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최초확인> (돈봉투 전달한) 서초구 감사과장, 2003년 곽상도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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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산으로 가고 있다. 수사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사건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 와중에서 수사팀까지 교체되는 등 사실상 수사가 흐지부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선데이저널>은 정보유출 의혹의 핵심인물인 서초구청 임 모 과장이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및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함께 검찰에서 근무한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곽 전 수석은 채동욱 혼외자 정보 유출의 배후로 여러 차례 거론되어 왔으나 그와 관련된 이렇다 할 물증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임 모 과장이 정보를 조회해 준 대가로 돈 봉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만큼 돈 봉투의 출처에 다시 관심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청와대에서 이 사건들을 기획했고, 그 연결고리가 곽 전 수석과 임 모 과장일 것이라는 쪽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돈 봉투의 출처가 청와대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검찰이 과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의지가 있냐는 점이다. 본지가 단독으로 취재한 70만원 돈봉투 전달 사건 의혹을 추적해 보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정보유출과 관련한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7일 서초구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채 모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업무 담당자를 통해 가족부를 조회한지 열흘이 지나 현금 70만원과 러닝셔츠가 들어있는 봉투를 배달받아 구청 감사담당관실에 신고했다. 경찰은 서초구청의 한 직원이 등기우편물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지만, 액수가 적고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11월 말 내사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이 이 같이 사건을 종결한 이유는 당시만 해도 서초구청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뒷조사가 이뤄진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이 우체국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 발신자는 서초구청 직원 A씨로 밝혀졌다. 당시 조 국장은 A씨한테서 ‘임 과장이 제3자 명의로 조 국장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자필확인서를 받아냈다. 조 국장은 이 확인서를 지난 달 1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국장은 “누군가 자신에게 가족부 불법열람의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함정을 팠다”고 주장하며 “채동욱 사건과 관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돈봉투와 등기표는 내가 가족부를 열람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물증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임 과장과 민정라인이 한 통 속?


<선데이저널>의 확인 결과 여기서 등장하는 임 과장은 지난 2003년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서울지검 특수 3부장으로 근무할 때 검찰에 파견근무를 했던 경력이 있다. 게다가 당시 담당검사는 곽 전 수석 밑에서 민정비서관을 하던 이중희 검사였다. 결국 임 과장은 채동욱 혼외자 의혹이 불거질 당시 민정라인에 있던 고위 관계자들과 오랜 인연이 있었던 셈이다. 그는 이번 수사 초기에도 이름이 한 차례 오르내렸었다. 혼외아들 의혹이 보도된 다음날인 지난해 9월 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문을 받고 채군의 가족부를 조회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20일 서초구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임 과장 사무실도 뒤졌지만 공문이라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보고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 왼쪽부터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중희 민정비서관,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하지만 서초구 감사담당관실의 총책임자인 임 과장이 정보 유출이 이뤄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다른 직원을 통해 조 국장에게 금품이 담긴 우편물을 보낸 사실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임 과장이 정보 유출에 관여한 조 국장에게 굳이 제3자 명의로 정체불명의 돈과 선물을 보낼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채군 정보 유출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민정수석실과 친분이 있는 임 과장의 우편물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현재 임 과장은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다.
반면, 임 과장에게 돈을 받아 조 국장에게 전달한 A씨의 경우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돈을 누가 줬느냐’, ‘누가 지시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또한 ‘(조 국장에게 건넨) 확인서를 직접 썼느냐’, ‘작성하는 과정에 강압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A씨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내용을 언급했다. 태종이 세종을 보호하기 위해 정적들을 다 제거하고 마지막 남은 심온대감을 죽이기 위해 노비를 시켜 역모계획이 담긴 서찰을 전달한다. 노비가 심온대감에게 서찰을 전달하자마자 관군들이 들이닥쳐 노비는 현장에서 살해당한다. 자신의 입장이 ‘서찰을 전달한 노비’와 같다는 것을 에둘러 얘기한 것이다. A씨는 이에 빗대 “노비가 아무것도 모르고 지시에 따라 문서를 전달하러 갔다가 처형당했다”며 “나는 그 노비다. 바로 목이 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과장이 검찰 파견근무를 통해 전 민정라인과 오랜 인연이 있었던 것이 본보 보도로 드러난 만큼 검찰 수사는 돈의 출처와 전달 이유 등으로 향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돈봉투 전달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검찰 수사는 몇일 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다른 사안 같으면 당장 임 과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소환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검찰은 시간만 끌고 있다.


증거인멸 시간 벌어준 채 헛발질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와 국정원이 조직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6월 11일 서초구청에서 채 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조회된 직후 구청장 응접실 전화기를 통해 누군가 국정원 정보관 송 모 씨에게 전화를 건 통신기록을 확보한 바 있다. 또한 검찰은 채 군의 가족관계부를 조회한 서초구청 OK민원센터 김 모 팀장으로부터 구청장실 응접실 전화로 채 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전달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누군가 응접실에서 채 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지시한 뒤 결과를 곧바로 송 씨에게 알려줬을 개연성이 큰 셈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송 씨가 유 교육장에게 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소문을 듣고 송 씨가 개인적으로 문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국정원은 유 교육장으로부터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 정보유출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취임 후 이 사건의 빠른 처리를 지시했지만 조 행정관을 축으로 한 청와대 라인과 송 정보관을 축으로 한 국정원 라인 수사 모두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결국 수사 초기 조 행정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검찰은 별다른 물증도 확보하지 않은 채 청와대 발표와 조 행정관의 거짓진술에 휘둘려 수사를 진행하다가 헛발질만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조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은 이번 사건의 물증은 물론 조 행정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진술을 받아내기도 힘들게 됐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어렵게 됐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증거들은 검찰이 수사를 미적거리는 동안 이미 인멸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조 행정관 등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동욱 전 총장 뒷조사 수사는 청와대 개입설, 이명박 정권 개입설, 국정원 개입설 등이 난무하는 가운데 실체적 진실 규명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해 미적대고 있는 검찰은 오히려 그 칼날을 채동욱 전 총장에게 들이대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채 전 총장의 내연녀 의혹을 사고 있는 임모 여인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그 이전에는 임 여인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임 여인과 가정부 사이에서 벌어진 진정사건 이외에 별건으로 임 여인의 개인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채 전 총장과 관련된 수사는 두 갈래였다. 하나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 모 군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를 가리는 수사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서 진행 중이고 형사6부에서는 임 여인의 가정부가 진정한 사건이 수사 중이었다.
임 여인 집의 가정부였던 이 모 씨는 임 여인이 자신에게 빌린 돈 일부를 갚지 않고 ‘아들과 아버지의 존재를 발설하지 말라’고 강요했다며 공갈 협박 혐의로 진정을 냈다. 그런데 임 여인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은 공갈 협박 혐의가 아니라 변호사법 위반 혐의였다. 임 여인에 대해 별건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 여인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다는 건 당연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의식한 수사라는 얘기다. 임 여인이 사건 청탁을 빌미로 돈을 받았다면 당연히 채 전 총장의 이름을 팔았거나 채 전 총장과의 관계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렇지만 아직 수사가 더 필요한 단계고, 채 전 총장과도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임 여인에 대한 검찰수사가 채 전 총장을 겨냥한 수사라는 데는 법조계가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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