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성역(聖域)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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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간첩 증거 조작’ 혐의로 국정원 4급 직원 1명과 협력자 1명을 기소하면서 ‘꼬리 자르기 수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제 최종수사 결과발표만 남았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건의 위조 문서 중 핵심인 ‘허룽(화룡)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 기록’을 위조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국정원 협력자는 ‘성명불상자’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검찰이 핵심 위조범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 식구’인 담당 검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도 않았다. 총체적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이어 이번 증거조작 사건에서도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 실체를 밝혀내지 못 했다. 본지가 한 차례 보도했던대로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꼬리자르기에 급급하고, 국정원은 검찰 뒤에 숨어서 침묵하고 있다.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결국 이번 수사의 배경에는 정권 차원의 조율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이번 수사가 엄정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 박근혜 정부의 실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문서 위조에 직접 가담한 혐의로 31일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 모 과장(4급)과 협력자 김 모 씨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 과장은 김 씨에게 약 740만 원을 주고 중국 공문서 위조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권 모 과장(4급)과 주중국심양(선양)총영사관 파견 국정원 직원인 이인철 영사(4급)도 핵심 역할을 했다. 이들은 주로 위조된 서류를 정식 서류로 보일 수 있도록 조작을 감행했다. 
그러나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 모 팀장(3급), 대공수사단장(2급), 대공수사국장(1급)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추가 기소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논리에 따르면 4급 직원 3명과 조선족 협력자 1명이 초유의 증거 조작 사태를 저지른 셈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인모임(민변)은 1일 ‘국정원 증거 조작 공소제기에 대한 변호인단의 입장’을 내고 “중국의 사실 조회 회신이 오기 직전까지도 증거조작을 시도하였을 정도로 그 조작의 수법과 대담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조직적이고 충격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 결과는 분노한 국민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 가지 문제점


이번 수사는 크게 3가지 문제로 좁혀진다. 먼저 과연 국정원 윗선이 이번 증거조작에 대해 전혀 몰랐냐는 점이다. 국정원의 수직적 위계질서와 조직구조를 감안한다면 지휘 체계의 승인없이 기획 담당 과장에 불과한 자가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서 증거를 조작하고 선양총영사관의 영사에게 증거조작에 가담할 것을 지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 검사들 역시 위조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거나,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경 길림성 공안청에 출입경 기록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음에도 재판부에 해당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오히려 검찰은 국정원을 통해 위조된 출입경 기록을 입수해 증거로 제출했다. 내용이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출입경기록을 제출받은 후 한 개를 선택해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의혹도 있다다. 그러나 담당 검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두 번 째로 이번 사건에 국가보안법이 아닌 일반 형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과 형법은 형량이 크게 차이가 난다. 국가보안법은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제12조 규정을 두고 있다. 간첩죄로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려고 증거를 날조한 사람은 간첩죄의 형량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유우성 씨의 변호인 측은 “피해자 유우성에 대한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증거가 조작되고, 선별적으로 제출하는 것과 같은 수사 기관(국정원)과 검사의 행위는 전형적인 사건 조작이며,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국가보안법 제12조의 증거 날조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국보법이 아닌,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해 국정원 직원과 협력자를 기소했다.
마지막으로 수사 자체를 누락시킨 것이다. 검찰은 증거 조작의 핵심인 출입경기록 위조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고발한 내용 중 (검찰의) 증거 은닉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위조 문서로 지목한 것은 3개 문서인데, 검찰은 그 중 2개 문서에 대한 위조 경위만 밝혀낸 상황이다. 문제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해놓고, 마치 위조된 것이 아닌 것처럼 꾸미기 위해 국정원 직원은 다른 두 건의 문서를 위조했다. 그러나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문서는 “(국정원 김 과장 등이) 성명불상자에게 연락해 불상의 방법으로 위조하도록 했다”고 돼 있다. 사실상 ‘제 2의 협력자’에 대한 규명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담당 검사들의 증거 은닉 의혹에 대한 수사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민변은 “이 사건은 단순히 증거 조작으로 마무리 될 사건이 아니다”라며 “증거 은닉 부분, 즉 유우성이 밀입북했다는 시기에 중국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검찰이) 은닉하거나 선별적으로 제출하면서 마치 북한에서 촬영한 것처럼 증거로 제출한  행위는 명백한 증거 은닉 내지 인멸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의 수사는 이 부분에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청와대


사실 검찰 수사보다 더 큰 문제는 국정원의 반응이다. 국정원은 댓글 사건 때나 증거 조작 사건 때 모두 침묵으로만 일관한 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 사건 초기부터 주요 고비마다 진실 고백 대신 거짓 해명을 내놓으며 상황을 모면하는 데만 급급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법원에 낸 중국 공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다”는 중국 정부의 회신이 폭로된 2월14일, 국정원은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했다. 사실에 부합하는 문서로, 위조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문서는 국정원이 협조자를 시켜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공문을 가로채고 팩스 발신번호를 조작까지 해가며 위조문서를 진짜인 양 꾸몄다.
과학적 분석이 나와도 한번 시작된 거짓말은 계속됐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는 2월28일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 발급 문서를 감정한 결과, 중국 정부가 진본이라고 밝힌 변호인 쪽 문서와 국정원·검찰 쪽 제출 문서에 찍힌 도장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정원은 “중국은 한 관공서 안에서도 복수의 인장을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 남재준 등 파면! 관권부정선거 간첩조작 특검촉구! 4.19 범국민 10만촛불대회 호소!국정원 시국회의 청계광장 단식농성 선포 기자회견중이다.

하지만 공소장을 보면, 김 과장은 협조자 김씨가 위조를 주저하자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키면서 위조문서에 넣을 문구까지 적어줬다. 협조자 김씨는  “위조업자가 740만원을 달라고 한다”고 하자 “그대로 진행하라”고 허락하기도 했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그 정도 돈이 윗선 보고 없이 지급될 수는 없다. 국정원이 조직 차원에서 위조를 계획·지시하고 비용까지 지불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3월 들어 유씨 변호인단의 노력과 검찰 수사로 문서 위조를 부인할 수 없게 되자, 국정원은 “문서들의 위조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매우 당혹스럽다”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국정원도 협조자 김씨에게 속았다는 투였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일련의 증거조작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증거조작은 물론 잇따른 거짓 해명에 대해 국정원장이 더 이상 침묵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 원장은 침묵 속에서 버티고 있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이내 문제도 사라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 하다.
남 원장이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박 대통령 때문이다. 국정원은 오직 대통령 한 사람의 지시를 따르는 직속기관인데 박 대통령이 변함없이 신임한다고 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남재준 체제’ 국정원을 단 한번 도 질책하지 않았다. 이번 증거조작 사건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말만 했다. 남 원장은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 참석해 정상적인 활동을 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민주주의와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도덕성, 능력,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황인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선(先) 진상규명, 후(後) 대책’ 발언 이후 입을 닫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남 원장 경질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조작 사건이 불거지긴 했지만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에 대해 ‘간첩이 맞다’고 확신하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공 수사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건은 계속 터지는데도 지시한 사람도 없고 책임질 사람도 없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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