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난타전 속 무승부로 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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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끝났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9대 8, 혹은 8대 9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하고, 선거 막판 초접전 지역에 대한 집중공세를 펼쳤다. 강원과 충북이 개표시간 내내 선두가 몇 차례 뒤바뀌는 대혼전 끝에 두 곳 모두 야당이 신승, 종합 스코어 9대 8로 새정치연합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광역단체장 결과만으로 야당 승리, 여당 패배를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정치권과 선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총리 지명자의 중도 사퇴 등 악재 속에 선거를 치른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의 전패와, 심지어 텃밭인 부산 대구에서의 고전까지 예상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서울에서 광역 시장과 기초 구청장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고, 교육감 선거에서도 승리하는가 하면, 중원인 충청권을 싹쓸이 하는 망외의 소득을 얻었다. 6.4 지방선거는 결국 형식상으로는 야당이 승리하고, 내용적으로는 여당이 악재 속에 뜻밖의 선전을 한 사실상의 무승부로 결판났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별취재팀>
 
 이번 선거는 ‘박근혜 심판’과 ‘박근혜 구하기’가 충돌한 기이한 선거였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를 연계시키면서 선거초반 정권심판론으로 분위기를 압도해 나갔고, 새누리당은 5~60%를 넘나드는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에 의지해 패색 짙던 선거후반 전략을 ‘박근혜 구하기’로 밀어부쳤다. 선거 결과는 “박근혜는 구해주고 정부도 심판하는” 절묘한 국민의 선택으로 나타났다. 오만한 여당과, 무능하고 지리멸렬한 야당 모두에게 경종을 울렸다. 광역단체장은 9대 8로 야당이 신승을 거뒀고, 기초단체장은 여당, 교육감은 진보후보들이 각각 과반의 승리를 거뒀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비록 광역단체장 숫자에서는 밀렸지만 인천과 경기에서의 뜻밖의 승리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수도권에서 전패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친박계 중심의 현 새누리당 지도체계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권은 친박계인 인천 유정복, 부산 서병수의 당선에 안도하면서, 여권이 마지막 카드로 내세운 ‘박근혜 구하기’가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킨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형식상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야당인 새정치연합의 당내 역학구도는 앞으로 다소 복잡해 질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와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 등으로 호재가 겹쳤는데도 야당은 뜻밖에 고전했다. 새정치연합이 대안세력으로 국민들에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아쉬워하는 지지자들이 많다.
당 전면에서 물러나 있던 친노진영이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안희정 최문순 등 친노진영 후보들이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면서 친노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주 초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선거 후 쇄신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 관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국가 개혁의 적임자로 국민이 요구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에도 벼르고 있다. 이번 인선도 실패하면 대통령의 인적 쇄신구상은 물론 국정동력마저 급격히 떨어 질 수 있다.
청와대 보좌진에 대한 인적쇄신도 관심거리다. 특히 사의를 표명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여권 내에서도 인적쇄신의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김 실장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진영은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선방하면서 부담감을 다소 덜었다. 허지만 서울의 대패와 충청의 고전은 당내 비주류가 목소리를 키울 명분을 줬다. 당청 및 대야관계의 변화를 원하는 당내요구가 커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는 7월 30일에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대체로 이번 지방선거와 비슷한 양상이 7월 재보선 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은 현역의원 7명이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현재 149석이 됐다. 재적의원 기준으로는 과반이지만, 재보선 이후 과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 국정조사와 국정개조를 위한 각종 법안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결과는 2017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에서 대승을 거둔 박원순 시장은 “시장직을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누차 밝혔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정치권 인사는 많지 않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야권의 차기 잠룡 1순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몽준 후보는 이번 선거 최대의 피해자이면서 차기 대권의 꿈도 한층 멀어졌다는 평가다. 그는 세월호 사건 전만 해도 일부 조사에서 박원순을 누르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세월호와 , 이와 관련한 아들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직격탄은 맞으면서 무너졌다. 너무 큰 표 차로 대패해 재기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세월호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남경필, 친노면서 친노 색채가 옅은 중도진보의 안희정 충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 등도 떠오르는 잠룡이다. 안철수는 당내반발을 무릅쓰고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한 윤장현 후보가 고전하면서 “대권 꿈은 멀어졌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윤장현이 당초 예상을 깨고 광주시장에 당선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됐다. 마땅한 차기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는 광주시민들이 윤장현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면서, 안철수에 대한 기대를 다시한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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