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인> 朴의 그림자 정윤회, 이혼 속에 숨은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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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비선라인으로 알려진 정윤회 씨가 최근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 씨와 이혼한 사실이 본국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최 씨가 이혼소송 한 달 전 개명까지 하면서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가 최 씨가 소유한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최 씨는 2014년 2월 13일 본인의 이름을 서원으로 바꿨다. 최 씨는 2월 개명을 한 뒤 다른 이름으로 소송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에 법원 관계자들에게도 최 씨가 누구인지 쉽게 노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소장이 접수된 뒤 곧바로 이혼 재판이 진행되지는 않았고 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수개월 동안 법원과 양측이 이혼을 할지 여부와 이혼 조건을 논의한 끝에 최근 조정이 성립돼 이혼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이혼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재산과 양육권을 최 씨가 일방적으로 가져간데다가, 결혼생활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발설을 하지 않는 것이 합의이혼 조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굳이 이름까지 바꾸고, 이런 조건까지 내걸면서 이혼을 한 데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본지는 2007년에는 박근혜 x파일, 2012년에는 검증시리즈 1탄으로 정윤회 – 최순실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결국 두 사람의 이혼은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짓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두 사람의 이혼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쳐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1970년대 후반 박근혜 대통령과 전국구국봉사단을 이끌었던 고 최태민 목사. 박대통령과의 갖가지 불미스런 소문은 아직까지도 장안에 회자되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최 씨 소유의 신사동 빌딩(신사동 640-1)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2월 13일 법원에 개명신청을 해 이름을 최서원으로 바꿨다. 개명이 통상적으로 젊은 시절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60세가 넘은 여자가 개명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 씨는 개명 후 한 달 뒤인 3월 중순 경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이 이혼조정 신청서를 조정위원회에 회부했고 지난 5월 조정이 성립돼 이혼이 확정됐다.
조정안에는 고등학생 승마 국가대표인 딸의 양육권을 최 씨가 갖고,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는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결혼 기간 중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비밀유지’ 조항과 서로를 비난하지 말자는 내용도 들어갔다고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혼신청 후 정윤회 씨는 한 차례 법원에 나왔고, 최 씨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조정이혼은 법원에 나와야 할 일이 많고 기간이 몇 년 씩 걸리는 협의이혼에 비해 대리인(변호사)들끼리 협의를 통해 조정안만 합의되면 바로 이혼이 성립되기 때문에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혼하려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이 합의이혼이 아닌 조정이혼이라는 절차를 택한 것 뿐 아니라 두 사람의 조정안 자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일단 정 씨가 한 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별한 직업이 없기 때문에 아내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중개 수수료로 먹고 산다”고 했는데 그가 재산권을 포기할 경우 사실상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정 씨는 딸의 승마 시합장에 매 번 동행하고 비싼 승마용 말을 세 필이나 사주는 등 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양육권도 포기했다는 것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두 가지 가능성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이혼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정윤회씨가 자녀양육권과 재산을 모두 넘겨주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중대한 비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고, 다른 하나는 법적으로 이혼했을 뿐 사실상 위장이혼 아니냐는 의혹이다.
먼저 첫 번째 가능성. 법원의 조정으로 이혼할 경우 양쪽이 서로 적절한 선에서 권리와 의무를 나눠 갖는 게 통례인데, 정씨의 경우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자식도 뺏기고 재산도 뺏겼다.
정 씨가 얻은 거라고는 결혼 기간 중에 있었던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한 게 전부다. 재벌이나 연예인도 아닌데, 정씨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한 비밀은 도대체 무엇인지 세간의 의혹이 쏠릴 만하다. 남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은 충동이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이어진 국정 개입 논란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정 씨와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고 최태민 목사를 연결고리로 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얽혀 있다. 최 목사는 1970년대 후반 박 대통령과 함께 한국구국봉사단을 운영했다. 당시 최 목사와 박 대통령과 관련한 갖가지 얘기들이 나돌자 1979년 중앙정보부가 최 목사를 조사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 중정보고서가 정치권에 떠돌았다. 최 목사는 박 대통령이 1982년부터 이사장을 맡았던 육영재단의 고문이기도 했다. 지난 경선 때부터 최 목사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여러 얘기가 떠돌았다. <선데이저널> 역시 지난 2007년 최태민 x파일의 전문을 보도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최 목사와 관련한 의혹들은 대부분 부인했지만 다만 목사와 가까웠다는 점은 스스로도 인정한다.

