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발행인 칼럼> 미리보는 2014 한국 정치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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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 정치는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청와대는 물론이고 여든 야든 이 사건에 발목이 잡혀 한국 정치는 한 발 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이렇게 된 가장 1차적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는 사건 초기 확실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했으면 되는 것을, 자신은 이것과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것도 모자라 원칙대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생뚱맞은 혼외자 의혹으로 낙마시켰다. 여기에서 파생된 사건들로 인하여 박근혜 정부 집권 1년 차는 그야말로 분열로 얼룩졌다. 당선 후 국민대통합을 얘기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최측근으로 통하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원칙대로 하는 것을 불통이라고 한다면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겠다’는 여론과 동떨어진 말을 하며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래서 여의도 정치권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한 것은 채동욱 전 총장 찍어내기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청와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채 ‘마이 웨이’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불통의 대표주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따라서 정치권 전문가들은 올 해 상황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박근혜 정부 2년 차인 2014년 본국 정치 지형도를 미리 살펴봤다.
연 훈(선데이저널 발행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는 최근 본국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정권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과거로 질주하고 있어요. 박 대통령 본인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요. 이럴 때 제동을 걸어줄 원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정치 원로, 사회 원로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요. 과거 대통령들은 전임 대통령들을 불러 이야기도 듣고, 역대 총리와 국회의장들을 초청해 조언도 듣곤 했는데 박 대통령은 그런 적이 없어요. 매일 ‘레이저 광선’만 쏘고 있죠. 그러니 나이 든 비서실장이 군사독재 시절에나 할 법한 ‘받들어 모시겠다’는 표현을 하는 거죠.”
김씨의 주장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작금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귀 막은 박, 비판 의견 불용


김 씨의 표현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레이저 광선’을 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을 비꼰 표현이지만 이는 상당히 사실에 근거한 표현이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 또는 독대를 할 때 박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은 참모들은 감히 반대 의견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간혹가다 대통령의 의견을 비판하면 박 대통령이 한 번 쳐다본다고 한다. 그러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이내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증언이다. 그러다보니 참모진들은 외부의 비판을 대통령에게 전하지 못하고 아첨만 한다는 것이다. 일부 참모들은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외부의 비판을 수렴하고 있다지만 대통령이 보는 것은 사실상 보수 언론에 한정되어 있어 제대로 된 비판은 듣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박 대통령의 ‘마이 웨이’는 사실상 지난 1년 대한민국의 시계를 멈추어 놓았다.  지난 1년 내내 새누리당은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엄호하는 노릇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용납지 않았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적인 요구는 외면한 채, 때가 되면 공안 사건을 터뜨려 여론을 분산시켰다. 또한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수뇌부를 찍어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은 2014년 한 해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014년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해서 요동치는 정치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한 해는 집권 1년차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중에 섣불리 반대하기가 어려웠지만, 올 한 해는 양상이 조금은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2014년 정치 지형은 2014년 6월 4일에 있을 지방선거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은 2016년 예정이므로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에 치러진다.  따라서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해가 실제로 2017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간 평가가 아니라 정권 평가 선거가 될 전망이다. 지방선거 승패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참패하면 조기 레임덕까지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반대로 여당이 승리하면 박 대통령은 정국을 장악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다 해도 상황은 복잡해진다.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 대표에게 정치권력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레임덕 부를 듯


여당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가 나온다는 것은 청와대의 입김이 그만큼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력 주자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와 각을 세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차기 주자들은 대선으로 향한 1차 관문인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8월 첫 모임에 100여명의 의원이 모인 ‘근현대사 연구교실’ 발족으로 세를 과시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의 여의도 재입성은 경쟁을 촉발시켰다. 서 의원의 여의도 재입성은 차기 주자들의 조기 경쟁을 우려한 청와대의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청와대는 친박계의 맏형인 서 의원을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러야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지사 출신인 이완구 의원도 충청권을 기반으로 외연을 넓히면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고, 정몽준 의원은 당 안팎에서 ‘대권의 교두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친박 핵심 최경환 원내대표도 상수로 꼽힌다.



당장 새누리당에서 내부 갈등이 본격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주인공은 이재오·정몽준 의원이다. 당내 비주류이자 소수파인 이들 주장이 당장 여권을 뒤흔들 힘은 없지만 그간 당 저변에 깔린 당 주류인사들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여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여지가 많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논란’과 ‘채동욱 혼외자 의혹 관련 청와대 개입 논란’ 등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정치 현안이 살아있고, 내년 6월 지방선거란 대형 정치이벤트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권력지형을 바꿀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반정부 여론을 대변해 급속히 확산하는 등 민심도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대해 직접 비판을 자제하고 있지만, “박근혜정부가 1년 동안 뭘 했느냐고 물어볼 때 잘했다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는 이 의원의 비판에 공감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맥 빠진 김한길, 변수는 안철수


사실 한국 정치의 더 큰 문제는 견제세력의 부재다. 유일한 견제세력을 자처해왔던 민주당은 무력함으로 인한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폭주에도 불구하고 계파갈등 조짐으로 힘을 못 쓰고 있는데다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라는 외환(外患)까지 만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차기 대선을 겨냥한 거침없는 행보로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사이에 균열조짐이 감지된 가운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을 정조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출현 여부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양분해 온 정치 구도에 변화를 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은 당장 사실상의 양당체제를 허물고 다당제로의 재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최근 독자 세력화를 위한 ‘국민과 함께하는 새 정치 추진위원회’ 출범을 밝히면서 “지방선거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 의원이 줄기차게 말해왔던 ‘새 정치’를 전면에 내세워 정치 지형의 변화와 함께 핵심세력으로 부상하겠다는 의도다. 새누리당은 야권 내 지지층 분산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신당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중도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은 물론 무당층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민주당은 주요 인사들의 탈당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 강화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2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창당도 안한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32%로 민주당(10%)의 3배 이상인 것으로 나오면서 민주당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안풍의 진로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방’을 내줄지도 모르는 난처한 처지에 빠질 수 있어서다. 이미 광주에선 민주당 소속 전·현직 지방의원 7명이 18일 탈당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곳곳에서 ‘둑’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풍에 맞설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민주당으로선 고민이다. 일단 민주당은 안 의원의 상승세가 창당 본격화에 따른 ‘컨벤션 효과’(전당대회와 같은 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면서도 지지층 이탈 방지 등 집안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개혁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대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경쟁 관계를 유지하되 야권연대에 힘을 모을 경우 박근혜 정부 심판론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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