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한인구직자들…일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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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경기는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살기가 만만치 않다. 돈을 벌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실업률 지수가10%대 미만이라는 정부 발표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마땅한 일자리 찾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울 지경이다. 현재 한인 업소는 줄잡아 30천여 곳. 여기에 다운타운 자바시장까지 합치면 족히 1만 군데가 넘겠지만 정작 사람을 뽑기보다는 감원 열풍에 이력서를 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신문이나 방송에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는 모두 임시직에 지나지 않는 마켓 리코아 스토아 케시어와 딜리버리, 잡부, 경비원 등이 고작일 뿐 번번한 일자리는 눈을 비비고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
그나마도 나이가 40이 일단 넘으면 전화 도중 ‘미안하다’고 끊어 버리기 일쑤다. 기혼 여성에 아이가 있다면 역시 매 한가지다. 50이 넘은 중년 남성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직업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김 현(취재부기자)

올해로 서른아홉살이 된 이숙명(여:가명)씨는 잡(JOB)을 찾지 못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대학교를 마치고 결혼해서 미국에 이민 와 아이 둘 낳고 산지 12년이 됐지만 먹고살기 바빠 제대로 된 전문 기술도 없고 영어도 부족해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길이 없어 신문 구인광고를 뒤져 보았지만 모두 3D직종이고, 이마저도 결혼한 유부녀는 면접에서부터 거절당하기 일쑤다.
49살 김범수(남)씨는 하루도 빼지 않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라디오코리아와 일간신문 구인광고를 보고 있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나이가 몇이냐?’는 질문에 막혀버린다. 다음으로 넘어갈 수가 없을 정도로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처럼 여성은 가정이 있는 나이가 많고 아이가 있는 유부녀이기 때문이고 남성은 건강에 관계없이 나이가 많으면 일단 탈락이다.

“나이 많은 게 죄인가요?”

비교적 늦은 나이인 50에 이민 와서 일자리를 백방으로 찾았던 백하순(남)씨는 아예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특별한 기술도 없고 인맥도 없어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찾은 경비원 직업도 기본적인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1주일 만에 해고  당하고, 다시 구한 7-일레븐 야간 근무(밤 11시부터 새벽 7시까지)도 젊은 사람들 때문에 밀려나야만했다.
마켓에서 박스 보이를 하려고 해도 써주지를 않는다. 아무리 젊은 사람 못지않은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이제는 지쳐버린 백씨는 새벽이면 올림픽가에 있는 카지노 버스에 몸을 싣고 하루종일 폐창가나 팔라 카지노에 가서 공짜로 주는 티켓으로 허기를 때우면서 하루를 보낸다. 가족들 보기도 민망해 집안에 있기가 멋쩍어 겉돌면서 소일한다.
부인은 그나마 요리 솜씨가 있어 제법 큰 식당에서 반찬을 하고 있어 입에 풀칠은 하고 있지만 나이 50 넘은 자신은 정작 일을 하려고 해도 일할 곳이 없어 오늘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그는 ‘나이 많은 것도 죄인가 봐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가에는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해 보였지만 현실이 따라주질 않았다.


