 수도 점점 줄고 있다.
<선데이저널>이 국회를 통해 입수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현재 외국 고등교육기관에서 학위 공부 중인 유학생은 15만4178명으로 지난해보다 6.1% 감소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수치로 외국에서 학위과정 중인 유학생은 2006년 11만3735명, 2007년 12만3965명, 2008년 12만7000명, 2009년 15만1566명, 2010년 15만2852명, 지난해 16만4169명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올해 15만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 어학연수 중인 유학생도 올해 8만5035명으로 지난 해의 9만8296명보다 13.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유학생 인턴 환영, 정식 채용 난색


그래서 유학생들이 나름대로 생각한 방법들이 박 씨의 경우처럼 방학 기간에 한국에 들어와서 기업이나 국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른바 ‘스펙 한류(韓流)’를 쌓으려는 것이다. 삼성, 현대, LG 등 국외에서도 유명한 국내 대기업의 인턴십 기회가 유학생에게도 활짝 열려 있을 뿐 아니라 국회나 국가부처 등 공공기관의 인턴십 경력이 국외 취업에 요긴하게 쓰인다는 점도 유학생 사이에 국내 인턴십 인기가 높아진 이유다. 또한 정직원이 아닌 채용 전 단계인 인턴으로서의 유학생 호감도는 여전히 높다는 것도 유학생들이 국내 기업 인턴을 선호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박 씨 역시 언론사 인턴으로 일하면서 번역이나 해외취재 등에서 나름대로의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본국의 한 헤드헌팅 회사가 직원 수 100명 이상 기업 112개사를 대상으로 ‘해외 인턴인력 채용선호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4.3%의 기업이 기회만 된다면 외국인 고급인재(외국인 유학생)를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인턴으로 채용한다면 맡기고 싶은 업무에 대해 물어본 결과 △해외영업직이 3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기술개발직(IT직포함) 18.8% △마케팅/홍보직 13.4%△연구/리서치 분야 12.5% △무역/유통직 7.1%△경영/인사/사무직 4.5% 순이었다.

외국인 유학생을 인턴으로 채용하고자 할 때 선발 기준에 대해서는 국내 인력채용과 마찬가지로 △인턴의 자질과 능력을 본다는 응답이 46.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한국어 사용 가능여부 27.7% △현재 회사의 비즈니스와 연관 있는 국가의 인재인지가 중요한 채용기준이 된다는 응답도 18.8%로 많았다.
인턴 채용을 선호하는 국가로는 △미국/캐나다 인력이 42.9%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다음으로 △중국 15.2% △베트남 7.1% △호주/뉴질랜드 5.4% △영국과 필리핀이 각각 3.6% 순이었다.
위 국가들의 인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가 그 국가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응답이 29.5%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그 국가의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서도 20.5% △영어권이라서 19.6% △현 직원들의 글로벌화를 위해 11.6% △향후 임금과 조건을 고려하여 5.4% 등의 순이었다.
외국인 유학생 인턴 채용 기간에 대해서는 보통 △3개월~6개월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기업이 36.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6개월~1년 27.7% △1개월~3개월 18.8% △1년 이상 14.3% 등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턴기간 동안 급여수준은 △120만원~150만원 정도가 29.5% △100만원~ 120만원 23.2% △150만원~200만원 23.2%로 국내 인턴 인력 평균 급여에 비해서는 다소 높았다.
정직원으로서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대신 인턴사원으로 활용한 후 취업을 결정하겠다는 수요가 여전한만큼 유학생들은 국내 기업들이 운용하고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취업난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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