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인은행, 총체적 난국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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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행들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들어 시작한 금융권 지각변동은 결국 BBCN은행의 간부급 직원들이 대거 경쟁 은행격인 한미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불 붙었다. 나라와 중앙은행 합병으로 외형적 성장을 달성한 BBCN은행은 두 은행의 이질적인 문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급기야 바니 이 수석전무를 비롯해 전무 간부급 직원 4명이 한미로 전격 옮겼다, 또한 한미은행의 고위급 직원 2명도 윌셔은행으로 이직하면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한인커뮤니티의 메카니즘을 모르는 금종국 한미은행 신임행장은 비교적 한인커뮤니티를 잘 아는 고위급 간부의 영입에 성공하면서 잘 맞아 떨어졌다.
바니 이 전무를 비롯한 간부들과 금종국 행장은 결국 BBCN은행의 VIP고객들을 접촉, 갖가지 금융 혜택들을 제시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교란이 시작했다. 경쟁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간부급 직원들은 평균 연봉이 30% 이상 인상되었고, 남아있는 직원들도 승진기회를 잡아 이른바 ‘밥값을 하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치졸한 제살깎아 먹기식의 고객유치에 나서자 은행들이 고객단속에 초비상이다.
한인은행들의 문제점을 짚어 보았다.
김 현(취재부기자)
 











 ▲ 민수봉 행장       ▲ 금종국 행장          ▲ 유재환 행장
한인커뮤니티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금융이 발전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다. 우선 은행이 도덕적으로 건강해야하고 집단 이기주의 행태가 근절되어야하는데 작금의 한인은행들은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수년간 한인 은행들은 참으로 모질고 헌난하게 금융위기를 견뎌내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미래은행과 아이비은행 등 이미 두 세개의 한인은행들이 폐쇄됐지만 그런 위기를 거치면서 내실이 단단해지고 사이즈도 커졌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도 나스닥 상장은행인 중앙-나라의 합병은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통합 이후 보여준 경영진들의 집단이기주의 행태는 누가봐도 한심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었다. 칼자루를 쥔 나라은행 출신들은 점령군 행세를 하며 군림하듯 중앙은행 출신들을 냉대하고 적대시했고 냉대에 가까운 인사정책으로 중앙은행 출신들을 서럽게 만들었다.


도덕 불감증, 집단이기주의 팽배


그러나 통합 1년이 넘기면서 결국 엘빈 강 전임행장이 물러나고 민수봉 전 윌셔은행장이 전격 취임하자 나라은행 출신 경영진들은 드러내놓고 반색을 했다. 바니 이 전 수석전무는 자신이 행장에 오를줄 알고 있다가 탈락하고 민수봉 행장이 전격 부임하자 2개월만에 자신의 사단으로 분류되는 간부급 직원들을 대동하고 한미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몰라도 이들이 나가자 마자 감독국의 특별감사가 나왔다.
사실 확인은 안됐지만 이들이 이직하면서 감독당국에 ‘이사들이 전횡을 일삼고 있으며 은행 경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식의 투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을 반대했던 이사들을 향한 저주에 가까운 분노를 이렇게 나타낸 것은 집단 이기주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자리를 옮긴 이들을 향한 은행의 기대로 인한 부담감을 행동으로 나타면서 모럴헤저드는 더욱 심화됐다.
먼저 근무했던 BBCN은행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들 간부들은 ‘소위 밥값을한다’는 명분으로 BBCN 주요고객에 접근, 과거 자신들과 거래 했던 대출과 예금을 ‘더많이 주고, 더 싸게주고’ 하는 너죽고 나죽기 식으로 빼가기 시작했다.
한미에서 윌셔로 옮긴 직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BBCN에서 남아있는 내부승진자들 역시 뺏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보니 한인은행들의 제살깎아먹기 전쟁은 심각하다 못해 처절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의 전체적인 벨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적인 면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더주려다보니 감정가가 부풀려지고, 더 싸게 주려다 보니 금리가 내려갈 수 밖에 없어 악순환만 되풀이 될뿐이다.
은행들이 새상품 개발에 주력해 고객을 확보하려는 노력보다 경쟁은행의 중요 어카운트를 빼오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은행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가 없다.
심지어는 은행 고위간부들은 이사들 중 자기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이들에 대한 질시와 모략도 서슴치 않는다.
이번 BBCN이사들에 대한 투서 파문은 은행간부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들은 만약 옮겨간 은행에서도 이사들과 불화가 있으면 언제든지 이들에 대한 언론 플레이, 투서나 집단적 행동까지도 있을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연방정부마저 부도위기에 처할정도로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의 본산이라는 미국이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양심세력들의 한탄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물안 경영에서 탈피해야


