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 특집2> 2014년 4월 진도에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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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야만의 도가니다. 3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배안에 놔두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 그리고 과적 화물을 싣고 무리한 운항을 방조한 청해진해운부터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 모두가 야만이다. 야만의 정점에는 무능의 극치를 보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있다.
이번 세월호 대참사는 예견된 인재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사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20년 가까운 노후된 선체를 멋대로 설계 변경하는 과정에서 관계부처는 로비에 놀아나 수수방관한 사실도 드러났다.  ‘세상에 이런 국가가 또 어디 있을까?’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다고 3시간이나 구조 활동이 지연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제대로 상황파악 조차 못한 박대통령의 현장방문을 보면서 ‘만약 그녀가 자식을 키워 봤다면 과연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하는 것도 의문이다.
2014년 4월 16일부터 오늘까지 진도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고, 오로지 분노와 저주로 얼룩진 통곡의 바다만 있을 뿐이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본지가 진도에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본국 언론 기자들과 통화해보면 그곳에서 기자들이 목격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실패, 아니 정부의 부재라고 한다. 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생필품 지원센터, 재난심리지원센터, 응급환자 이동진료소, 가족지원상황실 등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줄줄이 걸려 있고 곳곳에서 보내온 도시락과 생수, 빵과 우유도 충분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없다고 한다. 바로 ‘정부’라는 것. LA에서도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지만 탑승·구조·실종자 수 집계는 계속 오락가락했고, 구조·수색 상황을 책임지고 가족들과 공유하는 공직자는 보이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저 “잠수사 등 구조요원 ○○○명, 함정·선박 ○○○척과 헬기 ○○대를 투입하여…” 등 영혼 없는 숫자만 나열하고 있다. 현장을 ‘위로방문’한 관료들은 슬픔에 빠진 가족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컵라면을 먹었다. 총리는 분노한 유가족들의 항의을 외면하고 차안에서 팔짱을 끼고 3시간이나 잠을 잤다. 사고 직후 현장에 내려온 박 대통령 때문에 구조 활동이 지연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도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우왕좌왕하다 수백명 승객 떼죽음


정부는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지리멸렬했다. 단 한 번 유능한 순간이 있기는 했다. 청와대로 가려는 실종자 가족들의 행렬을 진도대교에서 막아설 때는 꽤나 일사불란해 보였다. 국민을 위한 정부는 없으며 오직 윗사람들만 위해 존재하는 곳, 그것이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난 20일 새벽, 진도를 방문한 정홍원 총리를 세월호 실종자 학부모들이 둘러싸고 항의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날 세월호 학부모들이 정부의 늑장구조에 불만을 터트리며 울부짖었으나 정 총리는 차로 들어가 잠을 청했고 이후 분노한 학부모들이 청와대 방문을 하겠다며 진도대교로 향했다. 현장사진을 올리고 자원봉사자라고 밝힌 글에 따르면 ‘내 자식을 살려내라’ 는 학부모들의 피맺힌 원성 속에 정 총리는 차안에서 잠을 잤다는 것이다.












당시 학부모들은 “우리가 원하는건 단 한 가지에 대한 대답”이라며 “정부는 거짓말과 거짓보고로만 응답하기에 우리가 직접 대답을 들으러 청와대로 가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총리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차로 들어갔다.
정 총리는 차안에 들어가서 팔짱을 끼고 실종자 부모들을 정면으로 쳐다보고는 잠이 들었고 ‘끌어내!’ 하고 외치는 경찰에 사람들이 끌려 나갔다. 이후 정 총리는 3시간가량 잠이 들었다’ 는 것이다. 특히 현장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정 총리에게 ‘팔짱을 풀라’며 격렬하기 항의하기도 했다. 분노한 학부모들은 3시간가량 걸어서 진도대교까지 이동하다 출동한 300여명의 경찰 병력과 몸싸움을 벌이다 해산했다. 당시 가족들은 ‘목에서 피를 토하고 울면서 길을 걷다가 쓰러지신 어머니보다 차안에서 자고 있는 국무총리를 차가 나가서 집까지 모시는게 이 나라에선 더 중요하다. 그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을 올리는 인터넷상의 글은 어찌된 일인지 올라오는 족족 삭제되고 있다.


