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정청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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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골프 홀컵의 지름은 108mm입니다.  왜 107도 109도 아닌 108mm일까요? 골프 유머 중엔 이 조그마한 구멍 속에 인생의 ‘백팔번뇌’ 같은, 골퍼들의 108가지 온갖 근심, 걱정, 고통이 몽땅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백팔번뇌는 부처님이 가르친 108가지 중생의 번뇌를 이르는 말입니다. 인간의 눈, 귀, 코, 혀, 몸, 뜻(마음)의 6개 감각기관이 감관의 대상을 접할 때, 저마다 좋다, 나쁘다, 그저 그렇다 등 세 가지 느낌이 서로 달라, 18가지 번뇌를 일으킵니다. 또 괴로움, 즐거움,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과 관련지어 18가지 번뇌가 추가됩니다. 이들을 합한 36가지 번뇌가 다시 각각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뉘어, 36가지 번뇌에 3을 곱하면 108가지 번뇌가 된다는 것이지요. 불교에서는 이 모든 번뇌가 자기 본래의 일심(一心)을 잃는데서 오는 것이므로 “일심을 잃지 말고, 잃더라도 빨리 되찾는 것이 백팔번뇌를 끊는 길”이라 가르치고 있습니다.


108명 ‘탄돌이 금배지’의 추억


108명의 ‘막돼먹은 금배지’들이 국정을 어지럽히던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여의도 판(版) 백팔번뇌’였지요.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는 ‘탄돌이’로 불린 108명의 노무현 계 초선의원들이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초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탄핵을 발의했지만,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됐습니다. 이 일로 한나라당을 거부하는 ‘탄핵 역풍’이 세차게 몰아쳤습니다. 이에 고무된 노 대통령은 자기를 당선시켜 준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를 창당했고, 곧 이어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대학운동권과 진보시민단체, 좌파정당 등에 몸담고 있던 정치지망생들을 마구 끌어 모아 공천장을 줬습니다. 이들 중 108명이 ‘얼떨결에’ 금배지를 달았는데, 탄핵소동 덕에 국회의원이 됐다 해서 ‘탄돌이’, 온갖 해괴한 의정활동으로 정치를 파탄내고 국민들에게 번뇌를 안겨줬다 해서 ‘백팔번뇌’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들 백팔번뇌 탄돌이들은 대체로 ‘무식해서 용감한’ 의원들이었습니다. 금배지를 달자마자 당의 실용주의 노선을 공개비판하며 선배 중진의원들과 사사건건 충돌했습니다. 언행은 거칠고 충동적이었으며, 정치성향은 친북반미적인 이념적 경직성이 강했습니다. 당시 한 무식-용감한 탄돌이가 선배 중진의원에게 “우리한테 잔소리 하면 당신의 귀를 물어뜯겠다”고, 헤비급 복싱선수 마이크 타이슨처럼 기고만장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4년 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민심은 백팔번뇌 탄돌이들을 가혹히 심판해 108명 중 무려 73명이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현 19대에선 18대에서 떨어진 탄돌이 중 정청래 등 10여 명이 귀환해 다시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정청래 무인기 괴담, 지방선거 악재?


