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재보선 야당 참패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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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10.30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야권 지형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당 내의 강경파인 친노 세력, 그 중에서도 문재인 의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반면, 정치적 존재감이 미약하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서두르는 등 야권에 새 판 짜기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다. 안철수 측은 곧 창당준비위를 발족하고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과 민주주의 회복’을 화두로 그동안 추진해 온 전국적 연대 기구를 조만간 출범시킬 예정이다.
 야권 새 판 짜기는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중심의 범야 연대 기구 등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범야 연대 기구는 민주당+안철수 세력+정의당 등의 ‘신 야권 대연합’의 모체가 될 전망 이지만,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 외부세력들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안철수 측도 상설기구 참여에는 부정적이어서 실현여부는 미지수다. 민주당 손학규 고문과 안철수의 연대설, ‘박근혜의 남자’이던 새누리당 진영 의원과 원조 반박(反朴)인 이재오 의원의 안철수 신당 참여설 등 야권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임춘훈>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6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과 관련, 검찰에 나가 9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문 의원은 밤늦게 조사를 받고 나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최초에 보고된 대화록에 대해 노 대통령의 보완지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수정-보완이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확인하고 국가기록원에 넘겼다는 대화록이 실종된 데 대해서는 직접 언급을 피한 채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NLL을 확실하게 지켰다. 대화록은 멀쩡하게 잘 있다”고 말했다.
대화록 수정-삭제는 실정법 위반이다. 대통령과 부하직원들이 공모한 이 사건이, 당시 비서실장이며 남북정상회담 준비 총괄 책임자였던 문재인이 모르게 진행됐을 리가 없다고 많은 국민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수정-보완된 대화록을 “멀쩡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참여정부가 NLL을 지켰다”는 주장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여론이 높다. “NLL은 참여정부가 지킨 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이명박 정권이 지킨 것”이라고 보수진영 사람들은 주장하고 있다.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이 좌파정권으로 이어졌더라면 NLL의 운명은 지금과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재인은 위기를 맞고 있다. 10.30 재보선 패배에 대해 민주당 내 친노 세력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친노의 중심인물인 문재인의 입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선거 직전에 나온 친노 소장파 의원들의 내각 총사퇴 성명, 문재인의 대선 불복성 발언 등이 선거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생을 외면한 강경 일변도 투쟁, 국정감사에서 보인 민주당의 무기력한 모습 등도 국민의 외면을 샀다는 평이다.
지난주에는 친노의 핵심인물이며 지난 해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홍영표 의원이 낸 책 <문재인-안철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야권분열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대선 때 안철수 측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공동 신당창당 및 그에 따른 전권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올해 초 안철수 의원이 “실익도 없는 요구”라고 선을 그었던 ‘미래 대통령 요구안’ 문건도 공개했다.
문재인의 양해 하에 공개된 것으로 알려진 이 비망록은 최근 잇단 악재에 고전하고 있는 문재인 측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깨끗한 새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안철수를 구태 정치인과 다를 게 없는 ‘정치 협잡꾼’으로 만든 이 책 내용이 공개되자 안철수 진영이 발끈하고 나섰다. 안 측의 금태섭 기획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후보 자리를 양보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원망하는 게 말이 되는가. 이 사람들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 번도 없다. 정말 지겹다”라고 적었다.
‘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 패배의 진실’은 “차마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셈이라고 정치권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안철수 진영의 반발 등 역풍이 예상되는데도 문재인 진영이 이를 공개한 것은 나름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NLL 대화록 실종 및 대선 불복 논란 등으로 수세에 몰린 친노를 살리고, 점차 세를 넓혀 나가는 안 의원을 견제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망록은 문재인 진영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안철수 진영의 신당창당을 앞당기고 있다. 안 의원은 이달 말 신당창당을 위한 준비위를 발족키로 하고 대선캠프 시절부터 함께 일을 해 온 인물들을 중심으로 자문위원 23명과 기획위원 38명을 발표하는 등 이미 창당 준비를 시작했다. 자문위원에는 이근식 전 행자부장관, 이봉원 전 육사교장,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기획위원에는 송호창 무소속 의원과 강인철 금태섭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보다 훨씬 ‘대어급’의 신당행도 논의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새누리당의 핵심 친박계 인물인 진영 의원과 MB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 등이다. 진영은 ‘박근혜의 황태자’로 불린 박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었으나 기초연금과 관련, 대통령과의 이견으로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내 던지며 여권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는 최근 새누리당 내 ‘반 박근혜의 선봉장’인 이재오 의원과 자주 만나면서 일부 언론에 의해 새누리 탈당-안철수 신당 행 얘기가 나돌고 있다.
안철수 신당은 호남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친노 민주당’에 대해 호남인들은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며 신당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안철수 진영이 지역 내 평판이 좋은  구 민주당 출신 명망가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하면 내년 6월 지자체 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호남과 호남세가 강한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41.9%, 안철수 신당 23.3%, 민주당이 15.8%였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여권에선 김무성 의원이 10.6%로 1위, 김문수 경기지사가 7.5%로 2위였고, 야권에선 안철수 의원이 19.4%로 1위, 문재인 의원이 13.7%로 2위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NLL대화록 실종사태로 수세에 몰린 친노 세력이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제1야당으로서의 무게중심을 되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 환경은 녹록치 않다. 그는 ‘국정원 개혁과 민주주의 회복’을 화두로 추진해 온 전국적 연대기구를 조만간 출범, 대여 동력을 원내외에 극대화 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광장 앞 대규모 장외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안철수와 정의당을 끌어들여 ‘신 야권대연합’을 모색해 보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지만 안 의원 측은 상설기구 참여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안 의원 측은 ‘내년 초 신당 창당’ 로드맵을 갖고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어 민주당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손학규 고문의 신당 행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손학규는 민주당의 최대 계파인 친노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손학규 고문이 어떤 형태로든 안철수 의원과 연대하는 상황이 오면 민주당의 입장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가운데 80년대 ‘민추협’ 멤버인 동교동과 상도동계 일부 인사들과 재야인사 등 원로그룹이 오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행동’의 출범을 공식화 할 예정이어서 야권 재편과정에서의 역할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민주당과 안철수는 함께 가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안 의원과의 연대설도 나돌아 야권 새 판 짜기에서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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