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속보>“간첩 잡으려다 박근혜 정권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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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사건의 증거조작에 가담했던 탈북자 출신 협조자 김모씨의 자살시도 및 유서로, 남재준 원장의 국가정보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김씨가 국정원 공안수사의 실태와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남재준 원장이 국정원의 사활을 걸고 추진한 ‘대북 안보 강공 드라이브’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남 원장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입장을 밝혀 온 박근혜 대통령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 “실체적 진실을 하루 빨리 밝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입장변화는 이번사건의 파장이 6.4 지방선거에 미칠 메가톤급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검찰은 국정원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권에서는 야당의 특검 요구 등 정치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남재준 원장의 해임 등 선제적 극약처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임춘훈> 

국가정보원은 국가의 안보와 정권의 안위를 책임지는 핵심 정부부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지난 1년 동안 국가와 정부의 안보와 안위에 불안과 혼란과 불신만 가중시켰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출범과 함께 터져 나온 국정원 대선 댓글 개입 의혹을 위시해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 및 NLL 포기 논란,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뒷조사, 그리고 이번에 터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등 대형 정치적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국정원이 있었다.
인사 실패를 빼고 박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린 주요 정치적 문제는 거의 국정원 발(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남재준의 국정원은 ‘실수 연발’로 그동안  집권 측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줬다. 대통령은 그러나 남 원장의 해임과 국정원 기능의 해체에 버금가는 대개혁을 요구하는 야당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 대신 국정원의 대대적인 자체 개혁, 이른바 ‘셀프  개혁’을 남 원장에 주문했다. 그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던 것이다.


곤경에 빠진 박정권, 수습 골머리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유우성씨 항소심속행공판국가보안법상의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이번 공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국정원의 증거위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열린 첫 공판이다.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간첩증거 조작사건으로 큰 곤경에 빠졌다.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의 기류도 급변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허위보고를 받았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남재준 원장의 해임과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 보다 전향적인 사건 수습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 둔 새누리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이를 몰랐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강경론이 대두되고 있다. 비주류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페이스북에 “증거 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며 남 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남재준 원장의 무리한 ‘한 건 욕심’이 부른 참변”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정원의 업무 중 대공(對共) 대북(對北) 업무의 폐지를 포함한 대대적 개혁을 요구하는 야당에 대해, 남 원장이 ‘대북정보 강화’라는 엇박자로 맞서면서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남재준 원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기존 국정원 조직을 완전히 개편해 ‘대북 정보 전담체제’를 탄생시켰다. 해외 국내 대북 등 담당지역별 역할분담 시스템을 해체한 뒤 업무초점을 북한에 맞췄다. 1.2차장 산하는 휴민트(인적 정보), 3차장 관할은 테킨트(기술적 정보)를 맡는 식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잇따라 대형 공안사건을 터뜨렸다. 대표적인 게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이다. 이 사건은 “남재준이 제대로 한 건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여권과 보수층으로부터 얻었다.
허지만 이번 간첩증거 조작사건으로 남재준의 국정원은 다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6~70년대 중앙정보부 시절을 연상케 하는 황당한 공안수사 수법이 동원된 것이 드러나면서, 과거 인혁당 사건처럼 관련증거까지 조작해 사건을 만들려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보기관의 업무 특성상 도청 위장 역이용 등 각종 정보수집 활동이 불가피하게 이용될 수 있다 해도, 국가반역이나 다름없는 중범죄 혐의를 덮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위조했다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 내 대북담당 각종 조직들이 서로 경쟁하듯 공안 실적을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하나의 ‘단서’가무서운 ‘간첩 증거’로 둔갑됐다는 추측이다.


