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한국에서는> 6.4 지방선거 패배-안대희 총리 후보자 사퇴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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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히든카드였던 안대희 총리카드가 실패로 돌아가고, 6ㆍ4 지방선거가 사실상 여당의 패배로 끝나자 청와대가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집권 15개월을 맞은 박근혜 정부는 지금 ‘백지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후보자의 낙마와 지방선거 패배로 ‘당·정·청’은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져 버렸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자청, 총리 후보자에서 전격 사퇴한 직후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적지 않은 회의 참석자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그의 사퇴 소식을 접했던 터라 회의 분위기는 뭔가 정돈되지 않고 어수선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안 후보자의 해명 회견인 줄 알고 취재를 갔던 기자들이 회견 내용에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청와대 수석들도 소위 ‘멘붕’ 상태에 빠졌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후임총리를 비롯해 신임 국정원장 인선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실정’의 원인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있는 만큼 김 실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박 대통령의 숙제인 ‘국가개조’는 요원하다는 말이 나온다. 6ㆍ4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과 안 후보자 낙마 이후 거세지는 김기춘 비토론의 실체를 <선데이저널>이 쫓아가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안대희 후보자의 낙마와 6‧4 지방선거 패배로 본국 언론과 야당의 관심은 온통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쏠렸다. 박 대통령 역시 청와대를 전면 개편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는 비서실장 교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김 실장도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라고 한다. 최근 김 실장은 주변에 “나라고 이 자리에 더 있고 싶겠냐. 나도 기회가 되면 나가고 싶다”는 심경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대통령은 총리 지명에 이은 개각 그리고 청와대를 개편하는 순서로 인적 개편을 해 나갈 생각이었다”면서 “김 실장 외에는 이를 맡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봤던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 실장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적어도 지방선거 이후까지는 이 체제를 끌고 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이어 터지는 악재에 명예훼손 소송까지
      
여기서 민심과 박 대통령의 시각차가 느껴진다. 민심은 김 실장 교체를 먼저 한 후 내각교체를 하는 것이 순서라고 보고 있으나, 박 대통령은 김 실장 주도의 인적개편 후 김 실장 교체라는 수순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김 실장의 오랜 인연은 이미 본지에서도 한 차례 보도했듯이 길고 깊다. 김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박 대통령 집안과 긴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서울대 법대 대학원 시절에 5·16장학회(현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았고, 1971년 검사 시절 민주주의 후퇴의 상징인 유신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했으며, 1974년 박근혜 대통령의 모친 ‘육영수 피격 사건’의 범인 문세광 수사 등을 맡았다.

 ▲ 안대희 총리 후보 사퇴자

하지만 박 대통령이 개인적 인연에 매여 정사를 돌보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에 빠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왕실장’, ‘부통령’으로 불리며 현 정부의 국정 기조를 상징해온 김 실장 체제가 지속되면, 어떤 총리가 임명되건 간에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의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야당과 타협을 거부해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PK(부산경남) 인사 편중으로 대통합에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불통과 역주행의 배경에 김 실장의 잘못된 조언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높은 상황인데도, 박 대통령이 김 실장만은 옹호하며 곁에 두려 하는 것이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경질이라는 이번 인사를 두고도 박 대통령이 ‘김기춘 카드’를 살리기 위해 ‘남재준, 김장수 패’를 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국정원에 대한 비판여론을 일면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한편 앞으로도 청와대가 그립을 쥐고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심재륜 고검장 오대양사건 증언, 일파만파

문제는 김 실장을 곁에 두고 일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김기춘 실장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코너에 몰렸다는 점이다. 특히 ‘안대희 낙마’는 검증 부실로 인한 전형적인 ‘인사 참사’라는 점에서,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실장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 불거진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뒤에 엄청난 비호세력이 있다는 주장이 야권이 아닌 새누리당 윤삼현 사무총장이 터뜨리고 나서면서 그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이어 80년대 말 발생한 오대양 구원판 사건에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김기춘이 수사팀이었던 심재륜 전고검장에게 압력을 넣고 끝내는 인사로써 교체까지 시켰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일파만파로 이어지고 있다. 김 실장은 심 전 고검장과 동아일보기자와 대담자 김갑수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이후 구원파 신도들은 50여 일 동안 특히 김기춘 실장을 지명해 ‘김기춘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김기춘, 우리가 남이가’ ‘김기춘이 꼭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 등의 프레카드를 금수원 입구에 걸어놓고 항쟁을 계속하면서 여러 가지 음로론을 증폭시켜 왔다. 떠도는 음모론은 오대양 사건의 비호세력으로 또 최근의 구원파 사건과 유병언 체포작전 과정에서의 정보제공이나 수사방해 등을 놓고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현 김기춘 실장 체제에서 어떤 인사도 ‘그 밥에 그 나물’일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 인사위원장인 그가 사실상 인사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그를 거치지 않고서는 어떤 인사도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마저 왕실장 물러나라 요구

