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콩가루 싸움」항소심 판결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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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 이맹희
이병철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싼 삼성가의 ‘상속 소송전’이 화해 없이 다음달 2월6일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다. 지난 14일 결심공판에서 원고인 이맹희씨 측은 최후변론을 통해 “내가 가야하는 길은 동생과 화해하는 일”이라며 마지막 까지 이건희 삼성 회장 측에 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건희 측은 “소송 자체를 취하한 것이 아닌만큼 진정성에 의심이 든다”며 사실상 조정을 거부했다. 한겨레신문은 엊그제 이맹희 측이 “상속을 받은 이후에도 이건희 측이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계속 발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증거를 새로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이게 사실로 밝혀지면 이건희 회장의 조세포탈 논란이 새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선 형인 맹희씨가 패소했지만 2심에서 누가 웃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 이 소송전의 불똥이 엉뚱한데로 튀어 맹희씨의 장남이며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CJ 그룹 회장이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결심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세계 10위권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이미지 이번 재판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게됐다. 삼성 ‘콩가루 소송전’의 최후 승자는 2000억원의 소송비를 나눠 챙길 변호사들이라는 자조어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임춘훈>

삼성은 올해 스마트폰 매출에서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을 앞질렀다. 삼성 TV의 지난해 판매역시 4900만대를 돌파해 부동의 세계1위를 고수했다. 허지만 삼성가의 집안싸움에서 드러난 삼성의 민낯은 ‘글로벌 삼성’의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이건희 회장 측은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차명주식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꼭 필요했다”고 지난주 항소심 3차 공판에서 거듭 주장했다.
이 회장 측의 주장은 차명주식이라는 명백한 불법행위를 당연시 하는 것으로 비쳐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다수의 법조계인사들은 “이건희 회장이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게 차명주식이라는 ‘불법’ 덕분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라며, “신 경영 선언이나 인재경영 등 이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상징하는 용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당시 차명주식은 모든 재벌들이 다 갖고 있었다”고 관행임을 강조했다. 이 회장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듯 “차명주식을 만든 것은 선대회장 때인 7~80년대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맹희씨 측은 “이번 소송과정에서 삼성전자 차명주식 130만주가 새로 발견됐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게 더 있을 것”이라며, 차명주식 관행이 현재진행형임을 주장했다.



이번에 발견됐다는 130만주가 차명으로 밝혀지면 이건희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 그는 지난 2008년에도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1100억원의 벌금을 냈었다.
이병철 창업주의 장손이며 이맹희씨의 장남, 이건희 회장에게는 장조카가 되는 이재현 CJ 그룹 회장은 현재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병인 신장수술을 받기 위해 보석상태지만, 그는 지난해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됐었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에 삼성의 음모가 개재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삼성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재현의 비리를 잘 아는 측근을 삼성이 80억원에 매수해 그를 구속시켰다는 주장은 지난 14일 열린 이재현 재판 결심공판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날 이재현 회장의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성모 CJ 부사장은 “삼성이 상속소송에 이용하려고 CJ의 전 재무팀장인 이모씨에게 이재현을 공격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며 80억원을 제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맹희 측이 상속소송을 내자 이재현을 공격하기 위해 삼성이 공작에 나섰다는 곳이다.
성 부사장의 진술을 종합하면 2012년 2월 이맹희씨가 소송을 낸 뒤 삼성 쪽에서 CJ의 전-현직 재무팀장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 중의 하나가 이 전 팀장이다. 그는 2005년 재무팀장을 맡아 이재현 회장의 개인재산을 직접 관리했던 인물로, 이 회장 비자금 수사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는 2008년 한 사채업자에게 회사 돈 170억원을 투자금으로 빌려줬는데 사채업자가 돈을 갚지 않자 청부살인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었다.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검찰은 그에게서 압수한 USB에서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단서를 확보해 지난해 7월 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이재현 재판에 나와 그의 비자금 조성 방법 등을 상세히 증언했다. 이씨는 성 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CJ를 협박할 수 있는 내용을 1장 써주면 80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그러나 펄쩍 뛰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부인했다.
CJ 측은 상속소송이 시작된 후 삼성이 노골적으로 이재현 회장을 괴롭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게 이 회장 미행사건이다. 2012년 9월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 4명이 이 회장을 미행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이들은 렌터카와 대포폰을 이용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것으로 실제로 확인됐다.
이건희 회장 측은 친형의 소송을 삼성의 경영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 화해조정에 응하는 것 자체가 이건희 회장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의 후계자인 외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가의 집안싸움엔 온갖 추한 범죄적 요소들이 뒤섞여 세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창업주의 아들 딸들이 두 패로 나뉘어 싸우고, 작은 아버지가 장조카를 감옥에 처넣고, 그 과정에 미행, 살인교사, 협박, 회유, 매수 등 온갖 추잡한 범죄행위가 총동원됐다.
지난해 1심 재판에서는 이맹희 측이 패소했지만 오는 2월 6일 항소심 공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맹희 측은 연거푸 화해를 요청하고 재판부도 화해조정을 권유하지만 이건희 측은 아직까지는 완강하다.
법조계는 소송을 대리한 화우(이맹희 측)와 세종-태평양-원(이건희 측)의 수임료는 성공보스를 포함해 소송가액의 20%인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이맹희-건희 형제는 공동패자가 되고, 로펌과 변호사들이 승자가 되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동생인 삼성 이건희 회장과 상속 재산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맹희 씨가 마지막 재판의 최후 진술에서 재판부 앞으로 제출한 편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고를 앞둔 시점에 이 씨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편지를 보낸 것인데, 재계에선 이 씨가 지난달 24일에도 합의를 제의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그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는 양상임. 2천억 원대 비리 혐의로 결심공판에 섰던 이재현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맹희씨의 편지 내용


