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권 ‘겉으로는 국민행복, 뒤로는 망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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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핵심 슬로건은 ‘국민행복시대’다. 박 대통령은 틈만 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위정자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 돈을 가진 사람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 국민은 불행함을 느낀다. 가진 자들의 자녀들이 부정하게 취업을 하거나, 인사에서 혜택을 받을 때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9일 국민을 분노케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국민행복시대를 주도하는 청와대 핵심인사의 자녀가 정작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주인공은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다.  유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슬로건인 ‘국민행복시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로서, 정작 본인의 자식이야말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국적을 취득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고위공직자의 이런 행태로 인해 분노하거나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실망할 때에는 국정원이나 검찰이 어김없이 나서서 여론을 방향을 바꿔놓는다. 이러한 사정기관은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오히려 각종 정보들을 쏟아내며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국민행복시대를 외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칼춤을 추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호도하는 것이 현 정권의 행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고위공무원 아들 16명이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 현재 이들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및 캐나다인으로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이 병무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정부 고위공무원 등 15명의 아들 16명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했다. 이들 중 13명은 미국 국적이고, 3명은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신중돈 국무총리실 대변인 등 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가 포함돼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타락하고 후안무치한 정권인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타락하고 후안무치한 정권의 이중성


또 전 충북대학교 교수출신의 신원섭 산림청장과 강태수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도 포함돼 있고, 김우한 정부통합전산센터장,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조계륭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 정부 산하기관장들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계륭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현재 장남만 국적상실이지만, 1983년생 차남 또한 입영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남은 2007년 4월30일 병역처분을 받아 현역입영대상이지만 2007년 5월부터 현재까지 국외에서 입영연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유민봉 수석이다. 국정기획수석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정과제 전반에 대한 조정ㆍ관리 등의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이미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로 활동하며 새 정부 조직과 주요 국정과제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그는 국무회의를 할 때면 항상 박근혜 대통령의 옆에 앉을 정도로 청와대 내에서 상당한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정작 자식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채 본인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국민행복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아들의 의견을 존중했다”며 ““아들의 교육을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줬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재 공직자로서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의 모럴헤저드


사실 고위공직자들의 모럴헤저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은 정권 초반 고소영 내각 얘기를 들을 정도로 얼마나 국민과 동떨어져 있었던가. 하지만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파급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국정원이나 검찰과 같은 사정기관들이 뒤에 숨어서 정국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사정기관들의 정국주도가 얼마나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됐으며 ‘초본’은 삭제됐다 이번에 복원됐다는 검찰 발표로 정국이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채동욱 혼외자식 논란과 기초연금 논란으로 수세였던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공세모드로 전환했고,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기개시 한 달 만에 재가동에 들어간 정기국회 전망도 불투명해지는 모습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3일 여권의 대화록 실종주장에 대해 “여권이 사초실종이라고 공격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며 “여당이 사전에 입수해 지난 대선 과정에 유세장에서 낭독한 대화록을 이제 와서 실종됐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그 대화록은 무엇이었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묘한 시점에 검찰의 정상회담 회의록 수사에 대한 중간발표가 있었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은 직설적으로 “정부의 총체적인 국정난맥상을 덮기 위한 중간수사결과 발표”라고 규정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태 등으로 수세 몰린 여권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대화록 수사상황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의 수사 발표는 수장이 공백인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검찰 수사 발표가 석연치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수사상황이 공개되기 직전 여권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의 큰 폭 하락을 불렀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고조되고 있었다. 재보선 지역인(화성)에 출마를 선언한 서청원 전의원의 개소식에는 2000여명의 정재계인사들이 참석해 그가 박근혜 정부의 실세임을 입증했다.


朴 호위무사 올드보이 3인 추잡한 귀환


개소식에 참석한 황우여 대표는 ‘박대통령은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키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할 중심인물’이라는 아첨발언으로 서 전의원을 추켜세웠다. 홍사덕 전의원까지 민화연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박근혜의 올드보이 ‘김기춘-서청원-홍사덕’ 등 유신 앞잡이와 비리로 얼룩진 3명 모두를 정권 전면에 배치시켰다. 정권유지를 위해서라면 어떤 비리도 개의치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지몽매한 불통의 인사정책이다.
‘셀프개혁’ 비판이 거셌던 국정원 자체 개혁안 발표도 임박했다. 온통 수세였던 여권에게 검찰의 발표는 ‘절묘한 타이밍’에서 나온 ‘호재 중의 호재’였다. 기다렸다는 듯 청와대와 여권은 전면적인 공세모드로 돌아섰다.
정상회담 대화록이 정치의 중심으로 부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 직전이었던 지난해 10월(정문헌 의원 의혹제기)과 12월(김무성 의원 대화록 공개) 새누리당은 이를 적극 활용했다. 두 시점 모두 박근혜 당시 후보가 위기국면이었다. 특히 12월 김무성 의원은 실제 대화록과 거의 똑같은 문장을 낭독해 ‘대선 직전 대화록 원본이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불러일으켰다.
지난 6월 국정원이 ‘명예’를 이유로 대화록을 전격 공개하면서 정치권은 또다시 대혼돈 속으로 빠졌다. 국정원 댓글사건 기소와 국회 국정조사 특위 활동 개시 등이 맞물리며 여권이 곤혹스러워 하던 시점이었다. 국정원 개혁에 대해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었다. 여권의 수세와 국정원의 조직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대화록이 공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은 ‘타이밍’이었다. 정쟁은 극에 달했고 여파는 9월 정기국회까지 이어졌다.


국정원 고급 정보 풀린 배경에 의혹


지난 8월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노숙투쟁에 들어가자 다음날 국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논란거리였다. 반드시 그 시점이었어야 했느냐, 핵심증거물인 녹취록은 어떤 경로로 공개됐나, 내란음모죄 적용이 과도한 것은 아닌가 등의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새누리당은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다. 오히려 야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정원 역시 최근 민감한 대북정보들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8일 국회서 열린 정보위 회의에서 북한의 동향이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수사 동향 등 민감한 정보를 쏟아냈다. 국정원은 북한과 관련해 ‘44% 정도의 군단장급 이상의 교체가 있었다’, ‘북한이 5㎽급 영변 원자로 시설을 재가동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3년 내에 무력 통일 하겠다고 수시로 공언하고 있다’ 등의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 또한 국정원은 진보당 이 의원 수사상황과 관련해서도 ‘합정동 모임’에서 녹음된 이 의원의 음성을 직접 들려주기도 했으며, 국정원의 사제폭탄 실험 동영상을 보여주는 등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2007년 남북 정상회담대화록 음원파일은 USB(이동식디스크)로 보관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원 심리전단 사업비는 150억원이다’ 등의 민감한 정보들이 여야 간사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처럼 고급 정보들이 한꺼번에 풀린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국정원 개혁논의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자신들의 정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 정국 주도권 ‘진격의 남재준’


이처럼 최근의 정국을 주도하는 것은 남재준 국정원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육사 25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 김관진 국방부장관(육사 28기)을 안보라인의 전면에 내세워 육사 전성시대를 열었다. 특히 남 원장은 6월 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RO(혁명조직)의 실체를 적발하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내란 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하는 등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남 원장이 야권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를 입증한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다시 연기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는데도 남 원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제외하고는 정보 당국 수장이 정국을 주도했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야말로 정보수장은 음지에서 일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국정원은 틈만 나면 국내 정치에 관여해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게 유신독재정권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가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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