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 美 국토안보부, 미군 반출품 어보 줄줄이 압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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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된 우리 문화재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덕수궁에서 가져간 대한제국 최초의 지폐인 ‘호조태환권’ 10냥짜리 원판이 국내로 되돌아오고, 문정왕후 어보가 환수 조치되면서 해외에 유출된 문화재 15만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 가운데 6만6000여 점이 일본에, 4만2000여 점이 미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선데이 저널>은 현재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해외 문화재의 환수 노력 및 현지에서의 대책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았다. 
심 온 <탐사보도팀>
 











대한제국 최초의 지폐라 할 수 있는 호조태환권의 원판은 6·25전쟁 당시 라이어넬 헤이즈라는 미군이 덕수궁에서 훔쳐갔다.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이었던 그레고리 헨더슨은 귀국 당시 한국 유물 1000여 점을 가지고 갔다. 헨더슨 사후 그가 보관하던 유물들은 하버드박물관 등 유수의 박물관에 기증됐고, 일부는 경매로 팔아 넘겼다.
혜문 스님이 찾아낸 미국 기록물에는 1953년 당시 47개의 어보가 미군들의 한국 참전 기념품(?)으로 쟁취한 후, 일본이나 미국으로 흘러 나갔다는 설명이다.
요즘 이슈가 된 어보는 존호나 시호를 올릴 때 각종 궁중의식에서 의례적으로 사용된 권위의 상징물이다. 전 세계에 왕실은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어보가 방대하면서도 거의 완전하게 남아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하지만 왕실 도장인 어보는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고 있다. 금으로 만들면 금보, 옥으로 만들면 옥보라고 하고 손잡이는 주로 거북이나 용 모양이며 문자로 왕의 공덕을 새긴다.
어보 유물은 원래 종묘에 보관 돼 있다가 1994년 궁중유물전시관으로 이관됐다. 그 후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과 더불어 현재 고궁박물관 수장고에 총 316종이 소장, 관리되고 있으며 50과는 6.25때 도난당했다.


현종 어보 발굴 압수 쾌거 로버트 무어 자택에서


그중 하나인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의 어보 1점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라크마 미술관에 전시 돼 있다가 지난 9월 국내 민간단체의 끈질긴 반환요청에 조건 없이 어보를 한국정부에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당시 LACMA측은 도난 소장품의 경우 반환한다는 원칙에 따라 반환한다고 했지만 실제는 이미 미 사법당국에 의해 압수되어 수사 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조선 18대 현종의 어보 또한 지난 4월 국내 한 방송사가 LA의 개인 소장자 로버트 무어 씨 자택에서 발견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5월 미 국토안보부 (HSI)에 문정왕후 어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이어 지난 7월에는 현종 어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이민국과 국토안보수사국 HSI는 LA의 고미술품수집가 로버트 무어 씨가 소장 중이던 현종 어보와 미 LA 라크마 박물관이 전시 중이던 문정왕후 어보를 지난 9월 압수해 조사 중이다. 어보들은 향후 공고와 몰수 판결 절차 등을 거친 뒤 한국으로 반환될 전망이다.


250점 한국 문화재 유물 라크마에서 50억에 구입


결국 호조태환권 원판의 경우처럼 반환 물밑작업으로는 불가능하고 국토안보부 등 사법 당국의 협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두 번째의 선례를 확인한 셈이다.
LA에 거주하고 있는 고미술품 수집가 로버트 무어 씨는 미술계에 큰 손으로 문제의 현종 어보는 10여 년 전 코네티컷의 밸런 갤러리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무어 씨는 지난 2천년 LA 박물관에 한국 유물 250여점을 50억 원에 판 것으로 알려진 장본인으로 이들 어보는 대부분 6.25 전쟁 중에 미군에 의해 유출된 것들이다. 미국 언론들도 전쟁 직후 조선의 어보가 약탈됐다고 보도한바 있으며 우리 대사관 측도 미국 측에 어보를 찾는 것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혜문 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은 “이제는 한국문화재들이 6.25 당시 미군들의 범죄에 의해서 반출 훼손 파괴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우리가 분명히 문제제기 할 시점이 됐다.”고 말하고 “더 늦기 전에 보다 확실하고 적극적인 환수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디에고에서 9점 어보 압수 이어져


