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 동해병기 안 통과 미전역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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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교과서 지도 공문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자는 ‘동해 병기(倂記) 법안’이 버지니아 주에서 통과된 후 타주에서도 동해병기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뉴저지 주에서도 고든 존슨 의원(민주)이 주 정부 공식 문서에 동해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7일 발의했다. 뉴욕 주 하원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미셸 시멜 의원과 에드워드 브라운스타인 의원이 10일 각각 법안이 통과 됐다. 조지아주는 지난달 28일 동해병기안이 통과 된 바 있다. 이어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소식이 전해오고 있다. 동해병기의 움직임을 <선데이 저널>이 취재했다.   심 온 <탐사보도팀>

동해병기의 첫 깃발은 버지니아 주에서 흔들었다. 6일, 버지니아 주의 주도(州都) 리치먼드에 있는 주 의사당 하원 전체회의장. 윌리엄 하웰 하원 의장이 방청석을 가득 메운 한인단체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 내 50개주 중 최초로 공립학교 교과서에 ‘일본해(日本海)’와 함께 ‘동해(東海·East Sea)’ 표기 병기(倂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치기 직전이었다. 하웰 의장이 “버지니아의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는 한인 관계자들이 오늘 많이 와 있다. 이들에게 경의를 표해 달라”고 하자 하원 의원 100여명이 일제히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박수를 쳤다.
이날 한인들은 역사적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모여들었다. 방청석 150여석은 일찌감치 한인들로 꽉 찼다. 밖에도 300여명이 대형 스크린으로 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한국 기자들은 물론 일본·중국을 비롯한 외신 기자들도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주 의회 관계자는 “특정 커뮤니티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이렇게 많이 몰린 것은 처음” 이라고 했다.



‘찬성(Yea)’ 81표, ‘반대(Nay)’ 15표. 훨씬 압도적인 표차였다. 한인 사회가 뭉쳐 3년여에 걸쳐 노력한 끝의 쾌거에 한인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나눴다. 이 법안은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된다.
버지니아 주의 ‘동해 병기’ 성과는 주미 일본 대사관이 로펌을 고용해 조직적으로 반대 로비 속에서 성공해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미국의 의회 전문 매체 ‘더 힐(The Hill)’은 6일(현지 시각) 일본 정부가 워싱턴DC에 있는 로비 업체 ‘호건 로벨스’와 ‘헥트 스펜서 앤드 어소시에이츠’ 등 최소 2개 업체를 고용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발언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왔다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가 보관 중인 계약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간 호건 로벨스에 52만3000달러(5억6000여만원)를 지급했다. 헥트 스펜서에도 같은 기간에 19만5000달러(약 2억1000만원)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역사전쟁 불 붙었다


‘감정’과 ‘정치’를 뒤로 밀어놓고 ‘논리’와 ‘교육’의 문제로 접근한 전략이 미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즉 “‘일본해’는 잘못됐고 ‘동해’가 옳다”는 대결 구도로 가는 대신 철저하게 “현재 이 지역에는 명칭을 둘러싸고 분쟁이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논리로 주 의원들을 설득했다.
국제적으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은 1929년부터다. 바다 명칭을 정하는 IHO 전신인 국제수로국이 처음 발간한 공식 해도집(海圖集)에 일본해로 단독 표기했다. 이 표기는 1953년 3차 개정판까지 유지돼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당시 한국은 식민 지배와 6·25전쟁을 겪으며 동해 명칭 문제에 어떤 입장도 내놓지 못했다.
시작은 아주 작은 사건이었다. 1977년 미국 버지니아 주로 이민을 온 피터 김(55)씨는 2012년 2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얘기를 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동해’를 어떻게 부르느냐고 물었더니 ‘Sea of Japan’(일본해)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고 했더니 아들은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는데 어떡하느냐고 항변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이렇게 잘못된 교육을 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교과서의 지명 표기를 바꿔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공립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동해 병기’ 법안은 이미 그전에 다른 사람들이 시도한 적이 있다. 민주당 데이브 마스덴 주 상원의원이 지역구 한 재미동포의 요청으로 2011년 이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2012년 1월 상임위에서 부결되는 등 지지부진했다.
김씨는 처음엔 베트남계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백악관 청원운동에 나섰다. 두 차례나 청원했으나 연방정부가 교과서 바꾸는 일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15명가량 됐다.  청소업, 세탁업, 식품점 등에 종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한 단체가 이번 법안 통과를 주도한 ‘미주 한인의 목소리’라는 사단법인이다.


