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태민 사위 ‘정윤회’…또 하나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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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다 2007년 대선을 전후해 종적을 감춘 정윤회 씨가 최근 활동을 재개한 사실이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드러났다. 한 한국 유력 정치인은 <선데이저널>과의 통화에서 “정윤회 씨가 지난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 기간 중 인도네시아에 방문해 청와대 내 몇몇 인사들을 접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가 인도네시아에서 청와대 인사들을 접촉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그가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여전히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 내에 있는 박 대통령의 측근은 대부분 정 씨가 추천한 인물들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내 권력을 움켜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김 실장과 정윤회씨가 물밑에서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정 씨의 인도네시아 방문은 이런 일각의 의혹들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감사원장 인선을 두고 김희욱 동국대 총장과 성낙인 서울대 교수 등을 저울질했지만 박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갑작스럽게 황찬현 전 대법관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황 후보자를 누가 추천했는지 의아해하고 있으며 김 실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정 씨가 감사원장 인선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다시 불거지는 정윤회의 막후 영향력 행사설에 대해서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정치권 관계자 및 본국의 몇몇 기자들에 따르면 정 씨는 박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방문하기 몇 일 전에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순방 기간 내내 머물렀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그가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청와대 내 자신의 측근들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보좌진은 대부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당시부터 일했던 인물들이다.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기간에 주요 보좌진은 바뀐 바 없다. 대선 직전 교통사고로 숨진 이춘상 전 보좌관을 제외하면,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고스란히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1998년 국회의원 첫해 박 대통령의 의원실 보좌진이었던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고 이춘상 보좌관은 모두 정 씨 밑에서 일했다. 그러나 그는 정식 보좌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입법보조원’ 신분으로 출입증을 받아 다녔다고 한다. 2004년 박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된 뒤엔 “공조직이 대표를 모셔야 한다”며 자진사퇴했다.


종적 감췄던 정, 드러내놓고 활동재개


이후 박 대통령과 관련된 공개된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친박 핵심 인사들은 오히려 2007년 대선 경선 이후에는 박 대통령과 거의 접촉도 없다고 주장한다. 당시 수행을 담당했던 이대구 씨는 현재 서울 마포에서 경호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씨가 2000년대 초반에 그만두면서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수행을 맡아 왔다.
박 대통령은 1998년 국회 입성 이후 공부모임을 만들려고 애를 썼다. 동료 의원들을 비롯한 여러 통로로 전문가들을 추천받으면 이재만 보좌관(총무비서관)을 통해 조용히 불러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국회 활동 초기 정씨가 비서실장이었음을 감안하면, 정씨와 이들의 깊은 인연은 짐작할 수 있다. 혹자는 보좌진 4인방을 구성한 게 정씨라고도 한다. 이들은 ‘4대천왕’이라는 비아냥 섞인 별명 속에서 ‘문고리 권력’ ‘환관 권력’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정 씨가 이들로부터 별도의 보고를 받으며 계속 박 대통령의 행보에 개입한다는 의혹도 제기돼왔다.
하지만 대부분 의혹에 불과했을 뿐 정 씨가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낸 바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 인도네시아 순방 기간에 정 씨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정 씨가 정호성 비서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는 전언은 그의 막후 영향력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태민 사위 정윤회는 누구?


정윤회 씨는 고 최태민 목사를 연결고리로 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얽혀 있다. 최 목사는 1970년대 후반 박 대통령과 함께 한국구국봉사단을 운영했다. 당시 최 목사와 박 대통령과 관련한 갖가지 얘기들이 나돌자 1979년 중앙정보부가 최 목사를 조사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 중정보고서가 정치권에 떠돌았다. 최 목사는 박 대통령이 1982년부터 이사장을 맡았던 육영재단의 고문이기도 했다. 지난 경선 때부터 최 목사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여러 얘기가 떠돌았다. <선데이저널> 역시 지난 2007년 최태민 x파일의 전문을 보도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최 목사와 관련한 의혹들은 대부분 부인했지만 다만 목사와 가까웠다는 점은 스스로도 인정한다.












