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 1년, 잃어버린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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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일, 대학생들이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들어가 “대선부정 저지르고 수사방해 웬말이냐! 새누리당 해체하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성명서 낭독과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연행되었다.


출범 당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근혜정권이 시작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의 평가는 어떨까? 국론은 분열됐고, 곳곳에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소리만 들린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으로 정치와 민생은 후퇴됐고, 복지공약은 파기, 수정됐다. 부르짖던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라는 허울 좋은 간판으로 바뀌었다.
야당은 거리로 뛰쳐나갔고,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광화문에는 촛불이 뒤덮였다. 부정선거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결국 장충동 간접선거로 정권을 이어간 부친에 이어 정통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선데이 저널>이 새 정부 출범 1년을 조명해 보았다.    
심 온 <보도팀>

12월 19일이면 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 만 1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소감에서 ‘민생ㆍ약속ㆍ대통합 대통령’을 약속했고 취임 일성으로도 ‘100% 대한민국’을 주장하며 대통합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선 직후부터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1년 내내 분열됐다.
대선 후유증은 컸다. 박근혜 정권은 정치권의 극한 대립 속에 제대로 된 정책 드라이브를 걸지도 못한 채 1년을 허송했고 민생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여야는 정기국회 100일가운데 99일간 대치하다 마지막 날 벼락치기로 부동산관련법 등 34건의 법안을 겨우 처리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 1년의 핵심은 역시 청와대였다. 당정청으로 구성된 여권의 권력 지형에서 청와대는 압도적인 이니셔티브를 쥐고 정부와 여당을 이끌었다. 핵심의 내부에는 실패한 허태열에 이어 김기춘 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홍보수석이 도드라진다. 특히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사실상 ‘정권 2인자’로서 국정을 총괄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야권으로부터 ‘기춘 대원군’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 실장이 국정 전반에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쏠리는 힘 ‘기춘 대원군’


박근혜 정부 임기 첫 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국정원 댓글 논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에 환부를 도려낼 자세를 취하기보다 공안정국 조성을 통한 국면전환이나 사건축소 정황으로 대선 부정 의혹을 키우면서 정통성 시비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다.
청와대는 초기 국정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은 적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정황이 하나 둘씩 불거지자 겨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내놓았다. 여론 때문에 새누리당도 같은 주장만 반복했고 아직도 ‘개인적 일탈’수준의 범죄로 치부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곳곳에서 빗발치고 있고, 여기에 5대종단 등 종교계까지 가세해 현 정권을 흔들고 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아 논란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KBS 등 언론인들도, 대학생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물으며 절대 ‘안녕치 못한’ 현실을 말하고 있다. 수천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직위해제를 당하면서까지 파업으로 철도 사영화를 반대하고 있으며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목숨을 걸고 고압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지난 대선에서 벌어진 국가기관의 선거 부정을 규탄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은 매일 저녁 무척이나 ‘안녕한’ 뉴스만 내보내고 있다고 한탄했다.


등 돌린 박근혜 공신과 키즈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40)은 17일 대학가에 퍼지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두고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 자체가 제 마음속에 더 많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청년본부장을 맡았으며 인수위에선 청년특위 위원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박근혜 키즈’로 불려왔다
비대위원을 지냈고 대선 때 정치쇄신특위에서 활약한 이상돈 중앙대 교수 역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언론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박근혜 키드’로 불리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손수조 전 미래세대위원장도 연일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대선 캠프에 이어 인수위에서도 실세로 떠올랐던 진영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맡았으나, 기초연금 문제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장관직을 사퇴한 후 ‘탈박’ 인사로 분류돼 있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로 통하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청와대에 등을 돌렸다.
보수논객인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 재임 1년을 “잃어버린 일 년”으로 규정하며 박 대통령 통치방식이 왕조시대보다 못하다고 정면 비판하자, 극보수진영이 송 교수에 대해 색깔공세를 펴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송교수는 “청와대에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소리만 들린다더라” 면서  “구중궁궐 속 통화정치로는 아무리 지혜로운 통치자라도 한국이, 한국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헤아리기 어렵다. 청와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구중궁궐 속 통화정치로는 불통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1년차의 국정운영 어려움을 ‘민주당의 발목잡기’ 탓으로 규정해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행복·약속·통합’ 대신 ‘방기·파기·연기’만 남아있다며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청와대는 당선 1주년 기념행사 대신 제2차 청년위원회 회의를 갖고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을 논의하는 등 조용한 경제 행보를 이어갔다. 또 중앙당 및 시도당 사무처 전 직원과 당협위원회 사무국장등 당직자 60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저녁에는 황우여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찬을 갖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념식을 연다. 별도로 황우여 대표와 김무성 의원도 각각 대선 인사들과 오찬과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
과연 내년에는 박정권 2주년의 어떤 평가를 하게 될지 답답하지만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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