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을 우짤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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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내가 사는 동네 샌타 클라리타(Santa Clarita)는 LA 한인 타운에서 30마일 정도 북쪽 끝에 자리 잡은 전형적인 캘리포니아의 전원도시입니다. 백인 중산층이 많이 사는 교외 도시인데다 주거 환경이 쾌적해 한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이곳은 미국 내 도시 중 가장 안전한 도시 4~5위에 랭크 될 정도로 범죄율이 낮습니다.  ‘LA의 8학군’으로 소문날 만큼 교육환경도 좋아, 십 수 년 전 샌타 클라리타와 바로 옆 동네 발렌시아(Valencia) 소거스(Saugus) 일대는 한국에서 오는 조기 유학생들로 때 아닌 부동산 특수(特需)가 일기도 했습니다.
샌타 클라리타의 ‘명물’ 중 도심을 가로 지르는 거대한 고압 송전탑 군(群)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사람 잡는’ 고위험(高危險) 혐오시설로 만인의 기피 대상인 송전탑들이,  샌타 클라리타에서는 마치 발전하는 신흥 도시의 심벌처럼 도시 상공을 가로질러 임립(林立)한 채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송전탑 바로 밑은 녹지로 조성돼 주택 등을 짓지 못하게 돼 있지만, 거기서 150~200 야드 정도 떨어진 곳에는 법적으로 얼마든지 주택이나 상가를 지을 수 있습니다. 송전탑 옆 주택에서 송전탑까지의 거리는 파3 골프 코스에서 6번이나 7번 아이언으로 온 그린 할 수 있는 짧은 거리입니다. 허지만 주민들은 이 정도의 거리면 안전하다는 에디슨 전기회사와 정부 당국의 발표를 믿고 따릅니다. 송전탑 바로 옆의 주택들이 주민의 기피 대상이 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주민들은 고압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휴대전화나 전기 드라이어, 전자레인지의 그것에 비해 더 위험하지 않다는 과학적 소명을 신뢰합니다. 고압송전탑을 머리에 이고 사는 꼴인 샌타 클라리타의 주민들은 암이나 백혈병 공포 없이,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미국인의 평균수명 이상을 장수하고 있습니다.


86세 할머니 시위꾼, 기네스북 감?


햇볕 따스하고 산천 해맑다는 경남의 교통 요충지 밀양이 장장 9년 동안이나 송전탑 반대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로 외부에서 원정 온 시위꾼으로 구성된 폭력 시위대는 송전탑으로 밀양이 ‘죽음의 도시’가 된다고 주민들을 선동하며 이들을 시위현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지난 2일 126일 만에 재개된 송전탑 공사를 가로막고 나선 시위대 60여 명 중 밀양주민은 20여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민노총, 통진당, 환경운동연합, 천주교 신부와 수녀 등 이른바 ‘좌빨 연합군’이었습니다.
 이날 좌파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엔 세계 최고령 시위꾼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올해 나이 86세 김말해 할머니의 처절한(?) ‘송전탑 반대 투쟁기’가 실렸습니다. 평생 밀양에서 논밭을 일구며 살아왔다는 이 할머니는 요즘 “식음을 전폐하고,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며” 매일 시위현장에 나가 “송전탑이 세워지면 죽어도 눈을 못 감는다”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된다면 사인(死因)은 전자파로 인한 암이나 백혈병이 아니라, 혈압상승으로 인한 심장마비나 뇌졸중, 혹은 열 불 나 다시 피기 시작한 담배 때문에 생긴 폐암이 되겠지요. ‘좌빨’들은 할머니가 유관순 열사처럼 순국(?)이라도 해 주길 바라는 듯, 그를 세계 최고령 ‘시위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식음 전폐 투쟁’을 꼬득이고 있습니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허접스런 인간들입니다.


