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그후3>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한국언론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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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특히 한국의 TV매체들은 통곡하는 유가족이나 분노를 표출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비춰져 이를 보는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보도로 국내외 한인들의 집단우울증과 집단자학증, 집단무력감에 빠져있다. 왜 이럴까. 이같은 현상은 한국 언론들의 무책임한 보도때문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23일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보도의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은 한국언론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이번 계기에 새로운 언론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미국이나 유럽 언론들은 재난보도에서 유족들의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모습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고인을 추모하는 경건한 모습을 보도하는 것을 준칙으로 삼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외언론과 한국언론의 차이점과 문제점들을 짚어 보았다.  성 진<취재부 기자>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동안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들이 낱낱이 노출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예전이나 오늘이나 정부의 대응시스템이 삼류 수준 이하라는 점이다. 사상자는 물론이고 승선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을 두고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존재 하는지 조차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세계 최강 인터넷 네트워크와 사이버 강대국의 비참한 현실도 문제다. 휴대폰 메시지와 SNS를 통해 허위사실들과 유언비어들이 무차별 살포되고, 심지어 스미싱 문자까지 창궐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또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예의없이 나타나는 정치적 선동으로 사실을 과장ㆍ왜곡하는 내용들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같은 정쟁을 벌일 수가 없다.
여기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언론행태였다. 언론이 인재를 더 키웠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빗나간 취재경쟁이 참사키워


지난 1997년 8월 6일 대한항공 801편이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미국의 괌에 있는 앤토니오 B. 원 팻 국제공항에서 착륙에 실패, 추락하면서 승객 231명과, 승무원 23명을 합쳐 총 254명 중 총 225명이 사망하였고 총 29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한국에서 특파된 기자들을 포함해서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취재진들이 파견되어 취재 경쟁을 벌였다. 기체가 파손된 지역에서 한국 기자들과 미국 기자들이 제마다 피해사항을 취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괌에는 일부 유족들이 한국에서 달려와 사건 현장에서 넋을 잃고 있었다.
이듬해 UCLA 익스텐션 코스 언론학 시간에 토론회가 열렸다. 그 토론회 주제는 사고지역에서의 취재기자의 역할이었다.  당시 AP 출신의 한 기자는  ‘한국에서 온 기자들 대부분이 희생자와 유족들을 취재하는데 기본적 예의가 없었다’면서 ‘희생자 유족을 만날 때 복장 등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유족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본적 매너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23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가까워 오는데 한국의 기자들의 취재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세월호 참사 사태를 보도하는 한국의 언론들은 ‘오보’는 말할 것도 없이 유족들이나 실종자 가족들을 취재하면서 도에 지나친 취재로 희생자 가족 친지들이나 이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지상파방송 3사를 포함하여 거의 전 매체들이 모든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일주일 이상 세월호에만 집중하여 보도했다. 그 며칠 째 한국 국민들은 온통 이 사건에만 끌려 다니는 바람에 반듯이 알아야 하는 국내 소식이나 세계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하여 황근 선문대 교수는 “오래전부터 무슨 사건만 터지면 순식간에 몰려들어 법석을 떨고 심지어 사고수습까지 방해했던 이른바 ‘소방차 저널리즘’ 또는 ‘떼거지 저널리즘’은 우리 언론의 병폐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는 “솔직히 지난 5일간 우리 국민들이 TV화면을 통해 본 것은 진도앞바다의 넘실거리는 파도와 구조선들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면서 “그러다보니 SNS나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제대로 거르지도 않은 채 내보내기도 하고, 그 결과 ‘홍가혜 인터뷰’라는 기가 막힌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막가파식 보도경쟁은 결국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을 조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처럼 이번 참사보다 더 후진적인 방송사들의 재난보도 수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난처리본부의 체계적이고 믿을 수 있는 언론대응자세가 우선되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기본적 예의조차 없는 기자들