탈북자가 탈북자 허위제보


조작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면서 야당의 공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라”고 요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사과도 촉구했다.
이번사건을 야권은 ‘간첩조작 사건’으로, 여권은 ‘간첩증거 조작사건’으로 부르고 있다. 간첩증거 조작이라는 표현에는 유우성씨가 실제 간첩일 수도 있지만 단지 확실한 증거가 없을 뿐이라는 뜻이 담겨 있고, 간첩조작이라는 표현에는 증거가 없으니 간첩이 아니라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유우성(34)씨는 북한에서 태어난 화교출신 탈북자로 2004년 남한에 정착했다. 북에서 의학전문대를 나온 그는 연세대 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 탈북자 특혜로 서울시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으로 계약직 공무원이 됐다.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모범 정착사례로 꼽혀 여러 방송프로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씨는 2012년 중국 연길에 살고 있던 여동생 가려씨(28)를 남한으로 데려왔다. 그는 가려씨에게 남한에 오면 화교라는 사실을 숨기라고 일렀고, 그 자신도 북한동포 행세를 했다. 화교출신은 탈북자 대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즈음 문제가 생겼다. 한 탈북자가 그를 간첩혐의로 신고한 것이다. 그는 대여섯개의 이름을 돌려가며 쓰는 등 의심을 가질만한 언행을 보였다. 2008년에는 영국에 느닷없이 망명신청을 하는가 하면 나이 국적 등을 수시로 바꾸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였다. 이번에 국정원과 함께 증거조작에 참여 했던 조선족 출신 휴먼트 김모씨도 “증거는 못잡았지만 유씨가 간첩인 것은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첩 증거불충분 무죄


검찰은 지난해 1월 유씨를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수차례 밀입북하고 탈북자 200여 명의 신상정보를 세 차례에 걸쳐 북한 보위부에 전달한 간첩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오빠는 간첩 맞다”는 여동생 가려씨의 검찰증언이 증거로 제출됐다. 그러나 그 해 8월 법원은 유씨의 간첩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동생 가려씨는 검찰의 강압으로 허위진술을 했다고 법정진술을 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 들였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며 반격에 나섰다. 유씨가 간첩임을 입증하기 위해 2006월 이후 북한을 드나 든 것으로 적혀있는 출입경 기록을 추가증거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이 기록이 조작된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로서 사태는 국정원과 검찰의 증거조작 논란으로 확산됐다. 이 조작에 관여한 인물이 바로 이번에 자살미수 소동을 벌이며 국정원의 조작개입 의혹을 제기한 재중 조선족 출신 정보원(휴민트) 김모씨다.

김씨는 검찰조사에서 “문서를 구해오라고 지시한 사람은 국정원의 김 과장”이라고 진술했다. 김 과장은 정보원 김씨의 국정원 파트너인 대공수사팀의 김모 과장으로, 사업가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는 국정원의 비밀요원이다. 김씨는 검찰조사를 받고 나와 자살을 기도했다. 아들에게 쓴 유서에는 “국정원으로부터 2개월 봉급 600만원과 가짜서류 제작비 1000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국정원은 김씨가 가져 온 문건을 진짜 중국의 공문서로 믿고 법원에 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자신들도 속았다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도 물론 있다. 김씨의 언행에도 수상쩍은 점이 여럿 발견됐다. 설령 그렇다 해도 국정원이나 검찰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자료라면 마땅히 중국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해 받았어야 했다.
국정원이 김씨와 짜고 처음부터 서류를 위조하려 했는지, 아니면 김씨에 속아 진짜로 알고 서류를 잘못 제출했는지는 앞으로 검찰에서 밝혀내야 할 일이다.


박원순 겨냥한 공작설


야당 일각에서는 이번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을 박원순 시장을 겨냥한 정치공작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고 있고 잠재적 대권주자이기도 한 박 시장에게 좌파 색을 덧씌우기 위한 공안몰이 정치공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재준 원장의 사퇴와 검찰의 신속한 수사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꼬리 자르기’를 경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검으로 남재준 뒤에 있는 배후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변’ 등 유씨 변호인단과 재야인사들이 주로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특검 명분을 없애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건의 조기봉합이 이루어지면 야당이 공세를 펴기도 어렵게  돼 지방선거 정국이 여당에 유리하게 흘러 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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