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지지’ 보수층도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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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의 낙마가 몰고 온 후폭풍이 거세다. 세월호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전 총리’가 현직으로 다시 복귀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잇단 인사실패에 따른 국정 난맥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주 42%, 서울에선 37%까지 곤두박질 쳤다.<갤럽 조사>
서울에서의 30% 대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다. 박 대통령 지지율 폭락은 7-30 재보선에서 여당의 참패로 연계될 수 있다. 서울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라면 이는 새누리당 지지율 보다 낮다.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프리미엄을 전혀 챙길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새누리당은 영남을 제외한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15대 0의 전패를 예상하는 당내 일부의 시각도 있다. 재보선 결과 새누리당의 과반이 무너지면 세월호 사건과 잇단 인사실패로 국정추진의 동력을 이미 잃은 박 대통령은 급격한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 정치 및 국정운영 스타일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지지율은 더 떨어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런 판에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2주 앞으로 다가 온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자인 친박계 서청원과 비박계 김무성의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누가 당권을 잡든 새누리당은 앞으로 박 대통령의 권력 누수와. 차기 대권을 둘러 싼 당내 갈등 폭발로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면서, 자칫 분당위기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춘훈>

박근혜, 자신감을 잃었다

6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고 호소하는 기자회견보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말씀’ 하는 형식을 다시 한 번 택했다. 자신의 인사실패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보다 ‘신상털기 식-여론재판 식’ 청문회 때문에 좋은 인재를 구할 수가 없다는 취지의 자기변명으로 일관했다.
국민들은 이번 정 총리 유임에 대해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그를 다시 불러들인 이유가 뭔지, 그가 과연 국가개조라는 시대적 소임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총리감인지, 인사 실패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개선방안은 있기나 한건 지, 직접 대통령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수석회의는 기자회견처럼 국민을 상대로 한 자리가 아니라 청와대 내부회의다. 이런 자리에서 대통령은 문창극 사퇴와 정홍원 유임 같은 국가중대사를 ‘사돈 남의 얘기하듯’ 해버렸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 의지가 여전히 없거나, 자신의 실정에 대한 여론과 언론의 비판이 두려워 기자회견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대통령 자리에 대한 중압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지난 주말 한 종편에 출연해 “고립-고독 정치를 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여성대통령의 한계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명예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는 이 정부가 개혁을 거의 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미 레임덕 현상이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도보수로 꼽히는 윤평중 한신대교수는 “레임덕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 조차 유력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독선으로 빠진다”며 “박 대통령이 점차 독선에 빠져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주말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은 42%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1%포인트, 2주 전보다 6%가 떨어진 급격한 하향추세다. 서울에선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40% 선이 무너져 37%를 기록했다. 진보좌파와 중도파는 물론 문창극의 지명철회에 반발한 노년층과 보수층마저 상당수가 이탈해 콘크리트 지지벽이 무너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산토끼 집토끼 모두를 잃고 있다”고 다수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당권싸움, 새누리 분당까지 가나

새누리당의 7-14 전당대회가 치열한 권력다툼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양강 주자인 서청원-김무성 간의 감정싸움과 네거티브 공방이 극심해 지면서 두 진영 내에선 ‘살생부’까지 나도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쇄신경쟁의 장으로 삼고 새로운 비전 경쟁을 유도하려던 주류 측의 당초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워졌다.
주류 측 서청원 의원과 비주류 측 김무성 의원의 관계는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전대 이후가 걱정이다. 당이 쪼개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소장파 의원 21명은 ‘쇄신전당대회 추진모임’을 열고 “현 전당대회는 당을 죽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당의 미래가 없다. 당장 줄세우기와 세몰이, 당원끼리 낯붉히는 네거티브는 지양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대표는 당원 70%, 일반 30%의 투표로 선출된다. 현재 당원 지지도에서는 비주류의 김무성 의원이 약간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독선적 통치행태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유력한 대권주자이기도 한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청 간에는 새로운 수평적 긴장관계가 조성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청와대는 전망이 불투명한 7-30 재보선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서울 동작을과 수원, 대전, 광주, 순천, 울산, 부산 등 15 곳에서 열린다. 지난 2012년 대선과 총선, 6.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득표율을 감안했을 때 재보선  판세는 여당우세 7군데, 야당우세 7군데, 경합 1군데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최근 급락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새누리당은 서울과 수도권에 김문수 김황식 나경원 등 지명도가 높은 거물급 인사를 전략공천할 예정이었지만, 나 전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경제난과 국정난맥이 계속될 경우 15대 0으로 참패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설사 몇 석을 건지더라도 새누리당의 의석 과반이 무너지는 것은 확실시돼 박 대통령의 국정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문고리 권력-환관 정치가 국정 망쳐

지난 주 새정련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의 문고리권력인 이른바 ‘만만회’ 이슈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 추천을 청와대 비선라인인 만만회에서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인 이재만, 한때 박 대통령의 비공식 비서실장 역할을 해 온 정윤회 등 세 사람의 이름 끝자를 하나씩 모아 명명한 게 ‘만만회’다.
선데이저널이 그동안 수차례 보도한대로 이들 중의 핵심은 대통령의 유일한 남동생인 박지만과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인 정윤회다. 지난 3월 박지만은 정윤회가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미행자를 붙였다며 민정수석실에 내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이른바 박지만-정윤회 암투설이다. 청와대 내 비선라인으로 불리는 이른바 문고리권력은 만만회 3인 외에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실비서관 등이 포함된 5-6인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요즘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만 아는 비선조직에 정치를 의존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권 내에 번지고 있다. 이 비선조직이 바로 속칭 ‘문고리 권력’이다. 일부 여권 원로들은 최근 이 문제를 대놓고 거론했다. 새누리 상임고문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공식 채널이 아닌 소규모 비선라인을 통해 상당히 많은 얘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만만회 등 문고리권력이 이슈화된 것은 대통령의 잇단 인사실패 때문이다.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진 흠 집 투성이의 총리-장관 후보들을 추천한 게 누구인가 하는 것이 비선논란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이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공조직에선 누구도 이번 인사와 관련된 내용을 알지 못했다.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소수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의 독단-독선이 국정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이들 문고리권력을 직접 비판했다.

청와대는 지난 주 정홍원 총리 유임을 발표하면서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사수석은 인재발굴과 검증, 관리를 총괄하며 인사위원회의 실무간사를 맡는다. 인사수석이 인재를 발굴하면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이중으로 해당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게 된다.
인사수석실의 신설로 인사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정치권 인사들은 많지 않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건재하고 문고리권력이 계속 존재하는 한 인사수석실의 존재와 기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인사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원한다면 소위 문고리권력 핵심 3인방을 정리하고 비선과의 단절을 감행하며 동생 박지만과 친분이 있는 육사출신 인사들을 권력의 심장부에서 몰아내는 등 획기적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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