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단장 놓고 삼성과 SBS는 왜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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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탐욕이 끝이 없다. 그 탐욕이 재계를 넘어 스포츠계까지 뻗치고 있다. 본국에서는 최근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단장을 놓고 이건희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빙상연맹 회장(삼성 엔지니어링 사장)과 윤태영 SBS 회장 아들인 윤석민 대한스키협회 회장(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 간 암투가 벌어진바 있다. 올림픽 단장을 놓고 벌인 두 사람 간 싸움은 삼성과 SBS 재벌일가 간 맞대결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 사건은 겉으로는 올림픽 단장 자리를 놓고 벌인 싸움이었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 회장이 IOC위원에 앉기 위한 물밑작업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IOC위원은 전 세계에 100명 밖에 없을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 자리인데다 거기에 걸맞은 대우도 받고 있다. 따라서 돈이 있다거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있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의 수많은 명망가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 김 회장과 윤 회장과의 다툼도 이와 무관치 않으며 여기에 삼성그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게 스포츠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결국 현직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이 국내에 2명 밖에 없는 IOC위원의 나머지 한 자리를 사위에게 물려주기 위해 사실상 마수를 뻗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사건은 지난 11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년 2월 열리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3개월여 앞두고 윤석민 대한스키협회 회장이 취임 7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사퇴한 것. SBS의 대주주인 태영건설 오너 2세인 윤 회장은 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 겸 태영건설 부회장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사퇴 이유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재열 회장이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은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은 지난 20년간 설상(스키협회)회장과 빙상(빙상연맹) 회장이 번갈아 맡아왔고 소치대회는 스키협회 차례였는데 사전 언질도 없이 김 회장이 단장으로 선임된 것이 윤 회장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것.













 ▲ 김재열 빙상연맹 회장.
물 먹은 SBS, 삼성 은밀 취재


최근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과 스피드스케이팅에 전통적인 강세종목인 쇼트트랙까지 빙상종목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사실이지만 스키 역시 우리나라의 취약 종목이기는 하지만 동계올림픽 전체 메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해 비중이 높은 주종목이다. 때문에 설상과 빙상이 번갈아 단장을 맡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 그 관례가 깨진 것. 실제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5차례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빙상과 스키연맹회장이 단장을 번갈아 맡아왔다.
특히 대한체육회에서 벌어진 투표에서 김 회장이 윤 회장을 13 대 0으로 이긴 것으로 알려져 윤 회장의 충격이 더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키협회는 변탁 태영건설 부회장이 전임 회장을 맡는 등 태영·SBS측에서 수장을 연임해왔으나 이번에 완전히 손을 떼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체육회는 지난달월 30일 소치올림픽 D-100일을 맞아 태릉선수촌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이상화 등이 참석했지만 스키종목 선수는 단 한 명도 초청받지 못했다. 메달권 밖이어서 국민적 관심도 적은 상황에서 스키 선수들이 서운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재벌가 오너들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삼성과 SBS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SBS의 경우 당장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삼성그룹과 김 회장에 대한 집중취재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IOC 위원 삼성가의 마수


단장 자리를 놓고 연맹 간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상대가 삼성과 SBS 오너 일가였다는 점에다 이번 사건을 통해 IOC 위원에 대한 삼성의 집착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인 김재열 빙상연맹회장은 동아일보 고 김병만 전 회장의 아들이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다. 반면 윤석민 스키협회 회장은 윤세영 태영건설 회장의 아들이다. 올림픽 단장은 선수단을 인솔하고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일뿐 아니라, 국제스포츠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해 이번 동계올림픽 단장 선임은 두 재벌 2세 간의 스포츠 무대 데뷔 경쟁라는 의미도 동시에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스포츠와 연관이 있는 재벌기업 오너나 2~3세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가 IOC 위원이다. 유럽이나 중동의 경우 왕족이 IOC 위원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엄청난 부를 소유한 기업 오너 일가에게 IOC 위원직은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고속 엘리베이터다. IOC 위원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투숙한 호텔에는 해당 국가의 국기가 걸리고, 출입국 때는 비자가 필요 없으며, 공항 귀빈실을 이용한다. 올림픽 유치에 나선 국가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물론, 국가원수를 만날 수 있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어디를 가든지 국빈 대접을 받는다. IOC 관련 행사에 참석 할 때마다 숙소와 자동차가 제공된다. 또 총회 때는 통역과 안내원이 따라붙는다. 이런 현실적인 대우도 중요하지만 국제 사회를 움직이는 이너서클의 일원이 됐다는 의미가 더 크다. 전 세계를 통틀어 멤버가 100명 남짓한 특별한 조직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 윤석민 대한스키협회 회장
이건희의 끝없는 야욕


