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우해양조선 돈 수백억, 세계한식화로 흘러 들어간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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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최대 주주로 있어 사실상의 정부 소유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돈이  한식세계화 사업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드러났다. 한식세계화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주도한 사업으로 수 백 억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정기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6월 30일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국세청 1국과 4국 인원을 동원해 약 2개월 간 세무조사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세무조사 도중 대우조선해양 돈 중 회계처리가 정확히 되지 않은 돈이 외부로 흘러나간 정황을 파악했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돈이 한식세계화 재단 등으로 빠져나갔다는 것. 국세청을 더 정확한 조사를 위해 최근 조사 인력을 충원하고 조사기간도 연장했다.
본국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이명박 정권 사정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국정원 댓글사건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집권 2년 째 마저도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청와대가 무언가 반전카드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역대 정권에서도 보았듯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정권 사정이다. 문민정부가 군사정권을 재판정에 세웠고,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무리한 조사를 벌인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의 재평가라는 신념 아래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박 대통령에게 자신을 밀어준 전 대통령의 등 뒤에 칼을 꽂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세무조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업체의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어 사실상 정부 소유다. 몇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번번이 매각에 실패했다. 그러는 동안 주인 없는 기업의 돈은 쌈짓돈처럼 사용됐고, 임원들은 하청업체를 이용해 정치권의 각종 로비를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서울중앙지금 특수 1부에서 수사했던 대우조선해양 비자금 의혹이다. 당시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에게서 45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였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천 회장은 2006년께 이 대표에게서 임천공업 계열사인 D사의 산업은행 대출금 130억∼140억원을 출자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지난해에는 임천공업과 계열사를 상대로 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이 천신일 전 회장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당시 수사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이명박 정권이 깊숙하게 연관됐다는 의혹들이 곳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은 이명박 정부의 ‘전리품’과 같은 기업이었다.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돈 중 수십억원이 김윤옥 여사의 한식세계화 재단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식세계화 사업은 김윤옥 여사가 주도한 사업으로 전 정권 핵심 사업 중 하나였다. 본지도 몇 차례에 걸쳐 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용두사미로 끝난 한식세계화 사업

김윤옥 여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후 줄곧 한식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이 사업을 주도해왔다. 출발은 화려했다. 그해 10월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는 ‘한식 세계화’를 선포하면서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듬해인 2009년 5월엔 범부처 차원에서 한식 세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민관합동기구인 ‘한식세계화추진단’을 발족했다.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사업에 힘을 보탰다. 추진단은 다시 10개월 후인 지난해 3월 한식재단으로 공식 출범했다. 농식품부 산하 비영리재단법인으로 등록된 한식재단은 한식 명칭과 조리의 표준화 작업, 한식의 세계화를 전담하는 전문기구로 활동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식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불과 1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한식재단이 9월 23일부터 10월 13일까지 20일간 한국과 미국에서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운영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실시했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민간사업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한식재단은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플래그십 한식당 프로젝트는 민간업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민간업체 참여가 필수다. 그런데 정부 사업 발표 후 1년이 넘도록 참여 의사를 밝힌 민간업체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모든 청사진은 백지화됐다. 별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사업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게 부담된다는 판단에서다.
사업은 백지화됐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업에는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사용됐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사업 타당성을 사전에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관련 예산의 5분의 1이 변경 집행 또는 불용·이월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 세계화 사업 예산으로 매년 개최하는 대한민국식품대전은 한식과 관련이 없거나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행사가 절반 가까이 됐다. 감사 결과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2012년 한식세계화 지원사업으로 편성한 예산 931억원 중 704억원만 계획대로 집행하고 나머지 227억원(23.4%)은 내역을 변경해 사용하거나 이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감사는 예산에 대해서만 진행된 것이 실제로 한식세계화 사업에 쓰인 돈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영부인이 하는 사업인만큼 친정권기업들이 한식세계화를 돕는다는 이유로 많은 돈을 지원했다.
문제는 이 돈이 용처가 불분명하게 사용됐다는 점이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돈만해도 23%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감사가 필요없는 돈은 그야말로 쌈짓돈처럼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제2의 태광실업 판박이?

정치권에서는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의 판박이라고 한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은 단초를 제공한 세무조사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결국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세무조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 기업 중 태광실업과 정산개발만 국세청 본청의 지휘를 받는 교차 세무조사 기업으로 선정됐다.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2008년 7~11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의 특명에 따라 재계 순위 600위권의 경남 소재 중소기업인 태광실업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벌여 박연차 회장을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전 회장의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금품 대량 살포 사건을 가리키는 박연차 게이트는 이로써 시작됐다.

▲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에게서 45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였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이듬해 3월 본격화된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곧 정치인과 관료들의 무덤이 됐다.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 전 김해시장, 장인태 전 행정안전부 2차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이 줄줄이 구속됐고, 이 중에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 등 이명박 정부 인사도 포함됐다. 김원기,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박진, 김정권 의원과 민주당 이광재, 서갑원, 최철국 의원, 이택순 전 경찰청장도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박연차 게이트의 진정한 위력은 노 전 대통령 주변으로 박 전 회장의 돈이 흘러들어간 사실이 터져나오면서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투자금 명목의 500만달러를, 권양숙 여사도 100만달러를 각각 받은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는데, 500만달러는 정상적인 투자금이고, 100만달러는 아내가 빌린 것이라고 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반박했으나, 검찰은 600만달러의 ‘진짜 주인’을 노 전 대통령으로 보면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권 여사를 비롯해 건호씨와 딸 정연씨, 연씨 등을 여러 차례 소환했고, 급기야 2009년 4월30일 노 전 대통령도 퇴임 1년여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이번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세무조사도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일단 태광실업 세무조사도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시위로 인해 궁지에 몰렸을 시점에 반전카드로 사용됐다. 또한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안에 대해 국세청이 나섰다. 대우조산해양 역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궁지에 몰려 있을 시점에 시작됐다. 여기에 돈이 영부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당시와 비슷하다. 따라서 사정기관에서는 국세청 특별세무조사에 이은 검찰 수사가 예정된 수순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이번 세무조사를 김기춘 비서실장이 기획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朴, MB 걸고넘어지기 수순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전 까지만해도 견원지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필요에 의해 손을 잡았다.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임기가 끝나고 쇠고랑을 찰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던 이 전 대통령. 전직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은 못 만들어도 누구를 떨어뜨릴수는 있다고 말할 정도로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야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대선 100일 전 청와대에서 만나 단독회동을 했다.
지난 1년 간 이명박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역시 이 대통령 시절 있었던 4대강 사업이나 한식세계화 사업 등 혈세 낭비 논란에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간 밀약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1년차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발목이 잡혀 아무것도 못했고, 집권 2년 차에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2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에게 가장 좋은 카드는 사정기관을 이용한 전 정권 사정이다. 과연 세무조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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