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태」에 신바람 난 민주당 ‘擴戰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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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설훈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의 3선의원이다. 거의 호남 출신으로 채워진 DJ의 최측근 보좌진 중 유일한 영남출신으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때는 DJ와 함께  옥고까지 치렀다. 급하고 직정적(直情的)인 성격 탓인지 설훈은 정치판에서 숱한 설화(舌禍)를 일으켰다.  설훈의 엊그제 발언이 다시 여의도 정가에 먹구름을 몰아오고 있다. 22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그는 ‘18대 대선 불복’ 카드를 작심한 듯 꺼내 들었다. 설훈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댓글 의혹과 관련해 “지난 해 대선 결과를 승복해야 하는 건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방송에 출연해서도 “지난 대선은 불법 관권선거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훈의 이같은 ‘설화성’ 발언을 신호로, 민주당 내에  강경론이 확산되면서 ‘대선 불복’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23일에는 지난 대선의 패배자인 문재인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 보내는 성명을 발표하고 “18대 대선은 불공정 선거였으며 박 대통령은 이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뉴욕 타임스는 “한국의 대선 스캔들이 점점 더 심각해져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선 불복’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가장 인화성이 강한 정치 이슈로, 민주당이 이를 정식 공론화 하면 정치권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최악의 블랙홀에 빠져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임춘훈>

22일 민주당 의총에서는 지난 해 대선을 새로운 형태의 관권-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이를 인정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가기관의 인터넷 트위터 댓글 사건과 이로 인한 검찰의 내홍사태와 관련, “유례없는 부정선거 사건이며 유례없는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수사 방해와 외압”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정선거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영선 의원도 “지난 대선은 신관권선거로 규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화려한 옷을 매일 갈아입고 나와 구름 위의 선녀인 것 처럼 행세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박지원 의원은 “국정원-보훈처-군대까지 개입한 총체적 부정선거”라며 “불법을 저지르고도 그들은 댓글 몇 개가 선거에 무슨 영향을 미쳤느냐고 호도하고 있다. 댓글이 선거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라고 ‘사실상의 대선 불복’을 주장했다.



이날 5선의 정세균 의원은 트위터에 “옳은 것을 말하는데 대선불복으로 비춰질까 두려워할 필요 없다. 더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며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것이 부정선거가 아니면 무엇이 부정선거냐”는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일부의원들이 대선불복 뉴앙스가 풍기는 발언을 하면 대표나 대변인이 나서 “대선 불복은 아니다. 선거를 다시 하자는 것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사태확산을 경계하는 ‘치고 빠지기 식’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번에도 정호준 원내 대변인이 “일부 의원의 발언을 대선불복과 연계시키지는 말아 달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과거에 비해 발언 강도는 세지 않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대선 결과만은 승복한다는 기존의 스탠스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한 정치평론가는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선불복, 역풍 불까?


여론은 아직까지는 냉담한 편이다.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과반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민주당엔 걷잡을 수 없는 역풍이 몰아닥칠 수 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대선불복을 공식화 하지 못하는 이유다.
헌데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에서 드러난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의 5만6000여건의 트위터 글과, 새로 불거져 나온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국가기관이 전반적으로 선거에 동원된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문재인은 선거개입이 국정원 차원이 아닌 전 권력기관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정치적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윤석렬 여주지청장(전 수사팀장)이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의 댓글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문재인으로서는 선거부정이 더 이상 전 정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현 정권도 개입된 문제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측은 이와 관련,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국가기관 동원과 사건의 축소-은폐 시도라는 두 가지 팩트가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에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물론 문재인의 이번 성명발표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당선번복 안 돼, 결국 정치 주도권 싸움


지난 대선의 불공정-불법 시비는 법률적-정치적으로는 이미 끝난 사안이다. 선거무효 소송은 소송시효가 끝나 제기할 수 없다.
국정원이나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이 불법선거운동으로 판결나도 대선결과가 뒤집어질 수는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있을 때에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해서” 선거결과를 바꾸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웬만한 선거법 위반으로 대통령 선거 결과가 뒤집히는 일은 ‘거의, 절대’ 없다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2002년 대선 때 국정원이 조작한 이른바 ‘김대업 병풍조작 사건’의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노무현 후보와의 표 차는 50여만 표에 불과했다. 병풍조작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나라당은 대선불복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국론 분열-국정 차질 불가피


민주당 등 야권이 이 시점에서 실효성 없는 대선불복 카드를 꺼내든 데는 정치적-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계속 이슈화 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아 나갈 수 있다. 정부 여당이 국정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따른 반사이익, 전통적 야권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 그리고 리더십 부재로 지리멸렬해 있는 당내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호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문제는 국론 분열에 따른 정국 혼란과 이로 인한 국정마비 사태다. 벌써부터 대통령 탄핵론, 특검 수사론, 심지어 하야론 같은 무책임한 발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며 한때 새누리당에 몸 담았던 김현철은 23일 박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당장 사과 뿐 아니라 특검까지 받아야 할 중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수 논객인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는 23일 문재인의 대선 불공정 성명과 관련, “문재인이 끼어들면서 대선불복이 결국 민주당의 정략임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국정원 댓글이 불법이라 해도 그건 이명박 정권의 책임인데 아무도 MB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그들의 목표가 우선 대선불복을 선언한 후 내년 지자체 선거 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밀어 붙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문재인의 대선불복 선언은 친노종북 세력은 물론 안철수와 새누리당의 기회주의자들에게도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대선불복이 심각한 국론분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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