당장 여당이 김기춘 실장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것만 보아도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재 여당과 야당은 세월호 국정조사와 관련해 김 실장의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해 팽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당 중진들까지 왕실장이 이제는 물러나야 할때라는 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이 제기한 검찰의 거짓 행보이다.
검찰이 구원파에 요구했다는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현수막의 철거요청 전화를 두고 한때 ‘그런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끝내 언론에서 담당 수사팀장인 외사부장검사의 통화로 드러나면서 김 실장의 지시였음이 백일하에 밝혀진 것이다.

검찰은 “현수막 철거는 법질서의 상징”이라며 얼버무리고 있으나 굳이 몇 차례씩 전화를 해가며 현수막 철거에 집착한 것부터가 매우 이례적이었고 굳이 청와대가 치졸하게 그런 부탁을 범죄자들에게 했느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싸고 돌고, 여당이 이를 옹호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인적쇄신을 한다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은 지난해 7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나라가 한창 혼란스러울 때 개혁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비서실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사건은 채동욱 혼외자 논란으로 나라가 들썩였고, 급기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그리고 김기춘의 청와대는 사고 대응 과정에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였다. 그런 그의 경질 없이 인적쇄신이란 앙꼬 없는 찐빵과 무엇이 다를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겨레 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법원에 정정보도 및 800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언론중재위원회에도 같은 이유로 정정보도 및 800만 원 손해배상 신청을 했다. 김 실장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은 CBS에 이어 두 번 째다.
한겨레는 4월 17일 <‘쇼크 상태’였던 아이가 왜 박 대통령 현장 방문에?>라는 기사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권 아무개(5)양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기사화했다.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연출 장면’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 반응과 이를 반박하는 청와대 관계자 멘트를 모아 기사로 작성했다. 청와대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이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 및 8000만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소송 당사자는 김기춘 비서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구은수 사회안전비서관 그리고 이명준 사회안전비서관실 행정관 등 4명이다. 이들은 언론중재위에도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한겨레가 3일 인용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권양과 보호자는 자발적으로 체육관을 방문했지만 (인터넷 한겨레는) 청와대에서 불러 위로 장면을 연출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박 대통령의 진도 방문을 수행했던 김 실장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겨레는 “트위터 반응뿐 아니라 현장 취재를 통해, 의혹 제기가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이어서 기사화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언론사를 상대로 한 청와대 소송은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청와대는 C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조문 연출’ 의혹을 제기한 CBS가 청와대 비서실과 관계자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원고는 대통령 비서실과 김기춘 비서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박동훈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비서관 등 4인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을 제외한 4인이 각 2천만 원씩 총 8천만 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같은 소송을 남발하는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김 실장은 ‘오대양 사건’을 수사했던 심재륜(70) 전 부산고검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주말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심 전 고검장은 지난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당시 법무장관인 김 실장이 수사팀을 교체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무관심이나 방관, 어떤 면에서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게 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심 전 고검장 외에도 문화평론가 김갑수 씨와 동아일보 기자 1명도 고소했다.
대전지검은 지난 1991년 7월 20일 오대양 사건을 재수사했고, 5일 뒤 법무부는 검찰 정기 인사를 통해 수사 팀을 전원 인사대상에 포함해 전보 조치했었다. 당시 심 전 고검장은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사건을 담당했고 주임검사는 박영수 검사가 나서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소환해 체포했다. 이후 유 전 회장은 서울남부지청으로 이송된 후 끝내 전격적으로 구속된 바 있다.
한편,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3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뒤에는 엄청난 비호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세월호 참사를 저지른 유 전 회장은 지난 수십 년간 켜켜이 쌓여온 부정부패 비리 등 적폐의 산물로서 이를 척결하지 않고 깨끗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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