지난 2011년 8월, 미 시사주간 타임(TIME)은 1달러 지폐 속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얼굴에 멍을 그려 넣은 표지를 선보여 당시 상처받은 미국의 자존심을 묘사했다. 자칫하면 이번에는 대통령 얼굴에 멍자죽이 수두룩한 모습을 보일지 두렵다. 한인은행권은 이미 멍자국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오늘의 미국은 위기는 경제만이 아니라 미국적 가치의 실종, 도덕불감증,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에 걸친 부정과 부패가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 만연된 도덕불감증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이미 미주류 언론을 통해 드러난 월스트리트의 부패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아같은 환경이 한인 금융권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 더욱 심각성을 보여준다. 특히 한인 은행권의 경영진과 지도층은 물론, 간부급 등에서 벌어지는 도덕불감증은 한인금융권의 미래를 계속 어둡게 만들고 있다.



커뮤니티 은행이라는 건전한 사명감 대신, 집단 이기주의와  동포사회 자산의 건전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은행만을 고집하는 소위 ‘승자독식 문화’의 고집은 암적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은행이라는 전문성의 특징인 투명성 윤리관이 실종된지 오래다. 만약 이같은 부정직과 부도덕이 만연하게 되면 한인 은행권 전체가 극단적인 상황에  도래할 수도 있다.
이미 미 주류 은행권을 포함해 중국계 은행권들도 한인 커뮤니티 은행들을 공략하고 있다. LA지역에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어느 지점에 가도 한인계 직원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한인 금융권 마켓을 겨냥한 장기적인 포석의 하나이다.


브레인-리더 부재가 큰 난제


본보가 앞서 지적한 한인은행들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인 금융권 자체가 혼돈사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유능한 간부 직원을 키우지 않아 타 한인은행에서 부조리한 방법으로 영입하는 것은 전체 금융권의  분위기를 망치는 것이다. 타 은행으로 이직하면서 거래정보 빼내 고객과 접촉하는가 하면, 친분 있었던 전 은행 직원을 통해 비밀 정보를 넘겨받는 등, 실적을 올리려고 정보를 빼내는가 하면 근무했던 은행에 앙심을 품고 감독원에 ‘비리 있다’고 음해투서를 하는 등, 한마디로 ‘은행원들 모럴헤저드 도 넘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융 전문지인 아메리칸뱅커도 한인금융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메리칸뱅커는 “한인은행들 고위간부 영입을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Korean-American Banks Fighting for Top Executive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위 간부를 빼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경쟁이 한인은행권에 지니고 있는 인재난에서 근거한다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실력을 갖춘 은행간부가  모자라다보니 기존 간부급의 가치만 높아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메리칸뱅커는 한인은행권에서는 과거 경쟁은행에서 행장을 맡았던 인물이 행장으로 영입되고 있으며 간부급도 이 은행에서 저 은행으로 이동하는 것이 새로운 인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인은행들은 특성상 한국어와 영어 구사가 모두 능통한 인력을 선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커뮤니티나 주류사회에서 인력을 영입하기 힘들다. 따라서 다른 한인은행에서 인력을 끌어오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덕의 재무장 없인 미래 불확실


그리고 아메리칸뱅커는 한인은행권에서는 행장을 비롯한 간부급이 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이사회의 경영 간섭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은행은 특성상 이사회와 경영진의 관계가 어느 커뮤니티은행권 보다 가깝기 때문에 경영진은 이사진과의 관계를 잘 유지 하려고 노력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다른 은행으로의 이동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메리칸뱅커는 최근 한인은행권에도 변화의 노력이 보인다며 오랫동안 숙제이던 나라 은행과 중앙은행의 합병으로 BBCN이 탄생한 이후 윌셔은행도 두차례 인수합병을 성사 시키는등 한인 은행권이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번영은 바로 최고의 가치와 도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가치와 도덕이 상실 하면서 탐욕만이 남아 끊임없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바람에 오늘의 경제파탄에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인은행권도 다르지 않다.
한인은행권이 내일의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노블리제 오블리제’정신, 부단한 인재양성과 미국사회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금융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양극화 현상, 집단 이기주의, 선심성 금융정책 등을 과감하게 척결하지 않으면 미국주류은행권이나 중국계 은행권의 식민지가 될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한인은행권이 미래를 대처해야 할 오늘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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