전형적 탄돌이 출신 국회의원인 정청래가 끝내 사고를 쳤습니다. 정청래는 최근 발견된 소형 무인기들이 “북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건 코미디다”라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북풍공작’용으로 이번 무인기 소동을 조작했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습니다.
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사건을 ‘의심의 여지없는’ 북한의 소행으로 믿고 있습니다. 심각한 안보 불안을 느낀다는 국민이 과반을 넘었습니다. 과거 서해해전 등 북한의 도발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국민들은 대체로 ‘북한 발 안보 위기’에 둔감한 편이었지요. 그러던 것이 불가예측적인 북한의 미치광이 통치자 김정은이 최근 잇단 도발에 이어 정찰용 무인기를 띄워 청와대 사진까지 찍자, 전에 없던 안보불안을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진 이번 정청래의 돌출 발언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의원의 발언은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또 김한길 대표가 직접 정에게 “입조심 하라”고 공개경고까지 했지만, 정은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으로서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앙앙불락입니다.
정청래의 주장은 나꼼수 패널 출신 김어준의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KFC>와, “무인기는 남한의 자작 음모극”이라 주장하며 남북한이 이 사건을 합동조사하자는 북한의 성명과 거의 동시에 발표됐습니다. 김정은-김어준-정청래 3인의 좌파연대(?)가 마치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음모론의 내용과 주장이 엇비슷합니다.
좌파신문인 한겨레는 자기네 TV방송 홈페이지에 김어준의 팟캐스트 방송 내용을 그대로 올렸습니다. 좌파 인터넷 매체인 미디어 오늘과 오마이뉴스 등도 연일 ‘음모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좌파 언론에 이어 곧 천주교의 좌파 신부들이 나설 판입니다..
 
‘막돼먹은 정치-시즌 2’ 개막


정청래는 한국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미국 법무부의 입국 금지자 블랙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인물입니다. 지난해 미국에 들어오려다 입국이 거절됐지요. 그는 이적단체인 한총련의 전신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으로, 보안법 폐지와 6.15 공동선언 투쟁에 앞장 서 온 강경 좌파입니다. 89년 서울 정동 미국대사관저 점거농성사건의 주동자인데, 아마도 이 사건으로 미국 입국이 영구 금지된 것 같습니다.
그는 현역의원 때 ‘간첩 빨치산 추모제’를 여는가 하면 미국의 대북제재와 북한인권법 제정 반대투쟁에 앞장섰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천안함 폭침 같은 도발을 할 때도 항상 북한을 두둔하고 한국과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새민련 내 최대계파인 친노세력 중에서도 이념적 편향성이 가장 강한 인물입니다.
건국대 산업공학과 출신에다, 그나마 ‘반미친북 장사’하느라 대학시절 책 한권도 제대로 못 읽었을 이 ‘가방 끈 짧은’ 좌파 운동꾼이 어떻게 2선 국회의원이 돼, 국가안보와 남북문제를 다루는 국회 정보위 간사 등의 중책을 맡아, ‘막돼먹은 정치-시즌 2’의 주역으로 여의도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지 미스터리입니다.
지금 인터넷엔 수천 수만의 해괴한 ‘무인기 괴담’이 떠돌고 있습니다. 야당의원이 ‘믿거나 말거나’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하면 좌파언론이 이를 대서특필 하고, 그것을 인터넷이 확대재생산해 퍼뜨리면 북한이 이를 받아 대남공세를 펼치는 패턴…. 4년 전 천안함 폭침 때의 데자뷔….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댓글 중엔 “고맙다, 정청래!” 같은, 정 의원을 격려(?)하는 우파성향 네티즌들의 글도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안보불안을 느끼고 있는 다수 국민들에게 정의 ‘무인기 음모론’은 자충수이자 부메랑이 돼, 6.4 지방선거에서 보수와 무당파 층의 표를 결집시켜 여당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수 진영은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2012년 총선에선 나꼼수의 저질패널 김용민이, 그해 대선에선 통진당 후보 이정희가 각각 저질 욕설 파문과 ‘좌빨 본색’을 드러내며 한나라당과 박근혜 승리의 도우미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청래가 새민련의 X 맨이 되어 다시 한 번 새누리당을 도와 줄 판입니다.
300여 명이 희생된 여객선 ‘세월호’ 침몰참사로 한국이 슬픔에 빠졌습니다. 희생자의 대부분이 꽃다운 나이의 고교생들이어서 전 국민이 자기 일처럼 더욱 마음 아파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정청래 또래들이 또다시 어떤 ‘세월호 괴담’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참 어수선한 세월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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