미국에서 911 테러사건이나 카트리나 재난 사건에서 언론들은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울부짖는 모습을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유럽의 언론들도 비슷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유족들이 울부짖고, 통곡하면서 오열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미국 언론에는 오래전부터 스스로 정한 보도규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각 언론사마다 정해진 준칙이 있으며, 언론계가 전체적으로 관행적으로 지키는 규칙이 있다. 그리고 세계가 변하는 바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취재관행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유럽언론센터는 지난 1월 재난보도에 따르는 언론기관들의 가이드라인을 새로 제시했다. ‘확인을 위한 핸드북’이란 이 가이드라인에는 재난 중에 발생하는 각종 소셜미디어에 대한 확인작업이다.
이번 한국에서는 대부분 언론들이 SNS에서 나도는 소문들을 경쟁 때문에 여과없이 내보내 결국 더 재난을 더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유럽언론센터는 취재기자나 재난구조팀들은 재난 도중에 발생하는 긴급정보나, 불확실한 정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난구조 진행상황에 대한 사실증거를 찾는 작업, 그리고 이를 확인하는 가치있는 장비, 무엇보다 진실추구를 위한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취재기자는 반듯이 당사자와의 직접 접촉으로 사실작업을 규명해야 하고, 단순히 듣기 좋아하는 사실들만 열거한다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유난히 돋보인 방송은 단연 JTBC의 손석희 뉴스다. 그러나 보도 행태는 다른 언론과 다르지 않은 선동적이고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감정적 보도라는 지적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장성에 있어서 손석희라는 네임벨류와 이번 참사가 맞아 떨어졌다는 것 이외 다른 보도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보도의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에서는 “4.16 세월호 재난보도에서 언론들은 ‘학생전원 구조’ 등 대형오보에 이어 어린이 실명 거론, 사망한 학생의 친구의 충격 받은 인터뷰, 해경이 민간잠수부 진입 막음, 시신 인양 장면 여과 없이 보도, 탑승자수 오보, 수습 사망자수 오보 등 수많은 잘못된 보도를 서슴지 않았다. 바로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라고 지적했다.


부패한 언론, 타락한 기자들


이 자리에서 이연 교수는 “재난보도는 피해약자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 중심의 재난 보도가 기본”이라며 “피해자 중심보도가 아니라 시청자, 독자 중심의 보도 행태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재난보도에 나타난 극단적 언어 선택과 자극적인 표제선정 등은 재난보도의 전문성과 경험부족에서 나온 것”이라며 “재난 발생시 원인 규명이나 심층보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에 나선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정부의 재난시스템의 붕괴 등은 한국사회의 미래가 없다는 절망의 순간이었다”며 “이번 참사보도에 있어 한몫했던 언론저널리즘의 책임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정필모 KBS보도위원은 “우리사회가 규정이 없고 제도가 미비해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보도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문윤리강령이나 방송강령에서도 이런 보도와 관련한 내용이 다 나와 있는데 안지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규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미디어의 가장 궁극적인 가치 ‘신뢰’인데, 신속성, 정확성, 냉정과 균형 등의 요소가 있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재난보도에서는 신속성부분에 있어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정확성, 냉정과 균형성 측면에서는 낙제점이라는 표현을 스스로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장 취재기자들의 트라우마도 함께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팀장은 “세월호 참사보도같은 어이없는 사고들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기자로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윤리나 보도요령 등을 기자협회 차원에서 각 언론사가 필수적이고 의무적으로 할 수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감시 역할 외면 ‘언론의 병폐’


이중우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회장은 “참사로 인해 각 언론사가 속보 경쟁에 억눌려서 인간의 최소한의 예의마저도 저버린 경우가 많아, 시청자와 국민 여러분에게 비난을 받지 않았나 싶다”며 “사고도 인재지만 더 큰 인재는 국민들에게 많은 아픔을 준 ‘오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로 언론인 조갑제씨는 “한국의 기자들은 2만5000명이나 된다. 이들은 세월호 같은 위험한 배가 다니는 것을 몰랐던가, 정부 기관의 감시와 지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가? 해양수산부 출입 기자들은 반성할 점이 없는가? 인천항과 제주항 담당 기자들은 지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세월호 같은 연안 여객선의 위험성을 몰랐던가? 선사와 정부기관이 유착하여 안전을 희생시키는 ‘덮어주기’ ‘봐주기’를 관행적으로 하는 것을 몰랐던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그는 “세월호의 불안한 항해를 비판하는 기자가 있었다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니 언론도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된다”면서 “언론이 연안해운계의 고질적 병폐를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게을렀던 것이고, 알고도 덮었다면 유능한데 타락하였다는 뜻이다.”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한 원로 고참기자가 청와대에서 행한 간담회에서 아래와 겉은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이 가장 빨리 망하는 방법은 야당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빨리 망하고 싶으면 신문 사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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