밀양에 모여드는 ‘좌빨 연합군’


밀양 송전탑 공사는 신고리 원전 3~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 560만 kw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신고리~북부 경남 90.5km 구간에 765 kv 송전로를 건설하는 작업입니다. 총 161기 중 109기의 송전탑 공사가 완료됐고, 밀양시 4개면(단장, 산외, 상동, 부북) 52기의 송전탑 공사만 남겨 진 상태입니다.
시위대는 쇠사슬로 몸을 묵고 몸싸움을 벌이며 “송전탑으로 밀양은 죽음의 땅이 된다”고 분노와 증오를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라면 전국에 이미 건설된 900여기의 같은 급 송전탑 주변은 모두 죽음의 땅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밀양 주민들은 죽음의 땅에 사는 이웃 주민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밀양으로 송전해 주는 전기로 tv 보고 냉장고 돌리며 평안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죽음의 땅 어쩌구는 설득력 없는 억지 궤변입니다.
샌타 클라리타와는 달리 밀양의 송전탑은 주민들의 머리 위를 지나는 것도 아닙니다. 대개 야산을 지나도록 설계돼 있어 뱀이나 토끼 같은 산짐승들의 백혈병 위험이 다소 높아 질 수는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송전탑 반대시위는 ‘좌빨 연합군’ 대신 동물보호단체들이 해야 옳습니다.


모든 국책사업은 좌파의 먹잇감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국책사업이 이해 당사자들과 전업(全業) 시위꾼들이 연합하는 극렬 반대투쟁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멀리는 DJ정부 시절의 새만금 사업부터 부안 방폐장 사업, 천성산 고속 터널, 용산 개발, 인천공항, 경인운하,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 중요 국책사업들이 제때에 제대로 마무리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시위로 2~3년, 5~6년 씩 공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적게는 수 조원, 많게는 수 십 조원의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엄청 난 사회갈등 비용이 지출됐습니다.
 논리적 타당성이나 과학적 진실이 무시된 채 억지주장으로 5000만 국민의 행복권을 유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밀양사태는 지난 2002년부터 2005년 까지 천성산 고속철 터널공사를 막은 여승 지율의 도롱뇽 소송사건을 빼닮았습니다. 지율은 천성산 터널이 뚫리면 산 꼭대기 늪지대에 사는 도롱뇽들이 멸종될 것이라며 도롱뇽들을 원고로, 정부를 피고로 공사중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연히 소송은 기각됐지만 무식한 이 ‘땡 중’이 300일 넘게 단식을 하고 터널 앞에 드러누워 농성을 하는 바람에 공사는 3년이나 지연됐습니다.
 지율의 기대(?)를 배반하고 지금 천성산의 도롱뇽들은 1km 아래 터널을 지나는 고속철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며 잘 살고 있습니다. 전문 지식이 전혀 없는 이 여승의 주장을 좇아 터널 대신 천성산을 우회하는 철로를 깔았다면, 고속열차의 소음으로 도롱뇽들은 아마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모두 죽었을 겁니다.


전력대란은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밀양 송전탑 소동에서도 과학적 진실과 객관적 타당성 평가가 무시된 채 반정부-반국가주의 좌파이념으로 무장된 억지 생트집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해로울 수는 있지만, 일정거리를 벗어나면 우리가 가정에서 쓰는 여러 전기-전자기구들에서 나오는 유해 전자파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 거리를 미국은 150야드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객관적-과학적 진실입니다. 김말해 할머니가 이 사실을 안다면 식음 전폐 투쟁을 접고 담배도 다시 끊을 겁니다.
한국은 해마다 2개의 ‘대란’을 치릅니다. 겨울철의 입시 대란, 여름철의 전력 대란입니다. G-20 선진국 중 여름에 전기가 모자라 공무원들이 반바지-핫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대통령이 ‘남사스럽게’ 부채를 흔들며 외국정상과 만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3조250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140만 kw급 신고리 원전 3호기가 내년 3월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내년 여름 전력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헌데 밀양에서 그만 저 ‘사단’이 벌어진 겁니다. 폭력시위의 주동세력인 통진당 대표 이정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나승구 문규현 김준한 신부–. 이들이 사는 집에 딱 3일만, 송전탑이 고장 났다며 전기를 끊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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