‘미주 한인의 목소리’  단체가 주도적으로 활동


토비 앤 스타비스키 뉴욕 주 상원의원(민주)은 7일 관련 법안(S6570)을 의회에 전격 발의했다. 법안은 주 상원 교육소위원회로 넘어갔다. 뉴욕한인회 시민참여센터를 비롯한 한인 시민단체와 론 김 뉴욕 주 하원의원 등은 10일 뉴욕 주 의회가 있는 올버니로 달려가 법안 통과를 위한 첫 활동에 착수한다.
스타비스키 의원은 이 법안에 ‘7월 1일 이후 제작되는 교과서에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해야 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그는 발의 설명서에서 “일본해라는 표현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에서 채택된 것으로 불공정하다.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후세를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뉴욕 주 하원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미셸 시멜 의원과 에드워드 브라운스타인 의원이 10일 각각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뉴저지 주에서도 고든 존슨 의원(민주)이 주 정부 공식 문서에 동해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7일 발의했다. 뉴욕 한인 관련 단체들이 모두 참여한 ‘병기 법안 공동추진회’도 구성된다.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앨라배마 등 미 전역의 한인사회로부터 관련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뉴저지 에서도 준비작업 착착


뉴저지 주에서는 고든 존슨(민주당) 하원 의원이 동해 병기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존슨 의원 사무실 측은 연합뉴스에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법안을 앞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과 뉴저지 한인 사회는 이들 의원의 법안 발의와 의회 통과를 위해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한인 권리신장 운동 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한인 단체들이 2년 전부터 뉴저지 주 의원들에게 동해 표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고 현재 뉴욕 주 의원들을 상대로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사회에서는 뉴욕 주와 뉴저지 주의 추진 상황에 따라 공립학교 교과서에서 동해 표기를 바로 잡는 운동을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전국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개별 단체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대표성이 있는 단체를 중심으로 동해 병기 입법을 추진할 단일 조직을 만들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 주와 뉴저지 주 등에서 동해 병기 법안 작업이 구체화하면 미국에 있는 일본 사회의 방해 공작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 언론들도 크게 보도


한편, 미국 정부가 버지니아 주 하원에서 동해병기 법안이 처리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의 외교전이 격화되는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버지니아 주 하원의 동해병기 법안 처리를 두고 한국과 일본의 외교전과 관련해 묻는 질문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또 “국무부는 특정 교과서 문제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며 “버지니아 주나 일본 정부에 물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주미 일본대사관이 동해병기 법안 저지를 위해 로비를 하고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까지 관여하면서 외교 대리전이 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 문제는 일본 정부에 물어보는 게 좋겠다” 며 말을 아꼈다.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지니아 주 교과서의 동해병기 법안에 대해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 것은 수십 년간 동해병기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국민의 드문 승리”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에서도 성명을 통해 “이제 이 반가운 소식을 더 큰 결실로 만드는 일이 남은 것 같다. 뉴욕 뉴저지 한인관련 단체들이 동해병기 입법화에 적극 나선다”며 “그분들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미국 모든 주는 물론, 미 국무부의 공식입장이 변경되고 나아가서 2017년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에서 표기 변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미한인단체들의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우리 정부도 필요한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고 주문했다.
재미 한인 사회의 최종 목표는 미국 정부가 병기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연방정부는 ‘해양의 명칭은 하나로 쓴다’는 단일 명칭 원칙(Single Name Policy)을 적용하고 있다. 미 정부는 2012년 한인 사회가 동해·일본해 병기 청원을 백악관 웹 사이트에 올리자 “일본해 단일 표기가 미국 정부의 입장”이란 공식 답변을 내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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