이어 샌디에고에서도 지난 달 말 한국전쟁 중 미군이 불법 반출한 대한제국 국새와 어보 등 9점을 미 국토안보부 수사국에서 압수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압수는 미국 수사국이 인장 9점에 대한 사진 자료 등 정보를 지난 9월 23일 문화재청에 제보하였고, 문화재청은 『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등 역사적 기록에 따라 9점의 인장이 조선왕실과 대한제국의 인장임을 확인하고 대검찰청을 경유하여 지난 10월 21일 미국 수사당국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샌디에고에서 압수된 물품은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皇帝之寶) 순종이 고종에게 태황제 존호와 함께 1907년 제작한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 그리고 유서지보, 준명지보, 향천심정서화지기, 우천하사, 쌍리, 춘화, 연향, 등 모두 9점에 이른다.
황제지보는 대한제국 선포해인 1897년 제작된 것으로 고종의 자주 독립 의지를 상징하는 국새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 또한 매우 큰 유물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또 ‘유서지보(諭書之寶)’는 지방의 절도사나, 관찰사의 임명장에 사용하기 위하여 제작된 것이고 ‘준명지보(濬明之寶)’는 춘방(春坊, 왕세자 교육 담당 관청)의 관원에게 내리는 교지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대한제국 황실의 보인(寶印)과 부신(符信)을 설명하기 위해 제작된 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에 상세 그림과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연이은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에 쾌거를 이루면서 문화재청은 보다 체계적인 추진 작업을 위해 대검찰청과 미국 사법당국이 한미 수사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외소재 문화재 재단과 함께 현지 실태조사도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샌디에고에서 압수된 대한제국 어보 등 9점의 또 다른 문화재도 도난품 여부가 확인되면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고려대, 2점 어보 보관 문화재청은 환수 주장


문화재청은 보인부신총수를 비롯한 관련 기록을 자체 검토한 결과 “인장 9점이 조선왕실과 대한제국 인장임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압수된 인장은 미국 수사당국의 몰수절차(4개월 이상 소요)를 거쳐 내년 6월 이후 국내로 반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어보 반환을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전시중인 현종의 비인 명성왕후가 의례 때 쓰던 어보와 세종대왕의 어머니 원경왕후 어보 두 점이다. 문화재청은 이 어보들이 한국전쟁 당시 종묘에서 미군에 의해 도난당한 물건으로 보고 반환을 요청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어보는 왕실 문화재로서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서 취득이 불가능한 물건으로 당연히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박물관 측은 지난 61년 골동품상에서 정상적으로 구입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어보를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은 고려대가 유일하다.
이에대해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의 혜문 스님은 “국가가 아니고는 개인이나 기관이 어보를 소장하고 있는 건 고려대학교 뿐으로 이런 식으로 문화재를 쟁취하려 한다면 국외 어떤 기관이나 개인 소장자가 우리 문화재를 반환”하겠냐며 “민족 고려대를 주창하는 학문 연구기관인 대학에서 역사에 반하는 행동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반환 요구와 함께, 어보취득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는지 검찰수사도 의뢰하고 나섰다.


국보급 어보 유네스코 등재


정부는 어보의 국보급 문화재의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개국 549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을 조사하여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 140,560점을 확인하였다(2011년 2월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84년부터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해외소재 한국문화재목록’을 간행하고 있으며, DB로 구축하여 ‘국외한국문화재 자료 정보관’을 통해 서비스 중에 있다.
한국 문화재청은 2012년 7월에 해외 소재 문화재에 대한 조사 및 연구와 환수를 목적으로 산하 특수법인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설립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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