삼성은 IOC 위원이 어떠한 대접을 받는지 몸소 경험해왔다. 이건희 회장이 해외 방문 시 극진한 대우를 받는 것도 그가 갖고 있는 재력보다는 IOC 위원이라는 대외 직함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삼성이 IOC 위원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이런 특별한 대우 때문이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수많은 재계 총수들이 이 자리를 노렸지만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IOC 위원 역시 인맥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삼성이 우리나라에 주어진 두 개의 자리 중 하나마저 차지하고 싶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건희 회장은 IOC 후원사인 삼성전자 회장으로서, 16년간 IOC 위원으로서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이 됐다. 이건희 위원이 향후 IOC 위원직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그의 영향력이라면 후계자를 IOC 위원으로 밀 수 있다는 게 체육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IOC는 1999년 헌장을 개정해 위원의 정년을 70세로 못 박았지만 1999년 이전에 선임된 위원은 80세까지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빙상연맹 측 반감 고조


80세까지 위원직을 유지하게 된 이건희 위원은 사위인 김재열 회장을 IOC위원으로 밀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탠퍼드대 MBA(경영학 석사) 출신인 김재열 회장은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다. 빙상연맹을 맡기 전인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 때 이건희 위원을 수행했는데, 당시 장인으로부터 해박한 스포츠 지식과 세련된 매너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후 이 회장은 그를 스포츠계의 후계자로 낙점, 사실상 IOC 위원 만들기에 나섰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결정된 2011년 더반 총회에서도 이 회장은 김 회장을 대동하고 로비활동을 펼쳤다. 김 회장은 총회 내내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체육인들은 이건희 위원이 그동안 쌓은 국제 스포츠 인맥을 사위에게 자연스럽게 연결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열 회장이 빙상연맹 수장이 된 것은 2011년 3월이다. 삼성이 수많은 종목을 후원하고 있지만 오너 일가 스포츠 단체장은 김재열 회장이 유일하다. 소치올림픽 단장의 경우 국제 스포츠계에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빙상연맹 측이 비난을 무릅쓰고 단장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3일 미국에 온 이건희 회장의 행방이 묘연하다. 이 회장은 19일로 열린 선친 호암 이병철 추도식을 비롯해 연말 사장단 인사 등도 이건희 회장이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비자금 특검에 휘말려 있던 2007년과 2008년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2009년부터는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석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올 연말에나 귀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올해 들어 이건희 회장의 해외 체류 빈도가 부쩍 잦아지고, 해외에 머무는 시간도 장기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한 달 이상 장기 체류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며, 이번까지 포함하면 네 번이 된다.
이건희 회장은 올해 1월 11일 출국해 일본과 미국 하와이 등에서 3개월을 머물렀으며 6월 20일에는 일본에서 37일간 체류했다. 지난 8월 30일에는 IOC 총회 참석차 중남미와 유럽 등으로 나가 35일만에 되돌아왔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해외 출장 중에 지인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경영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고 삼성 측은 설명한다. 하지만 이 회장의 해외 체류가 예상보다 훨씬 잦아지고 길어지고 있는데 대해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예전보다 건강 관리에 한층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건희 회장은 올해 8월 감기가 가벼운 폐렴 증상으로 발전해 약 1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의 해명과는 달리 당시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상당히 악화됐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도 지난 8월 이 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하며 그의 외유에 의문을 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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