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명박 정권의 비리를 덮으려는 속셈과 겉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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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간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였던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로서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해왔다.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기관에서 공정하게 수사를 하도록 놔두면 될 일인데, 박근혜 정부는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가로막아왔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검찰총장을 찍어냈으며, 수사 팀장을 항명이란 이유로 징계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들이나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에 대해 조사하던 사정기관들은 하나 같이 의혹을 덮기에 급급할 뿐 제대로 된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검찰의 경우 김진태 신임 총장의 취임 후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본보가 보도했던 이석채 KT 전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다. 두 사람은 MB정권 내에서 가장 잘 나갔던 기업인이었으나, 각종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들의 범죄 행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 회장은 불구속기소했으며, 이석채 전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도 깜깜 무소식이다. 특히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한 수사의 경우 본보가 보도했던 대로 MB정권의 영포라인까지도 확대되는 분위기였으나 도중에서 꼬리를 잘랐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은 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KT-효성-KB 비자금 MB 연결 고리


본보는 지난 11월 24일자(904호)를 통해 이석채 전 KT 회장의 수사가 MB정권 핵심실세였던 영포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단독으로 보도했다. 특히 KT가 영포라인 기업인이 소유하고 있는 빌딩에 거액의 임대료를 주고 입주한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다는 사실은 기존에 보도되지 않았던 뉴스였다. 이 소식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고, 일부 본국 언론들이 뒤늦게 보도하기도 했다. 다음은 당시 본보 보도의 일부.
“영포라인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뿐만 아니다. 검찰은 KT서초사옥의 건물주가 영포라인이라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선데이저널>의 취재결과 확인됐다. KT는 2009년 서울 서초동 사옥 임차와 관련해 포항 지역의 S개발, D건설과 계약을 맺은 바 있는데 KT는 당시 임차료로 1500억원을 선불로 지급했다. 이는 당시 부동산 경기를 고려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알려져 KT가 영포라인 인사들이 가지고 있는 두 업체를 도와주기 위해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검찰은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들을 조사하기 위해 최근 이 전 회장 측근들의 금융 관련 자료들도 확보해 돈이 전달된 시기와 방법, 환전 및 송금기록 등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은 비자금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냐’ 하는 점이다. 이석채 전 회장은 KT 회장이 되기 위해 또한 연임을 위해 정관계에 무차별적인 로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급속도로 진행되던 수사는 이석채 전 회장을 3차례 정도 소환한 이후 사실상 올스톱됐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영장 청구를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번 수사는 전반적으로 봐주기라는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일단 KT라는 대기업 최고 CEO와 관련한 수사이고, 전 정권 실세의 이름까지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수사를 특수부나 금조부 같은 대형사건 전담부서가 아닌 조사부에서 그대로 맡았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대형사건에 익숙하지 않은 조사부에 일부러 사건을 맡겨 정권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것이다.
KT나 효성 수사뿐만이 아니다. 최근 언론에서 잘 보도되고 있지 않지만 KB국민은행의 비자금 사건 역시 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검찰이 아닌 금융감독원에서 조사 중이다.  현재 거론되는 국민은행의 비리 의혹만 해도 도쿄지점 비자금 30억 원 조성의혹과 부당이자 환금액 허위보고, 보증부 대출 29억 원 가산금리 부과, 국민주택채권 위조 90억 원 횡령의혹, 카자흐스탄 BCC은행 부실 7683억 원 부실 은폐의혹, 베이징지점 인사파문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한 조사 의지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사령부, MB청와대에 직보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지난달 말 이 사건에 대한 자체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추가 의혹 제기가 잇따르면서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겼으니 제대로 애초부터 제대로 될 리가 없던 셈이다. 우선적으로 제기된 의혹은 정치글 작성을 주도한 심리전단(530단)이 지난해 9월 61명에서 대선 직전인 10월 132명으로 인원을 두 배 증원했다는 것이다. 또 사이버사가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작전폰’을 지급하고 국방부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용 지침과는 다른 별도의 운용 지침을 하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국방부 조사 결과와는 달리 정치글 작성 행위가 연 전 사령관 재임 때 집중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일부 언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정치적 성향의 글로 판단한 1만 5000여건의 글 가운데 70% 정도가 연 전 사령관 시절 작성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연 전 사령관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사이버사령관직을 수행한 뒤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옮겼다가 대선 이후엔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파견근무를 거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연 전 사령관의 정치개입 관여설을 주장하는 제보 내용도 공개됐으나 이내 묻혀버렸다. 연 전 사령관이 심리전단이 작성한 작전대응결과 및 일일동향보고를 매일 새벽 530단 상황실에서 보고 받고 수정 과정에도 직접 관여했다는 것이다. 해당 제보에는 당시 지시 및 보고라인이 청와대 홍보수석과 국방부 정책실장, 사이버사령관을 통해 이뤄졌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민주당 김 의원은 전했다. 사이버사 정치·대선개입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설은 숱하게 제기됐지만, 홍보수석으로 구체적인 보고 라인이 지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이버사 보고 라인이 관계당국자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아니라 홍보수석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의 정치 개입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명박 정권 청와대가 대선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방부의 자체 수사결과가 부실수사임을 입증하는 내용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국방부의 ‘꼬리자르기’ 수사에 대한 후폭풍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갖가지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정작 권력의 감시견이어야 할 본국의 언론들은 이렇다 할 역할들을 못 하고 있다. 전두환 정권이 언론을 탄압해 미국 LA의 <선데이저널>이 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했을 때와도 상황이 사뭇 흡사하다. 박근혜 정권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보수 언론이나 정부가 사실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는 이런 상황은 외면한 채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면만 여과없이 생중계하고 있다.
경찰의 둔기에 의해 참혹하게 부서진 경향신문사 정문은 여전히 한겨울 칼바람을 비닐로 막고 있다. 지난 12월22일 코레일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며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경향신문 건물에 강제 진입하는 과정에서 망가진 건물 곳곳이 아직도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언론탄압 박정희 정권 시절로


열 시간 넘게 사옥을 경찰에 점거 당했던 경향신문의 기자들은 50년 전 박정희 정권하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난입 당했던 일을 반세기만에 떠올리며 분노하고 있다. 수배자를 잡겠다는 경찰에 의해 겹겹이 둘러싸인 을씨년스러운 경향신문의 모습은 2014년 벽두 한국 언론의 현주소이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평범한 인사말이 하나의 구호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의 현실처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던지기도 민망한 기자들의 ‘안녕치 못한’ 새해 아침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 언론사 소속기자 1527명을 대상으로 ‘언론인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4년 전보다 언론 자유도와 언론 공정성, 영향력 등 조사 항목 대부분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론활동 수행의 자유도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언론자유를 후퇴시킨 대표적 정권으로 꼽히는 이명박 정부보다 훨씬 더 못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해직기자 복직 약속은 흐지부지 되어 버렸고, 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재갈물리기가 계속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중징계하고, 방송을 장악해 정권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결국 신문사 사옥에 대한 사상 초유의 경찰 침탈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때는 약간의 눈치라도 봤지만 현 정부에선 대놓고 언론을 압박한다는 게 기자들의 평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것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 경제개발 3년 계획이라는 단어에서도 떠올렸듯이 작금의 국민들은 현재의 상황이 1960~70년대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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