“존경하는 재판장님.

|세간의 주목을 받는 공인으로서 집안 문제를 법정까지 가져와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고 실망을 안겨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호소라고 생각하며 진솔한 속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신 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짧게나마 소회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경남 의령 농가에서 몸을 일으켜 삼성그룹을 창업한 아버지는 우리 7남매에게 너무나 위대하면서도 어려운 분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가 세운 삼성가 집안의 장자입니다.
삼성맨으로서 아버지를 도와 황무지를 뛰어다니며 한국비료공장, 제일제당 공장, 삼성코닝, 삼성전관, 반도체공장 등 삼성그룹의 많은 사업을 추진하며 오랫동안 삼성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회사에서 제 역할이 커지면서 아버지 의견에 대항하는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당시 아버지 의견에 반항하며 저의 생각이 회사를 더 크고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일념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은 아버지의 미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아버지께 무릎 꿇고 사죄드리지 못한 것이 큰 후회로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는 철두철미한 분이셨고, 삼성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집단이었습니다.
그런 훌륭한 조직이 있음에도 아버지는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고 의장인 소군(소병해씨, 당시 이병철 회장 비서실장)과 가족들로 구성된 승지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주었을 뿐입니다.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통해 삼성이라는 조직을 끌어 나가기보다는 가족간의 우애와 건설적인 견제를 통하여 화목하게 공생하며 살라는 의도였다고 생각됩니다.
아버지에게 미움 받고 방황할 때도 가족은 끝까지 저를 책임지고 도와줬습니다. 지금도 가족에게 너무 큰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직후 건희가 한밤중에 찾아와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테니 조금만 비켜있어 달라고 하면서 조카들과 형수는 본인이 잘 챙기겠다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11살이나 어린 막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속에서 천불이 나고 화가 났지만, 그것이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삼성을 지키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믿어 주었습니다.
타지생활의 유일한 기쁨은 재현이가 회사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고, 건희가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늘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하지만 건희가 저희 가족들에게 한 일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동생만을 믿고 자리를 비켜주었던 저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동생에 대한 배신감, 헝클어져 버린 집안을 보면서 어떻게든 동생을 만나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복원시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동생을 만날 자리를 마련해 보려고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건희를 보면서 동생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삼성으로부터 상속포기하라는 서류 1장을 받게 되어 제 자신의 권리와 건희와의 관계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너무 가슴 아프고 부끄럽지만 재판이라는 어렵고 힘든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현이가 삼성으로부터 독립할 때 미행을 하고, CCTV로 감시하고, 제일제당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장손의 할아버지 묘사(묘 앞에서 지내는 제사)도 방해하고, 대한통운인수하는 데 뛰어들고, 이 재판이 시작되자 다시 재현이를 미행하고, 대한통운의 해외 물량을 빼는 등 그동안 건희가 조카에게 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나열하는 것이 저 자신도 부끄럽습니다.


이 재판 도중에 저는 건희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재현이는 감옥에 갈 처지에 있고, 저도 돈 욕심이나 내는 금치산자로 매도당하는 와중에도 이 재판이 끝나면 내 가족은 또 어떻게 될지 막막한 심정이라 저로서는 굴욕적으로 보일 지 몰라도 화해를 통해서만이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건희는 절대 화해 불가라는 메시지를 받고 제가 제안한 진정한 화해라는 것은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화해가 성사되더라도 과연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을 지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지금 제가 가야하는 길은 건희와 화해하는 일입니다.
제 나이가 83세이고 재작년 폐암으로 폐 1/3을 도려내었으며, 최근 전이되어 항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특별한 타입의 저의 암 씨앗은 지금도 혈액을 타고 전이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검사를 하며 시한부 환자처럼 생명을 연명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누구보다 죽음에 한발자국씩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비난하며 말하는 “노욕”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부릴까 합니다. 
아버지 생전에 사죄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과 아버지 유지조차 지키지 못한 못난 장자로서는 죽어서 아버지 뵐 낮이 없습니다. 또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로 두 눈을 편히 못 감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화해라는 것은 매우 간단합니다.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건희와 만나 손잡고 마음으로 응어리를 풀자는 것입니다. 10분 아니 5분만에 끝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저와 건희는 고소인과 피고소인이기 전에 피를 나눈 형제입니다. 전쟁의 고통 속에서도, 일본 타지의 외로움에서 서로 의지하고 지내온 가족입니다.
이제 해원상생(解寃相生)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어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것이 삼성가 장자으로서의 마지막 의무이고 바램입니다.
이 재판에 대한 저의 진정성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다면 노욕을 부리고 있는 이 노인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 질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진정한 화해라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월 14일 이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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