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확인> 세월호 참사에 가린 또 하나의 꼼수 ‘도쿄 비자금’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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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의 관심이 진도로 모아졌던 가운데, 본국 정치권과 금융권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불거져 온 본국은행 도쿄비자금 의혹이 슬그머니 덮여졌다. 본국은행 도쿄 비자금이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 동경 지점에서 조성되어 국내로 유입된 자금을 말하는 것으로 그 규모가 수백 억대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비자금은 유입 후 상품권으로 세탁되어 살포됐으나, 사정기관들은 결국 비자금의 용처를 밝혀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건을 일부러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은행들의 비자금이 조성됐던 시기의 은행 수장들이 하나같이 전 정권의 실력자들이었다는 점이 의혹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미 본지는 올 1월 913호에서 이 문제를 살짝 언급한 바 있으나 이후에도 수사는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후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으로까지 비자금 의혹이 확대됐으나, 어찌된 일인지 사정기관들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수많은 의혹들이 불거졌음에도 깃털만 건드렸다는 의혹을 받는 도쿄은행 비자금 전말을 <선데이저널>이 파헤쳐보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본국은행 도쿄 비자금이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 동경 지점에서 조성되어 국내로 유입된 자금을 말하는 것으로 그 규모가 수백 억대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비자금은 유입 후 상품권으로 세탁되어 살포됐으나, 사정기관들은 결국 비자금의 용처를 밝혀내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국민·우리·기업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및 비자금 조성과 전·현 경영진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선 부당대출 대가로 비자금이 조성되고 이 돈의 일부가 본점 경영진에 흘러갔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돼 왔다.
본국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우리·기업은행의 본점을 통한 도쿄지점 부당대출 검사를 마무리했다. 도쿄지점 현지 검사를 별도로 진행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본점 검사 결과 도쿄지점 직원이 대출 과정에서 뒷돈을 받아 조성한 자금을 전·현 경영진에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은 “대출 한도를 피하기 위해 여러 사람 이름으로 돈을 빌려주는 ‘쪼개기 대출’이나 ‘담보 가치 부풀리기’ 등의 부당대출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챙긴 뒷돈을 직원들이 유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만 계좌 추적과 국내 송금 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이 돈이 경영진에 전달된 정황이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쪼개기 부당대출로 비자금 조성

지난 3월 본점 및 도쿄지점 현지 검사가 끝난 국민은행 역시 전·현 경영진에 비자금이 흘러들어 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지점 직원들이 부당대출을 해주고 뒷돈을 챙긴 후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파악한 도쿄지점 부당대출 규모는 국민은행 4160억원, 우리은행 610억원, 기업은행 130억원이다. 이를 통해 해당 직원들이 조성한 비자금은 모두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은행 감독 당국은 지난해 9월 KB국민은행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본국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착수했고,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만 약 5000억원 대의 불법대출이 이뤄졌음을 밝혀냈다. 검사 결과 불법대출은 2005년부터 국민은행이 재일교포 사업가들을 상대적으로 해 온 하나의 관행으로 드러났다. 대출조건이 되지 않는 한인 교포들에게 부동산을 사는 조건으로 담보대출을 해주고 대출금액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돌려받는 방식이었다. 금감원이 발표한 것처럼 브로커를 끼고 부동산 감정가도 조작했다. 2005년 국민은행이 처음 시작한 이런 불법대출은 다른 은행에 더 퍼져 나갔다. 여기까지는 금감원도 밝혀낸 내용.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석연치 않은 의혹 넷