여성, 남성보다 일자리 많아

계속되는 불경기에 자바시장이나 봉제공장의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재봉틀이 즐비하다는 말들이 나돈다. 자바시장 불경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포에버21을 비롯해 미국의 유명 의류회사들이 불경기로 인해 하청을 줄이거나, 도산, 폐업 사태에 한인 봉제업소들이 된 서리를 맞고 있어 대규모 감원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사람구하기가 힘들었던 봉제 업계도 이젠 옛말이 돼 버린 셈이다.
수백명의 봉제공장 아줌마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 보다 미국에서 일자리는 많다. 보수도 만만치 않다. 기거하면서 이틀 쉬고 평균 700달러 이상 받기도 하지만 그 이상 주는 전문직 맞벌이 부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나이든 여성들이 자식같은 주인들을 섬기가 쉽지 않고 아이 보는 일이 만만치 않고 젊은 부부 눈치까지 보며 식사까지 준비해야하는 맞벌이 부부들과 적지 않는 마찰 때문에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또 치매환자나 노인들을 돌보는 간병인 일자리도 있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남성들의 경우도 미국에 처음 오거나 잡을 잃으면 찾는 직장이 이른 바 속칭 ‘노가다’ 잡이다. 페인트나 공사 인부 보조로 따라 다녀봐야 하루 일당이 100~150달러를 받지만 여간 힘든 잡이 아니라 익숙하지 못한 신참내기들은 대부분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그나마도 죽자 살자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고의적으로 돈을 안주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해 임금까지 미루는 사례가 허다하다.
한인마켓의 경우를 보자. 정육부나 채소부에 가끔 나이든 아저씨들이 있지만, 그나마도 최저 임금을 받고도 일당백을 하는 한국말도 제법 할줄아는젊은 스페니쉬들에 밀려 자리를 차지하기가 용이하지 않아 나이 든 중년남성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영어도 못해 가끔 외국인 고객이 오면 무슨 오더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매니저에게 핀잔을 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서러운 이민생활을 하면서도 한국에서 대학이라도 다니고 공부를 한 사람들이 인맥을 통해 보험이나 세일즈맨을 뛰어 보지만 이내 손을 들고 만다.

나이든 신입사원에 부담

40대 중반에 이민 와 번듯한 직장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았던 이태균(가명 51 남)은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진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중견 간부로 일하며 영어도 제법 구사하는 김 씨지만 역시 낙방 이유는 나이 탓이다.
이씨는 “가장 억울한 점은 면접관들이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능력하게 보는 것”이라며 “몇 번의 취업 실패로 나이를 먹었지만 그게 꼭 내 탓만은 아니지 않느냐”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나이가 많다보니 사실 서류 합격률이 저조해 능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없다”며 “나이 많은 게 죄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취업 연령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나이 많은 신입들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견기업인 C사의 인사부장은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어린 선배들과 잘 지내지 못할까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솔직히 대학을 졸업한 나이 든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 와 대기업에 취직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며 나이 든 신입사원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게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최근 재미 한인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 62.9%가 나이 많은 신입사원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나이 많은 신입사원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로는 ‘기존 직원들이 불편해해서’(54.8%,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밖에 ‘사내 위계질서가 흔들릴 것 같아서’(40.3%), ‘연봉 등 눈높이가 높을 것 같아서’(29.4%), ‘자기주관이 너무 강한 경력자들이 많아서’(25.5%), ‘취업이 늦은 문제사유가 있을 것 같아서’(18.5%), ‘어린 입사동기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14.8%) 등의 이유를 꼽았다.

능력보다 나이가 우선

한국기업이 생각하는 신입사원 적정 연령은 남성 평균 28세, 여성 26세였으며 반면 ‘나이가 많다’는 기준은 4년제 대졸 기준 남성 32세, 여성 30세로 집계됐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인 63.6%는 많은 나이 때문에 다른 조건에 관계없이 지원자를 탈락시킨 경험이 있었다.
신입사원 입사 연령이 점점 상승하는 데 대해서도 주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나이 많은 신입사원으로 인해 ‘서열, 호칭문제로 인한 갈등 유발’(44.1%, 복수응답)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신입사원의 조기 이직 증가’(25%), ‘능력 중심의 조직문화 정착’(17.5%), ‘개인주의적 조직 분위기 확산’(17.2%) 등의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점점 여성이든 남성이든 관계없이 일단 40이 넘으면 기업에 취직하기에는 불가능하고 적은 소자본이라도 창업을 하던지, 나이에 관계없는 전문직 면허를 취득하는 길만이 미국 땅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나이 먹은 게 죄입니까?’라고 묻지 말고 나이 들게 사는 것도 이민생활의 척도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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