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한국 청문회 어제와 오늘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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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국회에서 청문회법 강화 법 개정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JTBC 뉴스 캡처)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열기가 뜨겁다. 오는 7일부터 7명의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논란의 중심이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던진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두 명의 총리 낙마로 굴욕을 당한 청와대의 카드가 청문회법 개정이라니 그 수준과 야욕에 조롱하는 여론이 뜨겁다. 지금의 청문회법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회연설에서 ‘청문회 실효성을 위해 더욱 강화 시켜야 한다’고 역설하고 만든 제도이다. 본인이 야당 대표로써 만든 강화된 청문회법을 이제 청와대 안주인이 되어 바꿔야 한다는 논리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선데이 저널>이 청문회의 어제와 오늘을 취재했다. <심 온 탐사보도팀>

우리 국민의 정치 눈높이를 감안할 때, 후보자의 적격, 부적격 여부는 너끈하게 가려낼 줄 아는 수준은 분명하다. 인사청문회 14년을 뒤돌아볼 때 국무총리, 장관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이 이러 저러한 별별 사유로 낙마했다. 지금까지 단골 메뉴는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탈세, 병역 문제, 논문 표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씁쓸한 기억이지만 노블레스(noblesse) 오블리주(oblige)는커녕 부와 권력을 함께 소유하려는 무지의 과욕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못할 사람들이었다는 결론이다. 또 국민이 내린 결론은 ‘핑계 없는 무덤’ 없겠지만 ‘이유 없는 낙마’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한 뒤 정홍원 총리가 유임되자 여당은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총리후보 연쇄낙마에 대해 “시대가 요구하는 분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인사청문회 제도를 비난한 뒤 여당 수뇌부와 회의 이후 쏟아져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통령이 국무총리감 하나를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능한 일”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논평을 통해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남 이야기하듯 국민과 제도만을 탓하고 있다”며 받아쳤다. 또 “인사청문회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이고, 대통령의 안목이 문제”라며 “왜 대통령은 문제가 있는 사람만을 찾아다니는가”라고 비난하고 “박 대통령은 인사 실패와 총리 유임에 대해 국민께 머리 숙여 사죄했어야 한다”며 “민주공화국 대통령이 사과하기를 싫어하고, 국민께 고개 숙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즉각적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또 이어서, “박 대통령은 총리의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정홍원 총리의 유임을 결정했다” 는 반발여론 진화 발언에 대해서도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대통령이나 여당이 다수를 믿고 청문회 제도 자체를 후퇴시키거나 기준을 낮추려한다면 국민의 여론 청문회는 더욱 가혹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시대가 바뀌고 국민들의 기준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을 다수로 밀어붙여도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대변화를 직시하고 국민요구를 경청하라. 거꾸로 가면 점점 더 국민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김한길 공동대표 역시 “문제인사들을 내놓고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보자는 주장은 입학시험에 자꾸 떨어지니까 입시제도를 바꾸자는 주장”이라며 “지금의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고 개정한 것도 한나라당이 다수당 때 일이다.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리보다 몇 배나 훨씬 더 엄격하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인사청문회 대상자의 문제가 문제”라고 가세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바람 빠진 재생타이어로 굴러가는 듯한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한 분이 앞으로 총리 직 수행을 어떻게 하실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박 대통령을 향해 “제발 민심의 소리를 정확히 듣고 오기정치를 버리라”고 촉구했다.  또 “다음번 청와대의 시나리오는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나와 ‘인사청문회 때문에 국정운영을 못하겠다’며 또 눈물짓는 것은 아닌지, 그런 시나리오에  또 속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현재의 인사청문회 제도가 그대로 갈 경우에 청문회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다”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국가적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도개선을 위해 TF팀 위원장에 장윤석, 간사에 박민식 의원을 지명한 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다음 주부터 여야를 떠나 국가의 큰 틀 속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수 있도록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문제는 국회 청문회가 아니라 국회 청문회에 오기도 전에 언론 검증과 국민 검증에서 자격 미달로 밝혀지는 현실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사전 국민과 언론 검증에서 비위가 쏟아져 스스로 물러났다는 사실이다. 아직 누구도 그들에게 자격미달의 죄과를 묻지 않았다. 대통령이 청문회 제도 자체를 후퇴시키면 국민들의 여론 청문회가 진행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누가 만든 청문회법인가

양당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인사청문회 제도를 두고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보였던 태도와 180도 다른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1993년 제14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 2000년 6월 김대중 정부 3년차에 처음 도입했다. 2000년 4월 16대 총선에서 거대 야당이 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주도했다.