도쿄에서 조성된 비자금 수천억원 중 500억원이 넘는 돈이 국내로 유입됐다. 금감원 측은 이 돈을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결론내렸지만 금감원의 이런 결론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첫째, 세 은행의 임직원들이 한 두 푼도 아닌 수 백 억원의 돈을 똑같은 방법으로 조성해서 국내로 송금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특히 요즘과 같은 직장 문화에서 비자금 조성과 송금이라는 일을 개인적으로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조직 차원에서 일을 도모했을 때만 가능하다. 그것도 세 은행이 동시에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더 높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두 번 째로 국내 본점에서 이를 몰랐느냐는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비자금이 본점 직원들의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점 직원들이 자신의 통장에 정체모를 거액이 들어왔을 때 과연 이것을 모른 체 넘어 갈 수 있을까? 어떤 직원이라도 이를 상부에 보고했을 것이다. 만약 이런 관행들이 수 년 간 계속되어 왔다면 과연 본점에서는 이를 몰랐을까? 금감원은 이런 상식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도 내놓지 못했다.
세 번 째로 본국으로 유입된 비자금이 의도적으로 돈세탁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금감원 검사를 통해 수백억원 중 일부는 직원 개인들이 전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했다. 하지만 상품권으로 세탁되어 용처를 찾을 수 없는 돈이 훨씬 그 규모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이들이 개인적으로 횡령하려 했다면 굳이 번거롭게 상품권을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권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인 만큼 사채시장에서 세탁을 했을 것이다. 반대로 세탁된 돈을 부동산과 같이 흔적이 남는 곳에 횡령한 인사들은 윗선에서 알고 있는 사안인만큼 지금처럼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비자금은 은행들의 자체 감사나 금감원의 검사에서 꼬리를 잡힌 것이 아니라 일본 금융당국에 의해서 발각됐다.

네 번 째로 도쿄 지점 지점장들이 하나 같이 전·현직 회장들의 측근이었다는 점이다. 도쿄 지점장을 두 번이나 하면서 수천억원을 불법대출해준 이 모 전 지점장의 경우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측근이었다. 또한 지난 3월 금감원 검사 도중 목숨을 끊은 전 우리은행 도쿄지점장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측근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 출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불거졌을 때 금융권에서는 두 사람이 비자금 조성에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단번에 불거졌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재임 기간 도쿄 지점을 수 차례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두 사람은 여기에 대한 해명을 하기도 했다. 금감원도 이를 의식한 듯 검사 결과 두 사람이 비자금 조성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너무나 당연한 의문

이러한 여러가지 상식적인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감원은 어느 것 하나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횡령 사건이 불거질 경우 금감원은 임직원들을 검찰에 고발조치 해야 하지만, 국민은행만이 전 지점장을 고소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전 지점장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비자금 용처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현금화된 돈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지만 의혹을 밝혀내야 할 검찰이 사실상 꼬리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거둘 수 없다.
금감원과 검찰이 하나같이 이 사건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본국의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사건이 확대될 경우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단 금융권에서는 사고가 터진 세 지점의 은행 중 두 군데의 지주 회장이 모두 전 정권 실세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이팔성 전 회장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대 경영학과 동문으로서 본인 스스로가 MB맨임을 내세우기도 했다. 어 전 회장은 전 정권에서 국가브랜드위원장과 KB금융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이 전 회장 역시 경남 하동 출신으로 고대 출신이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했을 당시 서울시립교양학단 대표를 맡다가 MB 취임 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등극했다.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두 사람은 전 정권에서 4대 천황으로 꼽히기도 했다.


 ▲ MB와 고대동기인 이팔성 우리은행 지주사 전 회장.

이팔성은 깃털 몸통은 누구?

두 사람이 회장으로 있던 은행과 정부 지분이 많았던 기업은행에서 이같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셈이다. 그것도 이런 문제들은 지난 정권 검사에서 단 한 번도 지적되지 않았다. 비자금이 조성된 시기 또한 전 정권 집권 시기와 일치한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본국 주요 언론의 한 기자는 “도쿄 재일교포 사회에서는 비자금이 적어도 은행 수뇌부가 알고 있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정권 최고위층까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알고 있다”며 “이런 중요한 사건에 사정기관이 잠잠한 점, 그리고 세월호 침몰 사건 여파를 틈 타 조용히 마무리 하려는 점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은 전 정권과는 다른 정권이라고 주장하지만 사건이 확대될 경우 그 정치적 책임은 고스란히 현 정권의 몫”이라며 “현 정권에서 치러지는 첫 번 째 전국단위 선거를 앞두고 사건을 키우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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