최 목사와 관련한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최 목사가 사망한 1994년 이후에는 최 목사의 사위인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국회 보좌관을 지냈다. 박 대통령이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는 박근혜 총재 비서실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은 정 씨에 대해 “최 목사의 사위란 것을 알았다”며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 당시 정 씨가 돕겠다고 해서 순수한 인연이 됐고 이후 입법보조원으로서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박 대통령과 정 씨의 공식적인 관계는 박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끊긴 것으로 돼 있으나 이후에도 ‘박근혜 최측근 인사’ ‘정윤회 보고라인’ 등의 말이 끊이질 않았다. 2007년 경선 때는 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인 ‘강남팀’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고 심지어 지난 4·11 총선 공천 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 현재의 보좌진 역시 정씨가 구성했다는 설도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정 씨는 2004년 이후 박 대통령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베일 속 인물,  朴과 오랜 친구(?)


정 씨의 부인은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의 딸인 최순실씨다. 박 대통령보다 4살 아래인 최 씨는 20대 때 박 대통령의 말동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그가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얼굴을 드러냈던 적이 단 한 번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바로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신촌로터리에서 괴한에 피습당했던 때다. 당시 한나라당 한 당직자의 전언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이 입원했던 병실로 찾아와 지근거리에서 그를 간호했었다고 한다.









정윤회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8월 <한겨레>와의 인터뷰가 유일하다. 그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그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을 부인한 바 있다. 다음은 당시 한겨레 인터뷰 내용의 일부다.


▶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나 지난해 대선 때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와 기자들이 찾아다녔다.
“내가 완전히 그만둔 지 7~8년 됐다. 나를 만나고 싶다는 기자들은 주변에서 하는 얘기가 사실인지 확인하겠다는 건데, 지난해나 2007년 같은 경우엔 전국적으로 그랬다고 하더라. 그러니 내가 뭐 다닐 수가 있어야지. 어디 가서 마음 편히 앉아서 차도 못 마신다.”














▲ 한겨레 신문기자와 인터뷰하는 정윤회씨(왼쪽). 사진(한겨례)


▶ 2007년 경선 때는 이른바 ‘강남팀’이란 조직을 이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건 ‘카더라’ 통신 아닌가. 다 거짓말이다. 홍윤식씨 문제 생겼을 때도, 나는 홍윤식씨 얼굴도 못 봤어.” (당시 박근혜 캠프의 홍윤식 전문가네트워크 위원장과 정씨가 밀접한 관계라는 의혹을 이명박 캠프가 제기했다. 그러나 홍씨는 2012년 7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정윤회를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 지난해 대선에는 관여하지 않았나.
“나는 전혀 모른다. 독일에 나가 있었다. 독일은 내가 자주 왔다갔다 한다. 옛날에 무역을 그쪽하고 했기 때문에.”

▶ 박근혜 대통령 쪽과는 연락하지 않나.
“일을 관둔 이후로는 일절 안 한다.”

▶ 의원실 보좌진 출신 비서관들도 연락을 안 해오나.
“그 친구들도 연락 안 해. 나랑 연락한다 어쩐다 얘기 나오면 그런 게 다 대통령한테 부담이 되니까. 서로가 조심하고, 연락도 안 하고, 만나지도 않고.”

▶ 최근까지도 정치권에선 당신 이름이 등장했다.
“일단은 뭔가 핑계가 필요하고, 누구한테 미뤄야 하고. 난 너무너무 그런 걸 많이 당했어, 터무니없는 것들. 북한 얘기도 그렇다. (2002년 박 대통령의 방북 때) 나는 안 갔다. 내가 거길 왜 가요. 내가 모시고 있었을 때지만, EU상공회의소 이사들만 가는 건데, 내가 갈 이유가 없지. 그것도 내가 갔다 어쨌다 하는 게 다 ‘카더라’야. 그뿐 아니라 (내가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한테 20억인가, 30억(을 받아왔다고)? 뭐 그런 얘기까지 나와 갖고… 허허.”


정윤회 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된 의혹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설도 마찬가지다. 설사 이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에 행보가 주목받는데는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만약 선데이저널의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 정윤회를 둘러싼 정치권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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