한나라당은 장상 국무총리 서리(후보자) 등 김대중 정부 내각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이어가며 인사청문회를 이끌었다. 이후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거머쥐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하던 2005년 인사청문회법은 또 한 차례 개정됐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그해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고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석 달 뒤인 7월 한나라당의 강력한 요구로 법 개정이 이뤄져 장관 후보자까지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인사만사, 모든 것 놓친 청와대

24일자 뉴욕타임스에서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자진 사퇴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한번의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문창극 총리 지명자를 둘러싸고 불거진 ‘친일파’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독재자 박정희가 한때 일본군 장교였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2012년 박 대통령의 대선 유세기간 동안, 그녀를 비판한 사람들은 그러한 가족사를 언급하며 그녀를 신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고도 전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국무총리는 대체로 의전적인 자리이지만 연속적인 지명 실패로 박근혜 정부의 여론분열과 청문회를 통과할 후보자를 내 놓을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모범 청문회로 참고하겠다는 미국의 인사청문회제도는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과거 행적을 지닌 인사들이 대통령의 인선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인사가 상원 인사청문회장에 앉아 있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 인사청문회에서 굳이 후보자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조차 불필요하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자는 개인정보진술서(Pesonal Data Statement)를 작성해 백악관에 제출하고, 후보자는 개인정보진술서 약 800개까지의 세부적인 항목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질문에는 가족 문제, 친인척 문제, 이성 문제, 과거 행적, 그리고 직책에 임명될 경우 여론의 비판을 받거나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왜 이 공직을 꼭 맡아야 하는 답변도 적어야 한다. 검증과정은 통상 2~3개월이 걸릴 정도다.
우리의 현실은 파렴치하거나 중대 범죄자들 또한 버젓이 청문회장에 넓은 얼굴을 내민다. 이완용 식의 ‘누구든 그 역할을 했을 것’ 이라는 핑계나, 친일파식의 ‘그 시절에는 누구나 어쩔수 없었다’는 변명도 그저 뻔뻔하기만 하다. 오히려 청문회장 티비 화면을 바라보는 무지의 민초들이 깨끗하고 가벼울 뿐이다. 그저 그들이 내세우는 경력이나 수행능력이라는 것도 도둑질과 권력욕 나아가 파벌들의 이전투구의 결과물이 아닌지 파헤쳐보고 싶을 정도이다.

 ▲ 지난 24일 뉴욕타임즈는 국내 문창극 사태와 친일파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안에서 버림받고 밖에서 집중포화

민주노총은 1일 논평을 통해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를 기대한다면 정상적인 대통령이라 할 수 없다”며 “오만하다 못해 참으로 어이없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내세운 인사들은 털어서 먼지가 나온 것이 아니라 털기도 전에 이미 배설 얼룩이 확연했다”며 “국민은 시대인식과 동떨어진 인사를 용납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자격이 없는 인사를 내놓고선 인사청문회가 문제라며 ‘문턱을 낮추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김대중 논설위원, 김동길 교수 등 전통적 보수논객들이 일제히 청와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최근 문창극 사퇴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기류 때문이다. 특히 지만원 보수논객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운동까지 펼치겠다는 선언을 해 눈길을 끈다. 지 씨는 지난 24일 “박근혜의 오기는 국정이 망가져도 좋다는 식이었고, 문창극은 국가를 사랑하였기에 자진 사퇴를 하였다. 솔로몬 앞에서 재판을 받는 두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누가 나라를 더 사랑했을까? 박근혜는 어린 아이가 찢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는 여인”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제부터 박근혜 퇴진운동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생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정부를 걱정해야 한다는 웃지 못 할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우스갯소리가 청와대까지 전해질 리는 만무하겠지만, 더 이상 이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그간 보여 왔던 ‘환관내시의 밀실 인사’ 대신 과감한 개혁 인사를 통한 추진력 있는 인사들을 적재적소 자리에 앉혀야 한다.
국민들이 외치는 소리가 청와대 안방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불법 대선자금에 개입하지 않은 국정원장 후보자가 왜 없겠습니까? 제자 논문을 상습적으로 가로채기하지 않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왜 없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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