무능한 대통령, 더 무능한 정부


이날 사건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희생자 위주라기 보다는 철저하게 정부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사건 수습 과정에서 희생자들의 요구에는 전혀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초기부터 요구한 집어등 달린 어선과 대형 바지선의 투입은 사나흘 지나서야 이뤄졌다.  현장을 ‘위로방문’한 관료들은 슬픔에 빠진 가족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컵라면을 먹었다. 정부는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지리멸렬했다. 단 한 번 유능한 순간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청와대로 가려는 실종자 가족들의 행렬을 진도대교에서 막아설 때 뿐이었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사건 초기 해경의 대응과정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해양경찰은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2차 사고와 어장 피해가 우려되니 선박을 빨리 인양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실종·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구조보다 인양을 재촉하는 부적절한 내용이었던 것.  선박 인양 능력이 의심되는 청해진해운에 인양을 요구한 것 자체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기도 하다.



당시 해경이 보낸 공문에서 는 “침몰 해역에 대형 선박의 통행이 잦고 어장과 양식장이 몰려 있어 2차 사고와 오염 발생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형 크레인을 갖춘 샐비지(Salvage) 선박을 동원해 신속히 인양 조치한 뒤 조치사항을 해경에 통보해 달라”고 청해진해운에 요구했다. 이어 진도군청에는 “선박 소유자로 하여금 침몰 선박이 빨리 인양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공문이 발송된 16일은 경찰 내부 신고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세월호가 90% 이상 기울어져 대형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전해진 상황이었다. 인양을 시작하면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인양작업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해진해운에 ‘인양 공문’을 보낸 것은 세월호 침몰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정부-구조대’ 엇박자, 참사로 이어져


사실 정부 측의 이런 대응은 최고 통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사건 초기 했던 행동들을 되짚어 보자.
그는 사건 발생 다음날 중앙대책본부에 나왔다. 그 자리에서 그는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이 당황한 듯 “선체 밖이면 몰라도 선체 안이면 용이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아마 실종자들이 눈에 잘 들어오는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은 채 망망대해를 떠다니고 있다고 생각했던 듯 싶다. 사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TV토론 때 그 무능함을 드러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턱없이 밀렸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의 그의 대응은 무능해도 이 정도인줄 몰랐다는 비판을 일으켰다.












대통령이 상황파악이 안 되니 밑에 사건 초기 정부 각 기관도 우왕좌왕했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침몰사고’ 중대본은 기초적인 탑승인원, 구조인원 등을 제대로 집계조차 하지 못하는 등 하루 종일 혼선을 빚었다. 중대본은 16일 오후 2시 기준으로 368명이 구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중대본은 2시간여 후인 4시30분 구조인원이 164명이라고 번복했고 곧이어 174명에서 다시 175명, 176명으로 발표했다.  구조인원 수가 급변한 이유를 박 대통령이 묻자 중대본 담당자가 내놓은 대답은 ‘중복계산’이었다.
승선자 수도 오락가락했다. 최초 477명에서 459명으로 다시 462명으로 바뀌었다. 청해진해운은 17일 새벽 다시 탑승인원을 475명으로 변경해 인천해경에 통보했다. 정부 차원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고,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는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사항, 승선자수와 구조인원이 널을 뛰었다. 도대체 이 정부는 세월호와 관련해 무엇을 알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달려가겠다고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시민이 세금을 내는 까닭은 ‘위기에 빠졌을 때 국가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대통령제 정부든 내각제 정부든, 모든 민주국가의 정부는 같은 역할을 요구받는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2기 첫해인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늑장 대응했다가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레임덕에 빠졌다.
집권 2년차의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15분에 걸쳐 200자 원고지 28장 분량의 발언을 했다. 이번 사고의 문제점을 총망라하며 공무원들을 매섭게 질책했으나 자신의 책임은 비켜갔다.
대통령은 국민이 ‘인재’로 목숨을 잃었을 경우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책임자인데, 박 대통령은 어느 새 사건에서 한 발 물러서 그 책임선상에서 벗어나 있다. 그리고 어느새 심판자가 되어 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 통감도 없었다. ‘혼자 탈출한 선장은 살인자’라고 말하며 ‘엄단과 처벌’이 강조되고, 뒤늦은 위기관리 시스템 재구성에 대한 주문만 이어졌다. 정부에 악재가 닥쳤을 때 각 부처와 공무원들을 질책하며 정작 자신과 청와대의 책임은 피해 가는 특유의 ‘제3자 화법’이 또 등장한 것이다. 시민은 책임을 통감하고 팽목항으로 합동분향소로 향하는데, 정작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서 있는 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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