정 씨는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국회 보좌관을 지냈다. 박 대통령이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는 박근혜 총재 비서실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은 정 씨에 대해 “최 목사의 사위란 것을 알았다”며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 당시 정 씨가 돕겠다고 해서 순수한 인연이 됐고 이후 입법보조원으로서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박 대통령과 정 씨의 공식적인 관계는 박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끊긴 것으로 돼 있으나 이후에도 ‘박근혜 최측근 인사’ ‘정윤회 보고라인’ 등의 말이 끊이질 않았다. 2007년 경선 때는 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인 ‘강남팀’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고 심지어 지난 4·11 총선 공천 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 현재의 보좌진 역시 정씨가 구성했다는 설도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정 씨는 2004년 이후 박 대통령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는 무관하게 그와 관련한 소문은 현 정부에서 끊이지 않았다. 그는 본지 단독보도로 알려졌던 것처럼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 때도 기간을 맞춰 인도네시아에 방문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만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추천설, 박지만 씨 미행설, 딸 승마 국가대표 선발 특혜설 등이 불거졌다. 결국 그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무엇일 가능성이 높다.

지키고자 했던 비밀?

최 씨가 이름을 바꾼 것은 두 번 째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최 씨는 이혼소송 자체를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겠지만. 본인과 관련된 소문이 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박 대통령과 최 씨와의 인연은 정윤회 씨보다 앞선다. 최 씨는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 째 딸이다. 그는 박 대통령과 20대 때 말동무로 지낸 것으로 알려진다. 최 씨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거액의 재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최 씨의 재산이 박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란 말도 나왔다.

▲ 최순실-정윤회 부부가 소유한 서울 신사동의 200억대 건물. 최 씨 부부는 이 건물에서 (주)얀슨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 씨는 29살이던 1985년 9월 신사동 대지 357.8㎡(108평)을 공동 매입해 지상 4층 건물을 지었고, 1987년 5월 공동지분을 사들여 단독소유주가 됐다. 최 씨는 32살 때인 1988년 7월 2명과 공동명의로 신사동에 661㎡(200평) 규모의 땅을 사들였다. 1988년 12월과 1996년 7월에는 공동지분을 차례로 사들여 단독소유주가 됐다. 2003년 7월엔 이 땅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이 건물 시가가 160억~200억 원대라고 말한다.
최 씨는 오랜 기간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수발해왔고, 현재도 청와대 출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순실 씨는 때문에 자기가 노출될 경우 박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도 함께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최 씨가 이름을 개명하면서 청와대 출입이나 외부와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주소가 여전히 같다는 점도 위장의혹 이혼을 부추기는 사실이다. 본지가 두 사람의 부동산과 법인 등기를 통해 확인해보면 정 씨와 최 씨 그리고 두 사람의 딸은 최근까지도 한 곳에 주소를 두고 있다. 주소를 둔 곳은 최 씨 소유의 건물이다. 게다가 정 씨가 최근까지 대표로 있던 얀슨이라는 회사 등기부엔 이혼한 뒤인 이달 초까지도 대표이사는 정 씨, 사내이사는 최 씨로 기재돼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 씨가 일부 언론을 통해 한 얘기도 위장이혼이 아니냐는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정 씨는 최근 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업 없이 야인으로 생활하는데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갖고 있어 그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정 씨가 거짓말을 했거나 뭔가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비밀을 함구하는 대가로 모든 권리를 포기한 것이거나, 이혼 후에도 역시 전 부인의 재산으로 생활한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위장이혼이라면 결국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들을 털어버리기 위해서 이혼이라는 방법까지 택했다는 의미다. 두 사람에게 박 대통령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사람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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