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추모 기원소 철거…도대체 무슨 일이?

이 뉴스를 공유하기

 ▲  LA 총영사관 벽면을 장식한 추모의 글과 꽃, 초 등이 모두 철거된 후 다시 작은 테이블을 가져다 놓은 모습 ⓒ 박상균 기자 -왼쪽

▲  철거전 LA 총영사관 앞 추모공간의 모습 ⓒ 남관우 – 오른쪽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났다. 희생자가 300명이 넘는 참사다. 아직도 11명은 시신으로조차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6월 24일 현재).
세월호 침몰을 야기한 한국사회의 온갖 구조적인 비리는 차치해두고라도, 적어도 구조다운 구조 한 번 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대해서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한국사회에 울려 퍼진 공감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만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 참사는 점점 잊혀져 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잊혀져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나,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계속되는 것이 불편한 이 정부는 끊임없이 이 기억을 삭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며칠되지 않아 LA 총영사관 앞에는 조촐한 추모의 장이 만들어졌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생환을 기원하는 공간. 많은 교민들은 물론 타인종의 사람들도 이 곳에 들러 추모의 글로 총영사관 벽을 장식했고, 초를 사 와서 불을 밝혔으며, 꽃으로, 리본으로 주변을 장식하며 슬픔을 함께 했다.  처음 이 ‘기원소’가 만들어진 후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며 한 달이 넘도록 하루 종일 이 공간을 지켰고, 지난 한 달여 동안은 밤 시간동안만 이 장소를 지켜왔다.   <이철호 객원기자>

LA총영사관 앞 추모공간인 기원소가 지난 20일 총영사관 측의 일방적인 통고와 함께 하루 아침에 없어졌다. 처음 이곳을 준비한 사람들 중 하나인 남관우씨는 영사관측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영사관에 누가 되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써왔다. 영사관 측과도 그동안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철거를 해버리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공간이었는데 수습할 시간도 안주고 이렇게 갑자기 철거를 해버린데는 다른 급박한 이유가 있지 않았나 짐작만 할 뿐이다.”
모든 것이 사라진 영사관 앞에 남씨는 다시 작은 테이블과 초를 가져다 기원소를 다시 시작했다.
“실종자가 0이 될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려고 한다.”
주말 동안 영사관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갑작스럽게 ‘기원소’를 철거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추론은 가능했다. 기원소가 철거된 다음 날 영사관 주차장에서는 ‘제1회 6•25 참전국 감사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행사가 열렸다.
블루유니온, LA시민안보단체연합, 자유민주연구원이 주최로, 안전행정부가 후원하는 행사로 되어 있다. 블루유니온은 ‘비영리 시민 안보단체’로서, ‘찾아가는 안보사랑 서비스의 일환’으로 이 행사를 주최했다고 말했다.
영사관 주차장에는 이 행사를 위해 한국전쟁, 북한 사진, 북한정치범수용소 사진 등 50여 점 이상의 대형 사진을 전시했다. 주최측은 이 전시회를 계기로 “이를 계기로 고마움을 아는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통하여 미국사회에서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여 교민들의 자긍심을 부여하고 ‘북한의 실상’ 전시전 등을 통하여 한인 및 자녀들에게 ‘북한의 실체’를 알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 사진과 장비, 기념품 등은 안전행정부의 지원을 받은 블루유니온이 제작했겠지만, LA 영사관 주차장에서 직접 이 행사를 주관한 단체는 LA시민안보단체연합이었고, 그들은 세월호 집회가 있을 때마다 방해집회를 하던 사람들이었다.

안전행정부 후원하는 단체 행사로 세월호 참사 ‘삭제’되고

▲  LA 영사관 주차장에서 6월 21일 열린 ‘제1회 6.25 참전국 감사 캠페인’ 행사장 ⓒ 이철호 – 왼쪽

▲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LA 바자회 모습 ⓒ 이철호

한국전쟁의 비극을 잊지 말자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보수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를 위해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공감하기 위해 만든 공간을 철거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더구나 기원소가 설치된 영사관 앞과 이 행사가 열린 영사관 주차장은 거리상으로도 10여 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세월호 참사에 무능하기 그지없었던 안전행정부, 본의 아니게 그 안전행정부가 후원하는 단체가 주최한 행사로 인해 세월호 참사가 ‘삭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렌지 카운티에서는 지난 2주에 걸쳐 한인마켓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과 침묵시위를 벌였다. 독립기구에 의한 철저한 조사,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에 미주에서도 함께 하고 있다.
LA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바자회를 열었다. 그동안 매 주말마다 8번에 걸쳐 대중집회를 치르면서 쌓인 피로감을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했다.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는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한 이 바자회는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기부하고 자원봉사로 참여하여 마련되었다.
LA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모여 준비한 바자회에는 총 60여 명이 재능기부 (요리, 재봉, 그림, 공연 등)과 시간 노동 기부, 물품 기부 등 300여 명의 참여로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이틀에 걸쳐 수십 병의 김치를 만들어 판매하였고,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한 한인은 수 백 벌의 옷을 기부했다.
한 화가는 그림과 열쇠고리를 만들어 기부하였으며 많은 한인들이 집에서 생활용품을 들고 나왔다. LA에서 2시간 떨어진 샌디에이고에서 풍물학교 회원 십 여명이 공연하며 바자회장을 문화의 장으로 만들었다.
한편 바자회 수익금 4000여 달러는 ‘LA 세월호 추모팀’ 이름으로 유가족들이 원하는 곳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